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기반의 성장 위한 선제적 투자 필요성
기술 종속성·빅테크 경쟁...법규 대응도 과제
기술 패권 전쟁이 심화하며 글로벌 혁신기업 육성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국내 산업 혁신 동력을 책임지는 중견·중소·스타트업·벤처기업은 한국 산업의 장기 경쟁력 확보를 위한 중요한 요소다. 불확실성이 팽배한 글로벌 경제 환경 속에서 국내 산업 혁신 지표를 형성하고 경제 역동성 엔진 역할을 하는 국내 기업들의 성장 과정과 리스크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 한스경제=김종효 기자 | 생성형 AI 영상 플랫폼 ‘캐럿’을 통해 사용자를 확보하고 ‘캐럿 Biz’를 통해 기업 고객까지 범위를 넓힌 패러닷의 최종 목표는 여전히 ‘촬영이 필요한 모든 순간 캐럿을 찾도록’ 만드는 것이다.
목표 달성을 위해 패러닷은 AI 에이전트 기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사용자가 텍스트 명령만으로 콘텐츠 기획부터 제작 전 과정을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계획이다.
패러닷은 또한 인공지능(AI)을 통한 창의성 발산 지원을 확대할 예정이다. 올해 레이블 EMA 소속 아티스트 불고기디스코의 곡 ‘B with U’ 비주얼라이저 제작을 AI 기술로 지원한 사례는 패러닷이 인디 뮤지션 등 창작자들의 제작 비용 부담을 줄여주고 창의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돕는 사회적 기여 모델을 구축하려는 의도를 보여준다. AI가 엔터테인먼트 및 미디어 산업에서 실질적인 창작 도구로 자리 잡는 흐름을 패러닷이 주도하겠다는 선언과 같다.
패러닷의 성장 가능성은 B2B 시장의 거대한 수요에서 폭발적으로 증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상반기 방송·영상 산업의 30.8% AI 활용률은 기업들의 콘텐츠 제작 파이프라인 혁신 수요가 막대함을 증명한다. 캐럿 Biz가 제공하는 75%의 비용 절감 혜택은 기업들의 AI 솔루션 도입을 가속화하는 강력한 유인책이다.
패러닷의 성공은 글로벌 AI 모델 기술 자체에 의존하기보다 영상 립싱크, 맞춤형 학습 등 기술을 한국 시장에 최적화하고 구독형 SaaS(Software as a Service) 모델로 효율적으로 판매하는 능력에 있다. B2B 영역에서 ‘AI 미디어 통합 솔루션’으로 성공적으로 포지셔닝한다면 현재 패러닷이 이뤄낸 8억원 연간 순환 매출(ARR)은 단기 내 100억원 이상으로 급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이는 곧 패러닷이 스타트업에서 유니콘 기업으로 도약할 강력한 성장 동력으로 분석된다.
ARR 8억원 달성은 성공적인 초기 지표지만 유니콘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수익성이 높은 B2B 솔루션인 캐럿 Biz 매출을 얼마나 안정적이고 빠르게 확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LG유플러스와의 계약은 긍정적 시그널이지만 B2B 로드맵에 맞춰 꾸준히 신규 대기업 고객을 유치하고 각 기업의 커스터마이징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해야 하는 지속적인 과제가 있다.
패러닷은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을 기업 브랜딩 및 가치 창출의 일환으로 인식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도 재활용 사진 응모 이벤트 등 재활용을 통한 ESG 브랜딩 이미지 제고 방안을 마케팅 전략에 포함시키는 등 팀원 간의 건강한 토론과 갈등 해소를 통해 ESG 활동을 추진한 사례가 있다.
또한 인디 아티스트의 비주얼 제작을 지원하고 창작자 비용 부담을 줄여주는 활동은 사회적 가치 창출의 명확한 예시다. AI 기술이 창작 경제에 기여하고 소외된 창작자들에게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 형태다.
AI 생성 영상 콘텐츠의 급증은 기술적 혁신과 동시에 중대한 윤리적 도전 과제를 야기한다. 패러닷처럼 인물 중심 콘텐츠와 립싱크 기능을 제공하는 플랫폼은 초상권 무단 사용, 현실과 허구의 경계 혼동, 딥페이크 악용 가능성 등 윤리적 리스크에 직접적으로 노출된다.
현재 EU AI 법안 등은 생성형 AI 개발 업체에 대해 콘텐츠 제작에 사용된 저작권 보호 자료를 의무적으로 공시하고 원작자에게 수익을 분배할 것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런 규제 환경 변화와 윤리적 책임은 패러닷의 지속적인 성장에 있어 필수 선결 과제다.
패러닷의 성장은 사용자 데이터와 글로벌 모델 기술에 크게 의존한다. 만약 개인의 동의 없이 초상권이 침해되거나 저작권 분쟁이 발생한다면 이는 단기적 신뢰 하락을 넘어 법적 소송 및 서비스 중단 등 치명적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AI 윤리 및 저작권 문제 외에도 AI 학습 데이터에 대한 저작권 분쟁은 올해 하반기 들어 업계의 가장 큰 법적 위험 중 하나다. EU 및 한국 규제 환경이 저작권 공시 의무화 및 수익 분배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현실화될 경우 패러닷은 플랫폼이 활용하는 모든 콘텐츠 학습 데이터에 대한 투명성을 확보해야 하는 막대한 법적 부담을 지게 된다.
특히 ‘인물 학습’ 및 ‘영상 립싱크’와 같은 핵심 기술은 악의적인 딥페이크 생성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 유해 콘텐츠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기술적, 제도적 방패막이를 구축하고 규제 당국과의 협력을 통해 책임감 있는 기술 사용을 입증하는 것이 패러닷에게 남겨진 중요한 과제다.
따라서 패러닷은 사용자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명확한 동의 절차, AI 생성 콘텐츠의 투명한 표기, 딥페이크 등 유해 영상 생성과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강력한 탐지 도구 개발 등 ‘책임감 있는 AI(Responsible AI)’ 가이드라인을 선제적으로 정립하고 투자해야 한다.
패러닷이 자체 거대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 막대한 자원을 쏟기보다 이미 검증된 글로벌 선도 모델들을 통합해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기술 집합체(Aggregator) 모델을 통해 비용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B2B 시장에 빠르게 진입한 것은 강력한 강점이나 이는 동시에 근본적인 기술 종속성 리스크를 내포한다. 오픈AI GPT-4o나 구글 Veo와 같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파운데이션 모델의 개발 속도와 성능 면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만약 핵심 기술 공급자들이 라이선스 정책을 갑작스럽게 변경하거나 자체 B2B·B2C 솔루션을 공격적으로 출시해 가격 경쟁을 심화시킬 경우 패러닷의 가장 큰 경쟁 우위인 ‘75% 비용 절감’ 효과가 희석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 시장 선두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핵심 기술 종속성을 점진적으로 줄이거나 UX, 크리에이터 수익화 모델 도입 등 압도적인 애플리케이션 계층 혁신을 통해 기술 제공자의 시장 진입을 방어할 수 있는 독점적 해자(Moat)를 구축해야 하는 숙제가 남아있다.
또한 국내 시장에서의 성공을 발판 삼아 글로벌 시장 확장은 필수적이다. 업계 전문가는 “다만 글로벌 시장에는 이미 런웨이, 스냅챗 등 강력한 경쟁자들이 포진하고 있어 패러닷이 국내 시장에서 검증된 크리에이터 경제 모델을 어떻게 현지화하고 글로벌 기술 경쟁자들 사이에서 차별성을 유지할지가 패러닷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대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글로벌 확장과 기술 종속성 리스크 타파가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패러닷은 천장 없는 성장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김종효 기자 sound@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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