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뛰어든 시장 경쟁, 서비스 차별화해야
스테이블코인 국제 규제 선제적 대응책 마련
기술 패권 전쟁이 심화하며 글로벌 혁신기업 육성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국내 산업 혁신 동력을 책임지는 중견·중소·스타트업·벤처기업은 한국 산업의 장기 경쟁력 확보를 위한 중요한 요소다. 불확실성이 팽배한 글로벌 경제 환경 속에서 국내 산업 혁신 지표를 형성하고 경제 역동성 엔진 역할을 하는 국내 기업들의 성장 과정과 리스크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 한스경제=김종효 기자 | 해외 결제 및 송금 서비스(B2C)와 기업 고객을 위한 클라우드 기반 지불 결제 IT 인프라 및 시스템 제공(B2B)으로 금융 서비스를 혁신하면서 스테이블코인이라는 미래 금융 핵심 영역으로 진출하는 트래블월렛의 주요 과제는 바로 재무 건전성이다.
트래블월렛은 꾸준히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 2021년 국내 유수 대형 금융사들이 참여한 188억원 규모 시리즈B 투자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자기자본 규모를 260억원으로 확대했다. 이어 2023년에는 197억원 규모 시리즈C 투자를 유치해 당시 누적 투자유치 금액은 총 500억원에 달했다.
주목할 점은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로부터 신주 발행이 아닌 구주 거래 방식으로 투자를 유치했다는 것이다. 구주 거래는 스타트업 투자에서 흔치 않은 방식이다. 트래블월렛은 신주 발행을 최소화하고 기존 투자사들의 구주 거래를 적극 지원함으로써 주주 가치를 극대화하고 주식 유동성을 높이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상장 전까지 지분 매각이 어려운 스타트업 투자의 단점을 보완하며 투자자들이 필요할 때 언제든지 지분을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김형우 대표의 경영 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장기적인 기업 가치 상승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까지 트래블월렛의 총 누적 투자액은 700억원 규모에 이른다.
해외 결제 시장 성장에 따라 다양한 경쟁사들이 트래블월렛과 유사한 트래블카드를 출시하며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주요 경쟁사로는 하나카드 트래블로그, 토스뱅크 토스뱅크 체크카드, 신한은행 신한 쏠트래블 카드 등이 있다.
트래블월렛은 연동 은행에 제한이 없고 가장 많은 46종의 통화를 지원한다는 점에서 강점을 가진다. 다만 환전 수수료 무료 혜택이 달러, 유로, 엔화에 한정된다는 점은 트래블로그가 모든 지원 통화에 대해 100% 환율 우대를 제공하는 것과 비교될 수 있다. 외화 충전 한도와 ATM 출금 한도는 경쟁사 대비 낮은 편으로 고액 결제나 출금이 필요한 사용자에게는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토스뱅크의 원화 재환전 수수료 무료, 신한 쏠트래블의 공항 라운지 혜택 등 경쟁사들이 제공하는 추가 혜택에 대응해 트래블월렛만의 차별화된 가치를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럼에도 트래블월렛은 82.3%의 높은 고객 만족도를 기록하며 트래블로그와 함께 시장에서 가장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수수료 무료 혜택 외에도 앱 편의성, 카드 활성화·비활성화 기능, 이상 거래 탐지 시스템 등 전반적인 서비스 경험이 사용자들에게 큰 만족감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트래블월렛 직원 대다수는 개발 인력이다. 회사의 핵심 경쟁력을 기술 개발에 두고 있다는 뜻이고 회사가 지속적인 제품 개선, 신규 서비스 개발, 복잡한 기술적 난제 해결에 집중하고 있다는 의미다. 트래블월렛의 핵심 서비스인 '3무 혜택'과 클라우드 기반 금융 인프라 구축, 여기에 최근의 스테이블코인 개발까지 모든 혁신적인 움직임은 강력한 개발 역량을 기반으로 한다.
이런 기술적 혁신을 바탕으로 트래블월렛은 인상적인 매출 성장을 기록했으나 수익성 측면에서는 여전히 투자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트래블월렛 매출액은 592억3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156.90%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폭발적인 외형 성장을 이뤘다. 2021년 3억3806만원에서 시작해 매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결과다.
그러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302억2000만원과 -221억2000만원으로 적자 폭이 확대됐다. 공격적인 시장 확대와 기술 개발 투자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총자산은 3359억900만원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외부 투자 유치와 사업 확장에 따른 자산 증가로 해석된다.
다만 905.11%에 달하는 높은 채무 비율과 9.95%의 자기자본 비율은 재무 건전성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으로 지적될 수 있다. 이는 성장 초기 기업이 흔히 겪는 현상이지만 향후 수익성 확보를 통한 재무 구조 개선이 필수적이다. '수수료 제로' 모델은 고객 유치에 효과적이었지만 수익 모델 다각화와 효율적인 비용 관리를 통해 흑자 전환을 이루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한 리스크도 안고 있다. 아발란체와의 스테이블코인 공동 개발은 트래블월렛의 미래 비전을 보여주는 대담한 시도지만 동시에 상당한 규제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다. 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스테이블코인이 불법 암호화폐 활동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급증했다고 밝히며 규제 정비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대규모로 사용돼 예금을 대체하거나 중앙은행 화폐 기반 금융 시스템의 기능에 제약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또한 가상자산이 지급 수단으로 사용될 경우 시세 급락, 환불 불가 등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 우려가 크며 이에 대한 법적 구제 장치가 미비한 상황이다.
트래블월렛은 ‘규제 친화성’을 기반으로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으나 급변하는 국내외 규제 환경에 대한 면밀한 대응과 선제적 준비가 필요하다.
트래블월렛은 일본을 시작으로 미국 시장까지 진출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해외 시장은 국내와는 다른 규제 환경, 경쟁 구도, 소비자 니즈를 가지고 있어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는 현지화 전략과 강력한 파트너십이 요구된다. 국내 핀테크 기업의 글로벌 진출 성공 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트래블월렛의 글로벌 확장 전략은 중요한 도전 과제가 될 것이다. B2B 솔루션 사업의 글로벌 확장은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지만 복잡한 국제 금융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과 자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과제들 속에서도 트래블월렛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환경, 사회, 지배구조 측면에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트래블월렛은 환경 보호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갖고 있다. 여행이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줄이기 위해 종이 기반의 환전 과정과 불필요한 자원 낭비를 줄이고 서비스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 집중시켰다. 은행을 방문해 환전할 때 자연스레 오가는 영수증, 바우처 등 인쇄물이 필요 없어지며 애플리케이션 채널을 통해 화석 연료 사용을 감소시킬 수 있는 교통수단 이용을 장려하는 메시지를 발신하기도 한다.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는 글로벌 투어리즘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자 여행자들이 지역 경제에 직접 기여하도록 선불카드 사용을 장려한다. 선불카드는 현지 상인과 서비스 제공업체들을 위한 신뢰할 수 있는 지불 수단이 되고 동시에 여행자의 거래가 카드사에만 종속되지 않게 된다는 점에서 금융 포용성이 커지는 결과를 가져온다. 국경을 넘나드는 여행의 연결고리로서 트래블월렛은 사용자가 하나의 플랫폼으로 전 세계 여러 국가의 화폐와 지역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게 해 언어적, 문화적 장벽 없이 금융 거래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국내에서의 볼룬투어, 플러깅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어 관광객이 선한 영향력을 펼칠 수 있는 체험형 관광을 증진시키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트래블월렛은 지배구조 측면에서 투명성과 압도적인 규제 준수를 실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플랫폼을 통해 이뤄지는 모든 금융 활동에 있어 사용자들이 상세한 추적과 감사를 할 수 있게 한다. 트래블월렛 카드는 연회비 없이 쉽게 접근 가능하며 환전 수수료부터 인출 한도까지 모든 조건을 명확히 공시하고 사용자들의 선택이 글로벌 시장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정보를 제공한다. 금융 산업에서의 신뢰성을 강화하고 전 세계 사용자들에게 진정성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삼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전문가는 “트래블월렛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명확한 편”이라며 “‘해외여행객 필수품’을 넘어 금융의 미래를 재설계하려는 야심찬 목표를 밝힌 만큼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고 기술력과 혁신적인 비전을 바탕으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다면 글로벌 핀테크 시장을 선도하는 핵심 플레이어로 비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종효 기자 sound@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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