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 행위’ 대체하며 AI 프로필로 피벗
‘캐럿 Biz’ 솔루션, B2B 시장 리더십 확보
기술 패권 전쟁이 심화하며 글로벌 혁신기업 육성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국내 산업 혁신 동력을 책임지는 중견·중소·스타트업·벤처기업은 한국 산업의 장기 경쟁력 확보를 위한 중요한 요소다. 불확실성이 팽배한 글로벌 경제 환경 속에서 국내 산업 혁신 지표를 형성하고 경제 역동성 엔진 역할을 하는 국내 기업들의 성장 과정과 리스크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 한스경제=김종효 기자 | 국내 콘텐츠 산업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도입은 거스를 수 없는 뉴노멀로 자리 잡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발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콘텐츠 사업체의 생성형 AI 활용률은 20.0%로 지난해 하반기 대비 7.1%p 상승했다.
영상 콘텐츠 분야에서 AI 활용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방송·영상 산업의 AI 활용률은 30.8%에 달해 지난해 하반기 대비 26.6%p 증가하며 산업별 최고 수준 확산세를 보였다. 기업들은 생성형 AI를 주로 콘텐츠 실제 제작 및 편집 과정(63.0%)과 초기 아이디어 구상 단계인 창작(43.0%)에 활용했다. AI가 콘텐츠 파이프라인 전반에 걸친 필수 도구가 됐다는 것이다.
이런 급속한 산업 변화 속에서 생성형 AI 영상 플랫폼 ‘캐럿’을 운영하는 패러닷은 초기 AI 사진 플랫폼으로 시작해 빠르게 기술력과 사용자 데이터를 확보한 뒤 올해 하반기 들어 기업용 솔루션 시장으로 성공적인 확장을 이뤄냈다. 패러닷은 지난 8월 기업 대상 AI 영상 제작 솔루션인 ‘캐럿 Biz’를 공식 출시하자마자 곧바로 LG유플러스와 솔루션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획기적인 이정표를 세웠다. 패러닷의 AI 기술력과 B2B 시장의 니즈가 정확히 부합했다.
패러닷의 최근 재무적 성과 역시 고성장 궤도 진입을 시사한다. 올해 구독형 서비스 인기에 힘입어 연간 순환 매출(ARR) 약 8억원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수익 모델 구축에 성공했다. 이런 B2B 시장 안착과 구독 기반의 재무적 성장은 패러닷이 유행성 B2C 플랫폼에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솔루션 제공업체로 빠르게 포지셔닝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패러닷은 카메라를 사용하는 방식 자체를 혁신하겠다는 야심찬 비전을 바탕으로 시작했다. 장진욱 패러닷 대표는 카카오뱅크와 카카오 ‘선물하기’ 운영 등 국내 빅테크 기업에서 플랫폼 서비스를 기획하고 개발한 경험이 풍부하다. 창업 초기 멤버들 역시 네이버와 카카오 등에서 플랫폼 서비스 개발 역량을 쌓은 전문가들로 구성돼 사용자 경험(UX) 중심 서비스 개발에 강점을 보였다.
회사 이름 ‘패러닷(Paradot)’은 ‘넘어서다(para-)’와 시장이 끝나는 지점(dot)을 합쳐 ‘한계를 넘어서는 기업’을 만들겠다는 의미다. 패러닷은 카메라 앱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인 레드오션이었음에도 새로운 기술을 통해 사용자들이 카메라를 활용하는 모든 맥락을 아우르는 서비스에 대한 가능성을 보고 창업을 결심했다.
패러닷은 초기에 증강현실(AR) 서비스나 포즈 가이드, 타임스탬프 등 기존 카메라 앱 기능을 통합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탐색했다. 하지만 2022년 말 미국 실리콘밸리의 프리즈마랩이 내놓은 AI 이미지 생성 플랫폼 ‘렌사 AI(Lensa AI)’가 ‘매직 아바타’ 서비스로 폭발적인 성공을 거두는 것을 목격하며 사업 방향의 중대한 피벗을 결정했다.
장진욱 대표는 사용자들이 아바타가 아닌 실제 자신의 모습을 기반으로 한 프로필 사진을 AI로 생성하는 데 훨씬 더 큰 잠재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시장의 유행과 사용자 니즈를 정확히 읽어내는 플랫폼 기획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창업 초기 AI 전문 엔지니어가 부재했음에도 팀원들은 이 시장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밤샘 작업을 통해 빠르게 AI 기술을 습득하고 AI 프로필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론칭했다. 이처럼 시장 변화에 대한 민첩한 대응력과 신속한 실행력은 패러닷이 단기간 내 국내 시장을 지배할 수 있었던 근본적 성공 요인으로 작용했다.
장 대표는 “촬영이 필요한 모든 순간, 캐럿을 찾도록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스튜디오 촬영, 전문 장비, 시간 등 전통적 ‘촬영 행위’에 필요한 모든 요소들을 AI가 대체함으로써 사용자에게 압도적인 시간 및 비용 효율성을 제공하는 것에 집중하는 전략이다.
패러닷은 AI 프로필 서비스 출시 후 6개월 만에 월 사진 생성 요청 수 600만건을 돌파했다. 당시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의 월 생성 요청 수(150만건) 4배를 뛰어넘는 압도적 사용자 활성도다. 현재까지 캐럿 누적 가입자 수는 200만명에 달하며 B2C 시장에서도 확고한 리더십을 구축했다.
패러닷은 AI 생성 툴 제공을 넘어 플랫폼 주도권을 방어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크리에이터 생태계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패러닷은 대중 크리에이터가 최신 유행을 가장 잘 알고 있으며 회사가 모든 유저의 다양한 취향을 반영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크리에이터가 직접 유행을 반영한 AI 사진 템플릿을 만들고 공유 및 판매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해 다양한 사용자 취향을 폭넓게 포괄하려는 것이다.
올해 1월에는 ‘캐럿 AI 크리에이터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창작 저변을 확대하려는 노력을 구체화했다. 이는 챗GPT와 같은 범용 글로벌 AI가 따라올 수 없는 한국 및 아시아 지역의 미묘한 트렌드와 유행을 플랫폼이 흡수하도록 하는 방어 전략의 핵심이다.
올 하반기 들어 패러닷이 B2B 시장에서 획기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배경에는 ‘캐럿 Biz’의 명확한 기술적 차별성과 경제적 효용성이 있다. 패러닷은 자체 거대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 막대한 자원을 쏟기보다 이미 검증된 글로벌 선도 모델들을 통합해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기술 집합체(Aggregator) 전략을 채택했다.
이런 전략은 기업 고객에게 명확한 경제적 효용을 제공한다. 캐럿 Biz는 기업을 대상으로 구글 이마젠3, 런웨이, 플럭스 등 세계적 이미지·영상 생성 모델을 실행 횟수 제한 없이 제공한다. 이 모델들을 개별적으로 구독하는 경우와 비교해 최소 약 75%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75%라는 획기적인 비용 절감 수치는 패러닷이 자사 핵심 역량을 애플리케이션 계층(Application Layer)과 사용자 경험(UX) 최적화에 집중함으로써 B2B 고객에게 실질적인 비용 효율성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나아가 캐럿 Biz는 기업 고객의 실무적 수요에 정확히 부합하는 킬러 기능을 제공한다. 인물이 등장하는 영상 콘텐츠에 더빙 음성 및 입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결합하는 ‘영상 립싱크(Lip-sync)’ 기능과 특정 인물이나 사물을 학습시켜 콘텐츠에 반영시켜주는 맞춤형 학습 기능 등이다.
영상 립싱크 기능은 광고 홍보, 다국어 콘텐츠 현지화 제작 등 국내 방송 및 마케팅 시장에서 배우나 모델의 재촬영 없이 콘텐츠를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데 필수적인 기술이다. 이런 기능들은 곧바로 기업 고객의 매출 기여와 직결되며 LG유플러스와 같은 대형 고객사를 단기간에 확보한 결정적 동력이 됐다.
업계 전문가는 “패러닷은 캐럿을 통해 촬영의 번거로움을 최소화해 사용자에게 편의성과 경제적 효율을 모두 안겨다주면서 큰 성공을 거뒀다”며 “캐럿 Biz가 이런 캐럿의 장점을 얼마나 기업에 성공적으로 뿌리내리게 하느냐가 B2B 시장 안착을 가늠하는 열쇠”라고 분석했다.
김종효 기자 sound@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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