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가솔린 모델 대비 공간성·정숙성·안정감은 '한 수 위'
전기 파워트레인이 만든 경쾌한 가속력, 개선된 주행 밸런스
보조금 적용 시 2000만원 중반대 구입 가능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의 외관./곽호준 기자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의 외관./곽호준 기자

| 한스경제=곽호준 기자 | 기존 내연기관 캐스퍼와는 완전히 다른 차다. 전기차로 거듭난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은 기존 경차 모델에서 드러났던 단점을 상쇄하며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한다.

캐스퍼 일렉트릭의 인기가 대단하다. 출시 1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출고 대기 고객이 넘치는 실정이다. 현대차 대리점에 문의한 결과 캐스퍼 일렉트릭의 프리미엄과 인스퍼레이션 트림의 대기 기간은 무려 1년 4개월, 크로스는 14개월에 달한다.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의 외관./곽호준 기자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의 외관./곽호준 기자

중고차 시장도 마찬가지다. 엔카에 따르면 캐스퍼 일렉트릭의 평균 판매일은 25일로 한 달이 채 걸리지 않는다. 중고가는 평균 2000만원 후반대에 형성돼 있어 사실상 신차급 가격이다.

이만한 인기에는 분명 이유가 있는 법이다. 마침 렌터카로 캐스퍼 일렉트릭을 체험할 기회가 생겼다. 따끈따끈한 신차 컨디션의 미디어용 시승차가 아닌 중고차지만 오히려 잘 됐다. 누적 주행거리 30000km가 넘은 차량이라 보다 현실적인 평가가 가능하기 때문. 과연 1년이 넘는 출고 대기를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을까.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의 외관./곽호준 기자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의 외관./곽호준 기자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의 전면./곽호준 기자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의 전면./곽호준 기자

겉모습은 기존 모델보다 한층 깔끔하다. 전기차답게 앞쪽 그릴의 촘촘한 구멍은 유광 아크릴 패널과 충전구로 채웠다. 패널 양옆에는 네 개로 분할한 원형 주간주행등(DRL)으로 소소한 멋을 부렸다. 이른바 '파나메트릭 픽셀' 그래픽을 적용한 턴 시그널 램프가 포인트. 아이오닉 시리즈와 스타리아에도 쓰인 이 패턴은 캐스퍼 일렉트릭의 귀여운 외모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의 파나메트릭 픽셀 '턴 시그널 램프'(위)와 네 개로 분할된 원형 '주간주행등(DRL)'의 모습./곽호준 기자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의 파나메트릭 픽셀 '턴 시그널 램프'(위)와 네 개로 분할된 원형 '주간주행등(DRL)'의 모습./곽호준 기자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의 후면./곽호준 기자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의 후면./곽호준 기자

뒷모습도 마찬가지. 리어램프는 네모난 픽셀 패턴으로 빼곡히 채웠다. 전기차임을 강조하듯 전원 콘센트를 형상화한 방향지시등은 개성 넘친다. 다만 이 차에 끼워진 15인치 알로이 휠은 옥에 티. 아무리 기본 탑재되는 휠이라지만 캐스퍼의 외모와 상반되는 투박한 디자인은 마이너스 요소다. 

캐스퍼 오너들 중에는 효율을 위해 15인치 휠로 '인치 다운'을 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하지만 이 휠은 그 선택을 망설이게 할 만큼 캐스퍼의 외모와는 어울리지 않다. 휠 디자인만 개선해도 효율과 스타일 모두 잡을 수 있는 구성으로 완성될 듯하다.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의 측면과 15인치 휠&타이어의 모습./곽호준 기자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의 측면과 15인치 휠&타이어의 모습./곽호준 기자
(왼쪽부터)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와 '캐스퍼 가솔린 모델'의 외관./곽호준 기자
(왼쪽부터)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와 '캐스퍼 가솔린 모델'의 외관./곽호준 기자

캐스퍼 일렉트릭은 경차가 아니다. 비록 경차에서 파생됐지만 차체가 커지면서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로 분류된다. 캐스퍼 일렉트릭의 차체는 길이 3825㎜, 너비 1610㎜, 높이 1575㎜, 휠베이스는 2580㎜. 기존 모델(길이와 너비, 휠베이스 3595x1595x2400㎜)과 비교해 높이만 같을 뿐 전반적으로 크게 확장됐다.

커진 체격 탓에 경차 혜택은 제외됐다. 다만 보조금을 포함한 전기차 혜택은 그대로 적용돼 그 격차를 일정 부분 메워주는 만큼 아쉬움은 크지 않다. 

(왼쪽부터) 현대차 '캐스퍼 가솔린 모델'과 '캐스퍼 일렉트릭'의 후면./곽호준 기자
(왼쪽부터) 현대차 '캐스퍼 가솔린 모델'과 '캐스퍼 일렉트릭'의 후면./곽호준 기자
(왼쪽부터) 현대차 '캐스퍼 가솔린 모델'과 '캐스퍼 일렉트릭'의 측면./곽호준 기자
(왼쪽부터) 현대차 '캐스퍼 가솔린 모델'과 '캐스퍼 일렉트릭'의 측면./곽호준 기자

돋보이는 점은 180㎜ 길어진 휠베이스. 확실히 기존 모델보다 실내와 적재 공간이 넓어졌다. 뒷좌석 레그룸에 80㎜, 트렁크는 100㎜가 배분됐기 때문. 뒷좌석 무릎공간은 평균 키의 성인 남성이 앉아도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여유롭다. 트렁크 바닥 커버를 드러내면 추가 수납공간이 확보돼 여행용 캐리어처럼 부피가 큰 짐도 어렵지 않게 실을 수 있다.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의 적재공간./곽호준 기자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의 적재공간./곽호준 기자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의 2열 뒷좌석./곽호준 기자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의 2열 뒷좌석./곽호준 기자

인테리어의 변화도 뚜렷하다. 센터패시아에 있던 변속기 레버는 스티어링 휠 뒤편에 칼럼식으로 바꾸며 공간 활용도가 한층 좋아졌다. 예컨대 센터패시아 하단에 스마트폰 무선 충전 기능을 더한 수납공간을 추가했다. 그 바닥에는 '실내 전력 공급(V2L)' 기능까지 마련해 공간 활용의 '끝판왕'임을 보여준다.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의 1열 실내./곽호준 기자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의 1열 실내./곽호준 기자
1열 센터패시아 하단에 위치한 '캐스퍼 일렉트릭'의 '실내 V2L' 기능./곽호준 기자
1열 센터패시아 하단에 위치한 '캐스퍼 일렉트릭'의 '실내 V2L' 기능./곽호준 기자

또 다른 변화는 바로 스티어링 휠이다. 왼쪽 하단엔 드라이브 모드 버튼을, 회생제동의 강도를 직관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패들 시프트도 달아놨다. 강도는 총 5단계까지 나눠 세밀한 조절이 가능하며 가속 페달만으로 가·감속·정차까지 이어지는 '아이페달' 기능도 지원한다.

사실 차체가 커진 결정적인 이유는 배터리 때문. 공간감을 넓히는 목적도 있지만 충분한 주행 거리를 확보하려면 그에 맞는 배터리 용량이 요구된다. 이 차의 트림인 인스퍼레이션은 용량 49kWh 삼원계(NCM) 배터리와 최고출력 85.4kW(115마력), 최대토크 147Nm(15kg·m)를 발휘하는 싱글 모터가 맞물린다.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의 계기판 회생제동 레벨(강도) 정보./곽호준 기자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의 계기판 회생제동 레벨(강도) 정보./곽호준 기자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의 엔진룸./곽호준 기자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의 엔진룸./곽호준 기자

제원상 출력은 무난한 변화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전기차의 모터 특성상 순간 가속력이 가솔린 모델과는 차원이 다르다. 차체 무게는 1300kg로 기존(1050kg)보다 무거워졌음에도 출발과 저속에서의 가속감은 훨씬 경쾌하다.

다만 여느 전기차처럼 고속 영역에서는 한계가 뚜렷하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아도 속도계의 바늘을 더 올리기 어렵다. 또 급경사에서는 다소 힘에 부치는 모습을 보이지만 일상 주행에 불편함으로 느껴질 정도는 아니다.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의 외관./곽호준 기자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의 외관./곽호준 기자

주행 안정감이 특히 돋보인다. 가솔린 모델과 비교해 차체 안정성이 확실히 좋다. 무게중심이 높은 SUV의 구조적 한계를 바닥에 깔린 배터리 팩이 보완했다. 덕분에 차량 밸런스도 기대 이상이다. 주로 경차의 약점으로 손꼽히던 고속 직진 안정성 저하와 강한 제동 시 앞머리가 깊게 숙여지는 ‘노즈다이브’ 현상도 크게 개선됐다.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의 외관./곽호준 기자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의 외관./곽호준 기자

승차감도 같은 맥락으로 설명할 수 있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전기차답게 제법 단단한 서스펜션을 지녔다. 그런데 노면에서 전달되는 충격과 진동이 기존 모델 대비 한층 정제된 느낌이다. 이 차의 서스펜션 스트로크(범위)를 넘는 높은 요철 등을 빠른 속도로 지나가지 않도록 주의만 하면 된다. 게다가 조용하다. 가솔린 모델 카파 엔진 특유의 '덜덜' 거리는 소음과 진동은 사라지고 조용한 전기 파워트레인의 정숙성 덕분에 훨씬 고요해졌다.

계기판상 100% 완충 기준으로 주행 가능 거리 452km를 달릴 수 있다고 하지만 실주행 거리는 300km대 중후반으로 예상된다./곽호준 기자
계기판상 100% 완충 기준으로 주행 가능 거리 452km를 달릴 수 있다고 하지만 실주행 거리는 300km대 중후반으로 예상된다./곽호준 기자
실제 270km를 주행한 결과 계기판에 입력된 전비는 8km/kWh로 기록됐다./곽호준 기자
실제 270km를 주행한 결과 계기판에 입력된 전비는 8km/kWh로 기록됐다./곽호준 기자

다 좋은데 주행거리가 짧다고 생각할 수 있다. 캐스퍼 일렉트릭의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는 인스퍼레이션 트림 15인치 휠 기준 315km이다. 이 차로 270km를 달리는 동안의 배터리 소모량은 총 70%. 이를 환산하면 1%당 약 3.9km를 달린 셈이다. 이는 완충 기준으로 300km대 중후반대도 충분히 주행 가능한 수치다. 따라서 웬만한 국내 주행 환경에서는 큰 스트레스 없이 달릴 수 있는 실주행거리를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심지어 전비도 좋다. 주행 중 기록한 전비는 kWh당 8km였다. 특별히 효율을 의식하지 않고 도로 흐름에 맞춰 달렸음에도 공인 수치(6.2km/kWh)를 웃도는 수준을 보였다.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의 외관./곽호준 기자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의 외관./곽호준 기자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의 외관./곽호준 기자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의 외관./곽호준 기자

국내 판매 가격은 세제혜택 적용 시 기준 ▲프리미엄 2787만원 ▲인스퍼레이션 3137만원 ▲크로스 3337만원이다. 정부 및 지자체 보조금을 적용하면 기본 트림은 2000만원 중반대에 구입 가능하다. 다만 이 차를 얻기 위해 1년 이상 기다려야 하는 출고 대기 기간은 큰 인내심이 요구된다.

곽호준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