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연쇄 창업가와 AI·딥테크 전문가의 완벽 시너지
IP를 ‘프로그래밍 가능한 자산’으로 전환한 혁신
AI 시대 ‘기여도’ 측정자...치밀한 시장 침투 전략
바른손과 협업, K-콘텐츠 시장 팬 중심 경제 활용

기술 패권 전쟁이 심화하며 글로벌 혁신기업 육성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국내 산업 혁신 동력을 책임지는 중견·중소·스타트업·벤처기업은 한국 산업의 장기 경쟁력 확보를 위한 중요한 요소다. 불확실성이 팽배한 글로벌 경제 환경 속에서 국내 산업 혁신 지표를 형성하고 경제 역동성 엔진 역할을 하는 국내 기업들의 성장 과정과 리스크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이승윤 대표의 PIP랩스는 AI 시대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AI-Web3 융합'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PIP랩스
이승윤 대표의 PIP랩스는 AI 시대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AI-Web3 융합'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PIP랩스

| 한스경제=김종효 기자 | 글로벌 벤처 투자 시장이 블록체인 기반 지식재산권(IP) 거래 및 라이선스 플랫폼 ‘스토리’를 개발한 PIP랩스를 주목하고 있다. PIP랩스는 누적 1910억원(1억4000만달러)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창업한 지 불과 2년 만에 기업 가치 3조원(22.5억달러)을 달성, 글로벌 유니콘(Decacorn 초기 단계) 지위를 확고히 했다.

PIP랩스의 높은 기업가치는 이들이 제시한 기술적 비전이 미래 경제 핵심 인프라로 기능할 것이라는 시장의 확신을 반영한다. 주목할 점은 세계 최대 벤처캐피털(VC)인 안데르센 호로위츠(a16z)가 코인베이스 등 주요 산업 혁신 사례와 견줄 만하게 연속 3번 투자 라운드를 주도했다는 사실이다.

이런 이례적인 VC의 베팅은 스토리 프로토콜이 당장의 수익성보다는 웹3와 인공지능(AI) 시대 '표준 인프라(Foundational Layer)'가 될 잠재력에 베팅하는 것이다. 이는 네트워크 효과와 인프라 선점 효과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며 PIP랩스가 블록체인 기술 분야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구축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

PIP랩스 성공 중심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연쇄 창업가인 이승윤 대표의 선도적 통찰력이 자리 잡고 있다. 이 대표는 이미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를 2021년 카카오에 5000억원 규모로 매각하며 사업 능력을 증명한 바 있다. 이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글로벌전략책임자(GSO)를 역임하고 퇴사한 이 대표는 2021년 말 구글 AI 자회사 딥마인드 출신의 천재 개발자 제이슨 자오 등과 함께 스토리 프로토콜을 공동 창업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이 대표의 창업 배경에는 거대 AI 기업들이 창작자 데이터를 무단으로 활용해 수익을 독점하는 기존 구조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깔려 있다. 이 대표는 "우리 데이터로 장난치지 말라"고 선언하며 창작자들에게 공정한 보상과 권리를 돌려주기 위한 유일한 수단으로 블록체인을 선택했다.

이런 강력한 미션 주도적(Mission-Driven) 창업 철학은 투자 유치의 핵심 동력이 됐으며 이 대표의 시장 경험과 비즈니스 모델 혁신 능력에 제이슨 자오 공동창업자의 AI 및 딥테크 역량이 결합돼 완벽한 시너지를 창출했다. PIP랩스의 성공은 일반적인 블록체인 기업을 넘어 AI 시대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AI-Web3 융합'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스토리 프로토콜 핵심 기술은 IP를 정적이고 법률 문서에 갇힌 형태에서 벗어나 '프로그래밍 가능한 디지털 자산'으로 블록체인 위에 변환(On-chain)해 등록하는 것이다. 이 기술적 전환은 IP 소유권, 라이선스 조건, 그리고 핵심인 수익 분배 로직을 스마트 계약으로 자동화한다. 프로토콜에 등록된 IP는 사용하고자 하는 누구나 명시된 조건에 따라 즉시 라이선스를 획득할 수 있으며 IP를 활용해 수익이 발생하면 모든 기여자에게 자동으로 정산되는 투명한 시스템이 구축된다. 

이런 혁신적인 접근 방식은 기존 IP 관리 시스템의 근본적인 한계를 해결한다.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블록체인 기반 IP 시장에서 이미 8650개 이상의 컬렉션 시리즈에서 18.6억달러(2.5조원) 규모의 지식재산권 침해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디지털 자산 성장에 따라 IP 침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하게 증폭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스토리 프로토콜은 이런 폭증하는 디지털 IP 침해에 대한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프로그래밍 가능성'이라는 특징은 IP를 콘텐츠에서 'IP-Finance(IPFi)'와 같은 새로운 금융 자산 원천으로 확장시키는 잠재력을 갖는다. 향후 IP 가치 평가 및 담보 대출 등으로 이어져 PIP랩스가 IP 플랫폼 이상의 금융 인프라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는 중요한 포석이 된다.

스토리 프로토콜의 성장은 이미지 생성 AI 분야 글로벌 선두 주자인 스태빌리티 AI(Stability AI)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급격히 가속화됐다. AI 시대 핵심 문제인 '기여도 추적'을 블록체인 기술로 해결하려는 시장 침투 전략 일환이다.

양사는 오픈소스 AI 생태계 내에서 창작자들이 2차 창작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명확한 경로가 부족하다는 문제에 주목했다. 협력을 통해 데이터 제공, 프롬프트 입력 등 콘텐츠 생성 전 과정의 기여도를 블록체인에 투명하게 기록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정한 수익 분배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AI 기술 발전으로 기여도 추적 복잡성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스토리 프로토콜이 AI 기술 선두 주자들과 연합해 '출처 증명과 권리 귀속' 표준을 선점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실제 상용화 서비스도 가동 중이다. 현재 스토리의 블록체인 기술과 스태빌리티 AI 모델이 결합된 AI 이미지 리믹스 플랫폼 '마호진(Mahojin)'과 AI 창작 이커머스 플랫폼 '아블로(ABLO)'가 상용화 단계에서 운영되며 사용자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이런 협력은 오픈소스 AI 커뮤니티 내에서 스토리 프로토콜을 필수적인 인프라로 빠르게 자리매김하게 하고 있다.

PIP랩스는 엔터테인먼트 시장, 특히 K-콘텐츠 분야에서 교두보를 확보하고 있다. 올해 4분기에는 오스카 수상 스튜디오인 바른손과 협력해 영화, 음악 IP를 합법적으로 리믹스할 수 있는 'nPLUG Remix 플랫폼'을 출시할 예정이다. 영화 ‘기생충’ IP를 토큰화하는 이 시도는 120억달러 규모의 한국 K-콘텐츠 시장에서 팬 중심 경제를 활용하기 위한 핵심 전략이다. 

스토리 프로토콜이 AI 기술 선두 주자들과 연합해 표준을 선점할 경우 후발 주자들은 이 프로토콜을 채택할 수밖에 없는 종속 효과(Lock-in Effect)가 발생하며 이는 미래 IP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구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전망이다.

업계 전문가는 “PIP랩스는 단순히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기업을 넘어 AI 시대에 폭발하는 콘텐츠 기여도 문제를 해결하는 '디지털 IP 표준'을 선점하려는 야심찬 전략을 실행 중”이라며 “3조원에 달하는 기업가치는 이들이 제시한 AI-Web3 융합 솔루션이 미래 경제의 핵심 인프라로 기능할 것이라는 시장의 강력한 확신이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종효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