내용요약 경쟁 우위·차별화 전략...3000억 몸값으로 증명
한국어 최적화·통합 플랫폼 시너지 ‘무료 사용’
부분 유료에도 폭발적 매출...수익화 가능성 입증

기술 패권 전쟁이 심화하며 글로벌 혁신기업 육성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국내 산업 혁신 동력을 책임지는 중견·중소·스타트업·벤처기업은 한국 산업의 장기 경쟁력 확보를 위한 중요한 요소다. 불확실성이 팽배한 글로벌 경제 환경 속에서 국내 산업 혁신 지표를 형성하고 경제 역동성 엔진 역할을 하는 국내 기업들의 성장 과정과 리스크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이세영 뤼튼테크놀로지스 대표는 뤼튼을 ‘생성형 AI’를 넘어 ‘생활형 AI’로 전환하겠다며 ‘1인 1AI’ 시대를 선언했다./뤼튼테크놀로지스
이세영 뤼튼테크놀로지스 대표는 뤼튼을 ‘생성형 AI’를 넘어 ‘생활형 AI’로 전환하겠다며 ‘1인 1AI’ 시대를 선언했다./뤼튼테크놀로지스

[한스경제=김종효 기자] 이세영 뤼튼테크놀로지스(이하 뤼튼) 대표는 지난 4월 기자간담회에서 뤼튼을 ‘생성형 AI’를 넘어 ‘생활형 AI’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사용자 감성과 일상에 맞춘 진정한 의미의 ‘데일리 AI’ 서비스로 발전시키겠다”며 이용자 각자가 자신만의 AI 비서, AI 컴패니언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AI)이 개인의 삶과 업무에 깊숙이 스며드는 ‘1인 1 AI’ 시대를 선언한 것이다.

최근에는 K팝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지드래곤(GD)을 전속 광고 모델로 발탁한 뒤 독특하면서도 중독성 있는 광고를 공격적으로 선보여 젊은 세대에게 강력하게 어필했다. 문화적 아이콘을 활용해 AI 기술 대중화를 빠르게 진행하는 전략이다.

AI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주도하는 AI 시장에서 독자적인 기술력과 비전을 바탕으로 대규모 투자와 사용자 기반을 확보한 스타트업 뤼튼의 경쟁력과 차별점에 모든 기업들이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뤼튼테크놀로지스는 2020년 글쓰기 교육 전문가와 AI 엔지니어의 만남에서 시작됐다. 창업자 이세영 대표는 청소년들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공유할 기회가 부족하다는 점을 ‘표현의 병목’으로 정의하고 이를 AI 기술로 해소하겠다는 비전을 품었다. 초기에는 마케터, 크리에이터 등 특정 고객층을 대상으로 했으나 점차 서비스 대상을 대중으로 확대하며 ‘인간의 창의성 확장’과 ‘글쓰기의 재정의’를 궁극적인 목표로 제시했다. 뤼튼은 AI 기술을 통해 인간 고유의 역량을 증대시키고 새로운 ‘휴먼 크리에이티비티’의 세계를 개척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뤼튼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장악한 생성형 AI 시장에서 독자적 경쟁력을 구축하기 위해 다각적 전략을 펼쳐왔다. 그 핵심은 ‘한국어 최적화’다. 뤼튼은 한국어에 특화된 언어 모델을 기반으로 해 자연스럽고 문맥에 맞는 텍스트 생성 능력이 탁월하며 복잡한 한국어 문장 구조와 맥락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자연스러운 응답을 제공하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한국어 특화 전략은 뤼튼이 국내 시장에서 빠르게 사용자 기반을 확보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뤼튼은 한국어 최적화에 이어 통합 플랫폼 전략으로 진정한 차별화 포인트를 제시했다. 오픈AI의 GPT-4, 클로드, 구글 PaLM2, 네이버 하이퍼클로바 등 다양한 거대언어모델(LLM)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선택해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통합형 AI 포털 서비스’를 지향한다. 사용자가 여러 AI 모델의 장점을 한 곳에서 활용할 수 있어 실용적이며 각 LLM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복합 AI 시스템을 구현함으로써 사용자에게 최적의 경험을 제공한다.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는 이세영 뤼튼테크놀로지 대표./연합뉴스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는 이세영 뤼튼테크놀로지 대표./연합뉴스

모든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과감한 전략을 통해 사용자 접근성을 극대화한 것도 성공 전략이다. 거대 플랫폼 기업들의 시장 선점 성공 전략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신규 가입자 및 사용자 확보에 주력하며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직관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UI/UX)로 비전문가도 쉽게 AI를 활용할 수 있게 하며 텍스트, 이미지, 오디오 등 다양한 데이터 유형을 통합 지원하는 멀티모달 기능도 뤼튼의 강점이다.

이런 기능을 바탕으로 한 사용자 유입은 뤼튼의 ‘데이터 플라이휠(Data Flywheel)’ 효과를 가속화한다. 사용자로부터 확보된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모델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이는 다시 더 나은 서비스로 이어져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뤼튼은 서비스 출시 이후 매우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려왔다. 2023년 1월 서비스를 시작한 후 불과 1년10개월 만인 2024년 10월 월간 활성 사용자(MAU) 500만명을 돌파해 토스, 당근 등 주요 플랫폼 성장 속도를 넘어섰다. 올해 4월 기준으로 웹 기반 MAU만 527만명을 기록하며 국내 웹 기반 스타트업 중 1위에 올랐고 모바일 앱 방문자 수를 포함하면 전체 이용자 수는 600만명을 넘어섰다. 업계에서는 연내 MAU 1000만명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재무 성과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감지된다. 무료 기반이었던 뤼튼 캐릭터 챗 서비스는 부분 유료화를 도입한 지 한 달 만인 2024년 12월에 월 매출액 10억원을 돌파했으며 또 한 달 뒤엔 20억원을 기록해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다.

2024년 연간 매출액은 30억7000만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약 12배의 폭발적 성장을 보였다. 단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약 -295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손실·적자가 확대돼 아직은 투자 단계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런 매출 성장은 무료 서비스 모델에서 수익화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투자 유치 측면에서 뤼튼은 국내 AI 서비스 플랫폼 스타트업 중 최초로 누적 1000억원 이상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올해 3월 830억원 추가 투자를 유치하며 총 108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마무리했고 이로써 누적 투자 유치액은 약 1300억원이 됐다. 2021년 4월 설립 이후 약 4년 만에 기업가치는 3400억원(투자 후 기준)을 달성하며 8개월 만에 기업가치가 3배 급증했다. 투자자들은 뤼튼이 AI 시대의 네이버나 카카오와 같은 대형 IT 기업으로 성장할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뤼튼은 ‘1인 1 AI’ 시대를 열겠다는 확고한 비전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위한 구체적인 미래 목표와 기술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뤼튼 3.0’ 전략 핵심은 감정과 기억 기반의 개인화 AI를 통해 ‘1인 1 AI’를 실현하는 것이다. 뤼튼이 선보일 ‘AI 서포터’는 챗봇을 넘어선 감정 기반 인터페이스로 외형, 말투, 장기 기억, 최신 정보 검색(RAG) 기능이 통합돼 사용자 감정과 일상을 지속적으로 학습한다. 사용자는 AI와 반복 대화를 통해 개인의 직업, 고민, 취향까지 자동 축적되는 ‘기억 기반 관계’를 형성하게 되며 기존보다 10배 향상된 메모리 성능이 장기적 대화 흐름을 가능하게 한다.

뤼튼은 또한 AI 에이전트 기술 기반 오픈소스 프로젝트 ‘에이전티카(Agentica)’를 전 세계에 공개할 계획이다. ‘에이전티카’는 개발자와 기업들이 뤼튼의 AI 역량을 자체 서비스에 통합할 수 있도록 설계된 프레임워크로 뤼튼 생태계를 산업 전반으로 확장하는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술 접근성과 사용자 경제 참여를 동시에 확대하려는 뤼튼의 의지를 보여준다.

수익 모델 다각화도 뤼튼의 중요한 미래 전략이다. 무료 서비스 기반을 유지하면서도 광고, 수수료, 프리미엄 서비스 등 다양한 수익화 모델을 탐색하고 있다. AI 기술을 활용해 이용자 경험을 해치지 않는 최적의 타이밍에 광고를 노출하는 ‘뤼튼 애즈’와 같은 광고 플랫폼을 국내 최초로 출시하며 수익화를 본격화하고 있다. 또한 AI 모델 이용만으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캐시를 적립해주는 리워드 서비스를 통해 사용자에게 실질적인 혜택과 부수입을 얻는 재미를 제공하며 서비스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B2B 사업 확장 또한 뤼튼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다. AI 시장에서 LLM과 반도체와 같은 기업 간 거래(B2B) 사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뤼튼은 자사의 AI 역량을 기업 서비스에 통합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를 제공해 산업 전반으로 생태계를 확장할 계획이다. 최근 LG유플러스와의 협력을 통해 온디바이스 AI 기반 고객 맞춤형 서비스 제공에 나서는 등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AI 대중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뤼튼은 최근 지드래곤(GD)을 전면에 내세운 공격적 마케팅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뤼튼테크놀로지
뤼튼은 최근 지드래곤(GD)을 전면에 내세운 공격적 마케팅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뤼튼테크놀로지

뤼튼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중요한 과제들이 있다. 

우선 치열한 경쟁 심화가 가장 큰 도전 과제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인 오픈AI,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막대한 자본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생성형 AI 시장을 선점하고 있으며 이들 역시 한국어 성능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네이버, 카카오 등 대형 IT 기업들이 자체 AI 모델을 개발하며 경쟁에 뛰어들고 있어 뤼튼은 이들과의 경쟁에서 차별화된 가치를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수익성 확보도 과제다. 대규모 사용자 기반 확보를 위해 모든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전략을 채택했고 이는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높이는 데는 효과적이었으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부분 유료화와 광고 모델 도입을 통해 매출이 증가하고 있지만 지난해 여전히 큰 폭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은 수익성 개선이 시급한 과제라는 것을 보여준다. 무료 서비스 사용자 경험을 해치지 않으면서 수익을 극대화하는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데이터 프라이버시 및 AI 윤리 문제는 이 시대 AI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리스크다. 생성형 AI 서비스는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고 사용자 입력 데이터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 침해 우려가 상존한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서도 LLM 사업자들에게 공개된 데이터 학습 시 중요 개인 식별 정보 제거 노력 강화 및 이용자 입력 데이터 처리 관련 안내 강화 등을 권고한 바 있다. 또한 AI가 잘못된 정보나 편향된 정보를 생성하는 ‘할루시네이션’ 현상에 대한 기술적, 정책적 대응도 지속적으로 요구된다.

규제 환경 변화에 대한 긴밀한 대응도 필요하다. 국내외에서 AI 및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 독과점 폐해를 줄이기 위한 ‘플랫폼 경쟁촉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어 뤼튼의 사업 운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법적, 윤리적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하고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뤼튼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이는 AI 윤리 원칙과 다양한 사회 공헌 활동을 통해 구현되고 있다. 뤼튼은 자체적인 AI 윤리 규정인 ‘WRITTEN’을 수립하고 이를 준수한다. 인간 중심, 책임성, 공정성, 신뢰성, 투명성, 환경 인식 등 6가지 핵심 가치를 포함한다. ‘모두를 위한 AI’(AI for Everyone)를 추구하며 디지털 취약계층의 AI 활용 역량 증진에도 기여하고자 한다. 뤼튼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AI 윤리체계 마련 사업에 참여해 작문 분야의 윤리기준 현장 적용 사례로 언급되기도 했다.

뤼튼은 다양한 사회 공헌 활동을 통해 ESG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등 대학과의 협력을 통해 생성 AI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학생들의 AI 기술 접근성을 높이며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연세대 비교과 프로그램 ‘워크스테이션’에 참여하며 장기 실종아동 홍보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AI 기술을 활용해 실종아동 이미지 화질을 개선하고 인플루언서 협업 및 지하철 광고 등을 통해 정보를 확산하는 데 기여했다.

뤼튼은 ‘1인 1 AI’ 시대의 도래를 선도하며 국내 AI 서비스 플랫폼 시장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독자적인 경쟁력을 구축했고 사용자 수와 투자 유치 등 폭발적인 성장 잠재력과 미래 가치를 수치로 증명했다.

AI업계 관계자는 “뤼튼이 지금까지 보여준 혁신적인 기술력, 사용자 중심 서비스 철학, 그리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ESG 경영 노력은 여러 과제들을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는 강력한 기반이 될 것”이라며 “뤼튼의 행보는 국내 중소·중견·벤처기업들이 글로벌 AI 시장에서 독자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남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종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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