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 | 새벽에 타멜시장과 주택가 골목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고 아침 식사 후 중세 네팔의 세 왕국 중 하나인 파탄으로 향한다. 카트만두서 남쪽으로 5km 떨어진 파탄은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17세기에 건립된 왕궁 도시로 색 바랜 황토색 옛 왕궁 건물에 사람들과 사원, 신상이 함께 거주하는 신의 도시이다. 중세풍의 이국적이면서도 고풍스러운 멋을 한껏 풍기는 게 오래된 미래에 와 있는 것 같다. 파탄은 잘 보전된 중세의 아름다운 건축물 속에서 사람들이 200~300년 전의 풍습과 질서, 사고방식을 유지
| 한스경제 | 무스탕과 마르디 히말 트레킹을 마치고 포카라에서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카트만두에 도착한다. 비행기 차창 밖으로 내려다보이는 은빛 히말라야는 언제 봐도 가슴 벅찬 장관이다. 달포 만에 다시 찾은 카트만두는 10여 차례 방문한 탓인지 언제 찾아도 고향 집을 찾아온 듯 친근하고 편안하다. 지진으로 처참하게 무너졌던 건물과 고대 종교문화유적은 많이 복구돼 본 모습을 되찾고 있다. 카트만두의 도로는 차와 오토바이와 사람이 뒤섞여 신호등이나 차선이 제 기능을 못 한다. 혼잡한 거리의 여유 공간은 간이 수선대에서 재봉틀을 돌리는
| 한스경제 | 오늘로 마르디히말 트렉의 걷기 일정이 모두 끝난다. 하산 후 포카라와 카트만두에서 3~4일 휴식을 취한 후 귀국한다. 내리막길에 거리도 짧아 점심은 포카라에서 먹기로 한다. 샌드위치에 밀크티 한잔으로 아침을 때운다. 간식용으로 삶은 감자와 계란을 은박지에 싸 배낭에 챙긴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여유 있게 롯지를 나선다. 계속 내리막길에 오랜만의 뜨거운 물 샤워와 얼큰한 닭볶음탕 생각에 발걸음이 깃털처럼 가볍다.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출발 때 한국인 부부가 운영하는 윈드 폴에 전화해 점심으로 닭도리탕을 미리 주문해 놓
| 한스경제 | 마차푸차레(Machapuchare.6,993m)는 세계 3대 미봉(美峰)에 꼽힐 정도로 아름답고 독특한 자태를 자랑한다. 또 힌두교 파괴와 창조의 신인 시바(Shiva)가 머무는 성산으로 네팔인들에게는 경외의 대상이 되고 있다. 네팔어로 '물고기 꼬리(Fish Tail)'를 의미한다. 날렵한 수직에 두 개로 갈라져 있는 독특한 이중 봉우리(쌍봉)가 마치 물고기의 꼬리를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Fish Tail'로도 불린다. 물고기 꼬리 모양의 검은 색 봉우리는 수직에 가까운 불규칙하고 날카로운 직벽과 능선, 빙벽으
| 한스경제 | 하이캠프(High Camp, 3,580m)는 나무가 거의 없는 벌거숭이 능선 위에 자리 잡고 있다. 마르디히말 베이스캠프로 가기 전 묵는 트레일의 마지막 롯지다. 우리의 헛간 수준으로 일부 롯지는 태양광 발전을 이용한 조명과 함께 유료로 충전이나 속도가 느린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다. 트레커들은 히말라야의 장엄한 일출과 아침햇살에 신비한 빛을 발하는 마차푸차레의 비경 감상을 위해 이곳서 하룻밤 머문다. 날씨가 좋지 않거나 체력 저하, 고산병 증세 등 컨디션이 나쁜 여행객들은 하이캠프에서 일출을 감상한 후 바로 하산
| 한스경제 | 새벽 추위에 부지런을 떨어 일출의 황홀경에 빠진다. 레스트 캠프도 손에 꼽히는 해돋이 명소다. 새벽 일출의 진홍빛 장관은 벅참이고 설렘이다. 그 잔상이 오래 아른거린다. 여명을 가르는 연분홍 아침 햇살에 마차푸차레가 오묘하면서도 은은한 색감을 발하며 신비로운 자태를 빛낸다. 안나푸르나 남봉 등 만년설의 히말라야를 감싸고 있는 구름바다에서 신들의 속삭임이 들리는 듯하다. 히말라야가 상서로운 여명의 마술에 걸린 듯 신비로운 자태로 신성을 발한다.오늘 아침도 롯지 방에서 누룽지를 끓여 김과 함께 먹는다. 식욕이 떨어진데다
[한스경제] 마르디히말 트레일을 걷다 보면 외국인보다 네팔인 트레커가 훨씬 많다. 히말라야 여느 트레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특이현상이다. ABC, EBC, 마나슬루 등 14좌 베이스캠프나 랑탕, 무스탕, 돌포 등 히말라야 오지 트레일을 다녀보면 네팔인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포카라에서 바로 올라올 수 있는 용이한 접근성도 있지만 신이 살고 있다는 성산 마차푸차레를 경배하기 위해 찾는 종교 차원의 네팔 순례자들이 많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침낭 속으로 스며드는 서늘함에 잠에서 깬다. 평지나 다름없는 해발 2,000m여서 그런지 호
[한스경제] 홈스테이 집 주인 부부와 함께 단체 기념사진을 찍고 마르디히말을 향해 첫발을 내딛는다. 사람 좋은 집 주인 부부가 큰 길가까지 배웅을 나와 헤어짐을 아쉬워한다. 모퉁이를 돌아서며 뒤돌아보니 아직도 그 자리에 서서 손을 흔들고 있다. 마음이 따뜻해진다. 마을을 벗어나니 완만한 흙산의 등성이 마루금 위로 길이 길게 뻗어있다. 길옆으로는 분홍색의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고 키 큰 선인장도 가끔 눈에 띈다. 걷기 좋은 초가을 날씨에 계단식 논밭은 밀, 벼, 보리, 메밀 등으로 온통 초록색이다. 숙영지까지는 15km 안팎에 완
김성태 사진작가의 새로운 여정, 마르디 히말 트레킹 연재를 선보입니다. 무스탕의 깊은 골짜기와 고요한 문화 속에서 삶의 본질을 탐구했던 그가, 이번에는 히말라야의 또 다른 비경, 마르디 히말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마르디 히말의 자연과 사람, 그곳에 깃든 이야기를 생생하게 기록한 이번 연재를 통해 독자들은 단순한 여행의 기록을 넘어, 걷는다는 행위가 주는 사유와 히말라야 산맥의 숨은 아름다움을 함께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김성태 작가의 글과 렌즈 속에서 펼쳐지는 마르디 히말의 세계를 따라 또 한 번 깊은 사색의 여정을 시작해보시기
[한스경제] 포카라시 외곽에 가까워지자 도로 양옆으로 염소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다. 2주 전 모습 그대로로 아직도 다샤인 축제 염소 시장이 파하지 않고 진행 중이다. 오후 4시 숙소인 카일라스 리조트에 도착해 여장을 푼다. 마르디 히말 트레킹 때 쓸 이소 가스와 장비 몇 개를 사고 한식집인 산촌 다람쥐에서 오랜만에 한식으로 식욕을 충족시킨다. 여사장님의 반가운 환대 속에 삼겹살과 김치찌개, 빈대떡에 소주를 곁들여 저녁을 맛있게 먹으며 쌓였던 무스탕 트레킹의 피로를 푼다. 식당서 혼자서 한 달 넘게 네팔 여행을 한다는 비구니스님을 만
[한스경제] 한국과 인연이 있는 제법 큰 호텔에서 오랜만에 단잠을 잔다. 객실 방바닥이 한국식으로 온돌방처럼 뜨끈뜨끈하다. 이 호텔은 한국대사관과 협약을 맺어 한국인 긴급피난처 호텔로 지정돼 있다. 네팔의 히말라야 구석구석을 다니 다 보면 산악인 엄홍길이 세운 학교나 한국대사관, 민간 단체와 자매결연 내지는 경제, 문화, 예술적 지원을 받은 마을과 그 내용을 적은 안내판을 종종 본다. 또 한국말로 인사하며 반갑게 맞아주는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 코리아 드림 얘기가 나올 정도로 취업은 물론 K팝, 드라마 등 K컬처에 대한 높은 관심과
[한스경제] 타루쵸 밑에 결가부좌하고 앉아 우주와 호흡한다. 사막 같은 건조함과 황량한 아름다움에서 피어나는 고독감, 비장감 마저 드는 적막감이 내 영혼을 감싼다. 바람에 펄럭이는 룽다와 타루쵸의 깃발 소리와 마니퇴 돌 틈 사이를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 소리가 삿된 마음에 얼룩졌던 내 마음을 씻어내는 것 같다. 나에게 무스탕 트레킹은 한 발 한 발 내딛는 육체의 발걸음을 넘어 마음을 정화하며 걷는 순례자의 고행길에 다름아니다. 자신을 들여다보며 깊숙이 숨어있던 자아를 만나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비신론자이지만 타루쵸의 펄럭이는 소리가
[한스경제] 트레킹의 마지막 코스인 묵티나트를 향해 출발한다. 해발 2,980m에서 4,077m까지 고도를 1,100m 가까이 올리며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타야 한다. 누적된 피로 속에 쉽지 않은 코스다. 장기간의 강행군으로 온몸이 물먹은 솜뭉치가 되면서 체력이 바닥을 드러낸다. 정신력도 방전이 심하다. 출발부터 발걸음이 천근만근이다. 그동안 못 느끼던 카메라 무게가 어깨와 가슴을 짓누른다. 그래도 어제 28km의 장거리에 4,000m가 넘는 고개를 서너 개 넘어서 그런지 오늘 가장 높은 규라(4,077m)를 넘는데 큰 부담을 못
[한스경제]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과 상상, 천변만화의 새로움, 약간의 불안감이 깃든 설렘... 오지여행의 묘미는 이질적이면서 낯설고 두려움 비슷한 떨림이 따르는 모험적 요소가 있어야 더욱 빛을 발한다. 오지여행은 한 시간 후, 내일 무슨 일이 벌어지고 어떠한 풍광이 펼쳐질지 모르는 예측 불허의 불확실성이 본질이다. 수시로 닥치는 위험한 돌발사태나 난관에서 느끼는 약간의 불안감, 짜릿한 스릴감은 온몸에 스파크를 일게 한다. 두근거림과 기대감도 함께 하면서... 오지여행을 통해 느끼는 멋이나 맛 중에 도전과 모험심, 극복 과정에서
[한스경제] 드디어 오늘 무스탕 트레킹 중 가장 길고 높고 힘든 코스를 걷는다. 탕게에서 추상까지 25km의 긴 거리에 4,182m의 파 패스를 비롯 4,000m 넘는 고개 서너 개를 넘어가야 한다. 사진까지 찍으며 걸으면 12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다. 안전과 충분한 시간 확보를 위해 꼭두새벽에 출발한다. 또 탕게 마을서 곧바로 1,000m 이상 고도를 높이며 가파른 계곡 등성이를 타야 한다. 초장에 난적을 만나 고소 적응은 물론 체력 안배에 각별하게 신경을 쓴다. 여기에 트레킹 막바지에 고개 정상에서 숙박지인 추상(2980m)까지
[한스경제] 죽을 둥 살 둥 가파른 고갯마루를 올라서자 야트막한 구릉들이 어울렁 더울렁 춤을 춘다. 수많은 구릉의 곡선들이 파도치듯 흐르며 거친 대지를 순화시킨다. 그 너머로는 은백색의 안나푸르나 연봉이 희미하게 스카이라인을 그리고 있다. 무스탕의 지형은 봉우리, 절벽, 계곡 등의 산세나 높낮이, 색감 등이 워낙 다양해 팔색조 같다. 시시각각 바뀌는 풍광은 보는 각도나 빛의 방향 등에 따라 카멜레온처럼 변한다. 바람이 대지를 쓰다듬듯 훑고 지나가면서 뿌연 흙먼지의 회오리가 하늘로 치솟는다. 용이 용트림 치며 온 천지를 뒤흔드는 것
[한스경제] 아침에 일어나니 온 세상이 은빛이다. 밤새 내린 눈으로 무채색의 황량한 산야가 설국으로 변했다. 눈이 내릴 계절이 아닌데 고도가 높은 데다 골짜기가 깊은 지형적인 영향 때문이 아닌가 싶다. 롯지 옥상에 오르니 지붕 가장자리에 쌓아놓은 장작더미에 눈이 소복하다. 눈 덮인 주위의 산들이 운무에 잠겨 아련하다. 곧 비라도 쏟아질 듯 먹장구름이 새벽하늘을 뒤덮고 있다. 건기 초입으로 노란색으로 물든 나무들이 흰 눈과 어울리며 환상의 풍경을 연출한다. 10여 일 삭막한 대지를 걸으며 메말라가던 마음에 습기가 스며들듯 촉촉함이 배
[한스경제] 저 멀리 디 마을이 아련하게 내려다보인다. 길가에 다 쓰러져 가는 불탑이 강한 모래바람 속에 홀로 서 있다. 외로워 보인다. 세상과 단절된 때 묻지 않은 원시의 자연생태계를 서너 시간째 혼자 걷는다. 무스탕의 깊고 텅 빈 계곡을 훑고 지나가는 바람 소리가 메마른 공허감으로 다가온다. 숨죽인 외로움에 짓눌려 터져 나오는 무스탕의 바람 소리는 절박한 비원(悲願)이 되어 전설로 남는다. 거칠게 휘몰아치는 바람에서 비릿한 태초의 날내와 삭막한 고독감이 묻어난다. 거친 흙바람이 한, 한숨, 아픔, 고통, 신성, 자비, 포용, 기
[한스경제] 로왕국의 매혹에 시간 가는 줄 모르게 4일을 보냈다. 과거 속으로 거슬러 고대 무스탕 왕국으로의 시간여행을 다녀온 듯 몽롱한 여운이 아직도 가시지 않는다. 로만탕에서의 4일은 설렘과 감동과 경탄의 연속이었다. 퇴락한 왕궁과 고대 곰파, 신비의 하늘 동굴 등 사라져간 무스탕 왕국의 흔적들과 마주하며 가슴 뛰는 색다른 경험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또 우리의 발길을 기다리고 있는 험준한 무인지대의 동쪽 트레킹에 대비, 호기심과 모험심, 체력을 가다듬은 시간이었다. 아침 식사를 서둘러 마치고 로만탕을 벗어나 티베트 전통 문양
[한스경제] 깊은 계곡 천애 절벽에 매달려 있는 비밀의 고대 콘촉링 동굴사원(Konchok Ling, 4,100m)을 찾아 나선다. 이 동굴사원을 탐사하려면 근처에 있는 바르차 마을에 들러 1,000루피의 입장권을 사고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야 한다. 입장권을 사면 이곳 주변 세 군데의 동굴유적지를 무료로 방문할 수 있다. 바르차마을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부부가 콘촉링 사원의 문 열쇠를 보관, 관리하면서 가이드 역할을 한다. 남편이 자리를 비워 아낙네가 열쇠를 들고 우리를 따라나선다. 영어를 할 줄 모르지만 손짓 발짓으로 척척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