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 AI 로드맵 따른 글로벌 협력 본격화
정책 기대감과 현실 수요 간 괴리 극복해야
경쟁 심화·양산 능력 과제...수익성 확보 시급
기술 패권 전쟁이 심화하며 글로벌 혁신기업 육성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국내 산업 혁신 동력을 책임지는 중견·중소·스타트업·벤처기업은 한국 산업의 장기 경쟁력 확보를 위한 중요한 요소다. 불확실성이 팽배한 글로벌 경제 환경 속에서 국내 산업 혁신 지표를 형성하고 경제 역동성 엔진 역할을 하는 국내 기업들의 성장 과정과 리스크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 한스경제=김종효 기자 | 기술력 기반의 오픈 생태계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독보적 입지를 구축한 휴머노이드·자율주행로봇 제조사 로보티즈는 급변하는 로봇 산업 트렌드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글로벌 커뮤니티의 지지를 얻고 있다.
로보티즈는 '창의를 통한 가치창조'를 핵심 이념으로 삼아 상상을 현실로 미래를 오늘로 만드는 것에 전력을 다한다. 이는 로봇 기술이 인간의 안전, 오락, 교육 등 삶의 영역 전반을 확대해 인류의 번영을 향한 노력에 동참할 것이라는 시각을 반영한다. 창의교육을 통해 기술을 발전시키고 이 기술이 다시 사람에게 돌아가는 '문명의 선순환'을 로보티즈의 궁극적인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기술공유 네트워크'는 기업 성장에 필수적인 문화적 뿌리다. 로보티즈는 전 세계 개발자들에게 핵심 기술 노하우를 공개하고 로봇 기술 진입 장벽을 낮춤으로써 로봇 기업들의 생존 환경을 조성하고 시장을 선도하는 역할을 자처한다. 오픈소스 전략은 로보티즈에게 전 세계 로봇 개발 커뮤니티를 다이나믹셀의 충성 고객이자 비공식 연구개발(R&D) 파트너로 확보하는 효과를 가져다줬다. 이 선순환 구조는 비용 효율적인 기술 확산과 동시에 로보티즈 제품의 글로벌 표준화를 가속화하는 비즈니스 모델 핵심 동력이다.
로보티즈는 2025년 3분기 영업이익 2.2억원을 달성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국내외 피지컬 AI 회사들이 로보티즈 '다이나믹셀'을 선택하고 해외 주요 고객사들의 양산 레벨 전환이 이어지면서 액추에이터 매출이 급증한 덕분이다. 피지컬 AI 시장 성장에 따른 사업 모델의 건전성이 입증된 구조적 변곡점이다. 그동안 R&D 시장에 집중돼 있던 로보티즈의 사업 구조가 대규모 상용화 시장으로 확장되면서 안정적 수익 기반을 확보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25년 연간 기준으로 로보티즈는 보수적으로 추정해도 매출액 약 450억원 및 영업이익 흑자 전환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신규 제품 출시를 통한 액추에이터 부문 약 30% 성장과 자율주행 로봇 '개미'의 판매 기여(약 200대)를 가정한 수치다. 액추에이터 부문의 견고한 글로벌 성장이 흑자 기조를 유지하는 핵심 동력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로보티즈의 가장 공격적인 미래 전략은 하드웨어 공급자를 넘어 '액션 데이터 허브'로서 피지컬 AI 시대 핵심 인프라를 장악하는 것이다.
로보티즈는 통합 액추에이터인 다이나믹셀을 통해 로봇 관절 움직임에 대한 정밀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으며 이를 표준화하고 플랫폼화해 고부가가치 데이터 사업으로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글로벌 AI 로보틱스 트렌드가 특수 로봇에서 범용 로봇으로,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전환되는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전략이다. 액션 데이터를 표준화하면 전 세계 휴머노이드 개발자들이 로보티즈의 데이터 생태계에 의존하게 된다. 부품 기업에서 탈피해 로봇 산업의 '심장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데이터 기반 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해 로보티즈는 글로벌 최고 수준 인공지능 연구기관과 협력에 나섰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과 신체 지능(Physical Intelligence) 고도화를 위한 국제 공동 R&D 과제에 선정됐으며 최대 100억원 규모 정부 지원을 받아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다. 로보티즈의 하드웨어 기술과 MIT의 최첨단 AI 알고리즘을 결합해 액추에이터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실제 지능으로 변환하는 피지컬 AI 구현의 핵심 단계가 될 전망이다.
로보티즈는 피지컬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고정밀 매니퓰레이터(Manipulation)와 자율주행 로봇 서비스 사업화 및 현실화를 최우선 목표로 설정했다. 핵심 부품 사업 성과를 로봇 플랫폼 시장으로 확대하려는 수직 통합 전략 일환이다. 로보티즈는 이를 통해 휴머노이드 개발 및 사업화에 주력하는 'AI 워커(AI Worker)'의 핵심 기술을 제공하는 역할을 지속할 방침이다.
로보티즈는 중견 벤처기업으로서 아직 공식적인 ESG 경영 보고서를 발표하지 않았지만 기업의 철학과 기술에는 사회(S) 및 환경(E) 측면에서 긍정적인 요소들이 내포돼 있다.
로보티즈의 핵심 경영 이념인 '기술공유 네트워크'와 오픈소스 전략 은 로봇 기술 진입 장벽을 낮추고 전 세계 로봇 인재 양성 및 개발 생태계 확장에 기여함으로써 '기술 민주화'라는 중요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로봇 기술을 소수 대기업의 전유물이 아닌 글로벌 커뮤니티의 공유 자산으로 만들어 사회 전체 혁신 역량을 키우는 중요한 사회적 책임 이행 행위다.
또한 로보티즈 다이나믹셀은 고전압으로 구동되므로 효율이 높고 소비 전류가 낮도록 설계됐다. 다이나믹셀로 구성된 로봇 시스템 전반의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고 전력 소모를 줄이는 데 간접적으로 기여하며 친환경적인 로봇 운영 환경을 조성하는 데 일조한다.
다만 정책 기대감과 현실 수요 간 괴리는 풀어야 할 과제다. 현재 로보티즈 주가에 반영된 강세는 상당 부분 정부의 피지컬 AI 정책 수혜 기대감에 기인한 것으로 평가된다. 정책 발표 직후 나타나는 기대감이 실제 대규모 상용화나 수주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거나 휴머노이드와 자율주행 기술 상용화 속도가 시장 기대보다 늦어질 경우 주가 변동성 확대와 투자 심리 위축이라는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다. 즉 정책 기대감을 넘어선 실제 수주 계약 공시와 기술 실현 속도를 통해 시장 신뢰를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로보티즈는 R&D 시장에서 독보적이지만 전 세계 로봇 액추에이터 시장은 ABB, 지멘스, 로크웰 오토메이션 등 산업 자동화 분야의 거대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도 큰 산이다. 이들 글로벌 기업은 막대한 생산 능력과 자본력을 바탕으로 휴머노이드 시장 성장성을 확인하는 즉시 유사한 통합 모듈을 출시하거나 인수합병을 통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 로보티즈는 현재의 기술적 우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초소형·고정밀 부품 개발 에 집중하는 동시에 글로벌 거대 기업의 대량 생산 능력에 맞설 수 있도록 자사 생산 체제를 안정화하고 효율화해야 하는 이중 과제에 직면했다.
하드웨어 제조사에서 소프트웨어 및 데이터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은 로보티즈의 미래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도전이다. 액추에이터 판매는 안정적 매출 기반을 제공하지만 데이터 허브의 수익성은 데이터 품질, 표준화, 이를 활용한 AI 서비스 개발 능력에 달려있다. 로보티즈는 MIT와의 협력을 통해 AI 기술을 내재화하는 동시에 전 세계 개발자들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독점적 데이터 생태계를 구축하고 이를 성공적으로 유료화 모델로 전환해야 한다. 이 피봇이 로보티즈의 장기적인 시장 경쟁력을 영속화하는 핵심이다.
자율주행 로봇 '개미'의 상용화는 국내외 라스트 마일 배송 시장의 기술적 가능성을 열었으나 이 시장은 치열한 가격 경쟁이 상존한다. 로보티즈는 5세대 로봇 원가 절감 노력을 통해 시장 보급 속도를 높이려 하지만 대규모 보급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초기 투자 비용을 회수하며 로봇을 활용한 서비스 구독 모델 등 지속 가능한 서비스 수익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서비스 로봇 사업 부문 핵심 과제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흑자 전환을 통해 고질적인 벤처기업의 재무적 리스크를 벗어났고 피지컬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를 선점한 로보틱스가 '기술적 리더십'을 '시장 점유율'과 '수익성의 영속성'으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업계 전문가는 “액추에이터의 양산 능력을 안정화해 글로벌 거인들의 도전을 방어하고 동시에 액션 데이터를 통한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얼마나 빠르게 구축하고 수익화하느냐가 달린 향후 5년이 로보티즈의 운명을 결정지을 것”이라며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의 성공적인 피봇이 시장 경쟁력을 영속화하는 핵심”이라고 제언했다.
김종효 기자 sound@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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