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에 적극 참여, 지속 가능 성장 위한 로드맵
손실 확대...수익성 개선·재무 건전성 확보 필요
기술 패권 전쟁이 심화하며 글로벌 혁신기업 육성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국내 산업 혁신 동력을 책임지는 중견·중소·스타트업·벤처기업은 한국 산업의 장기 경쟁력 확보를 위한 중요한 요소다. 불확실성이 팽배한 글로벌 경제 환경 속에서 국내 산업 혁신 지표를 형성하고 경제 역동성 엔진 역할을 하는 국내 기업들의 성장 과정과 리스크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한스경제=김종효 기자] 국내 인공지능(AI) 산업 핵심 주자 업스테이지는 기술력과 비전을 바탕으로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고 광폭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확장하며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런 투자 유치와 파트너십은 업스테이지가 글로벌 AI 시장에서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전략 핵심 축으로 작용한다.
업스테이지는 설립 3년 반 만에 1400억원에 달하는 누적 투자금을 확보하며 시장의 높은 기대를 증명했다. 지난해에는 국내 주요 기관들이 대거 참여한 1000억원 규모 시리즈 B 투자를 성공적으로 유치했다. 2021년 유치했던 시리즈 A 투자(316억원) 대비 3배 가량 증가한 수치로 업스테이지의 기술력과 사업성에 대한 시장의 강력한 신뢰를 보여준다. '도큐먼트 파스'의 성공적인 시장 안착과 '솔라'의 사업성 및 기술적 역량을 글로벌 무대에서 증명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업스테이지는 SK네트웍스, KT, 다올티에스, LG전자, 폴라리스오피스, 퓨리오사AI 등 다양한 산업 분야 선도 기업들과 국내 AI 생태계 확장을 위한 전략적 협력을 맺고 AI 인프라부터 애플리케이션까지 아우르는 통합 AI 플랫폼 사업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이런 파트너십을 통해 업스테이지는 국내 AI 산업 핵심 인프라 제공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업스테이지는 2025년을 AI가 거의 모든 영역에서 인간을 넘어서는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고성능 엔진을 기반으로 '일의 미래(Future of Work)'를 만들어가는 데 집중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경제활동인구의 업무 생산성이 단 1%만 향상돼도 연간 14조원의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분석에 기반한 것으로 AI가 산업 전체 업무 구조를 혁신할 핵심 인프라가 될 것이라는 믿음을 담고 있다.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업스테이지는 구체적인 기술 및 사업 로드맵을 가지고 있다. 범용 LLM이 아닌 산업 맞춤형 소형언어모델(SLM)에 집중해 GPU 한 장으로도 구동 가능한 경량 모델 개발에 성공했으며 330억개(33B) 사이즈로 확장한 '솔라 프로 1.5' 버전과 오픈AI o 시리즈, 딥시크 R1에 준하는 추론 모델을 공개한다. 또한 OCR과 LLM을 융합한 멀티모달 모델 '솔라DocVLLM'을 공개해 문서에서 주요 정보를 추출하고 보고서를 자동 작성하는 과정을 단일 플랫폼에서 처리할 계획이다.
업스테이지는 글로벌 AI 시장에서 'K-AI' 리더십 강화를 위해 미국, 일본, 동남아 등 해외 거점 확장을 통해 글로벌 생성형 AI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 현지 법인 '업스테이지 AI'를 설립하고 공동 창업자인 박은정 CSO를 대표로 선임하며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했다. 또 홍콩 지사를 설립해 우수한 중국 인력을 흡수하고 글로벌 인재를 확보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으며 일본 도쿄에 현지 사무소를 개소하고 일본 챗봇 스타트업 카라쿠리와 공동 개발한 일본 엔터프라이즈 특화 소형언어모델(SLM) '신(Syn)'을 통해 금융, 헬스케어, 제조, 법률 등 산업별 맞춤형 AI 솔루션 개발을 지원하며 일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태국 지역 통신사와 기술이전 계약을 맺고 태국어 특화 LLM을 공급하며 국내 최초의 해외 소버린 AI(주권 AI) 구축 사례를 만들기도 했다.
업스테이지는 혁신적인 기술력만큼이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ESG 경영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기업의 본업과 연계된 방식으로 ESG 경영을 실천하며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 가치를 높이고 사회적 신뢰를 구축하는 중요한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KT와 'ESG 지속가능 경영을 위한 AI 기반 페이퍼리스DX 사업협력 MOU'를 체결해 기업의 ESG 공시 의무화에 맞춰 전자문서 전환 및 저장 수요를 공략하고 업스테이지의 AI OCR 기술(다큐먼트 AI 팩)을 활용해 불필요한 종이 문서 배출을 최소화하며 자원 낭비를 줄이는 데 기여한다. 업스테이지의 핵심 기술이 환경 보호라는 사회적 가치 창출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모범 사례다.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함께 교육 및 공익 분야의 AI 도입 가속화를 지원하는 'AI 이니셔티브'를 출범하기도 했다. 국내 AI 혁신이 기업을 넘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공익사업 및 교육 분야 AI 도입을 지원하는 사회 공헌 활동이다. AI 기술 혜택을 사회 전반에 확산시키고 미래 AI 인재 양성에도 기여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업스테이지는 'K-AI' 선두 주자로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여러 도전과 과제가 존재한다.
글로벌 AI 시장은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빅테크 기업들의 막대한 자본력과 기술력으로 인해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중국 딥시크와 같은 저비용 AI 모델들이 등장하며 시장의 가격 경쟁 또한 심화되고 있다. 업스테이지는 해외 진출을 필수 불가결한 요소로 인식하고 글로벌 시장 확장을 계획하고 있지만 거대 기업들과의 경쟁 속에서 자사의 차별화된 기술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것이 주요 과제로 남아있다. 각 국가별 시장 특성과 규제 환경에 맞는 현지화 전략을 성공적으로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익성 개선과 재무 건전성 확보도 과제다. 지난해 업스테이지는 138억9000만원 매출액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01%라는 경이로운 성장률을 보였다. 업계 평균 대비 142% 높은 수치로 업스테이지가 시장에서 얼마나 빠르게 확장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매출 성장과 동시에 영업손실 및 당기순손실 폭은 확대됐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401억9000만원, 당기순손실은 363억700만원을 기록했다. 손실은 2021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재무 비율 측면에서 보면 지난해 말 기준 유동자산 885억원, 자산 합계 935억원, 유동부채 205억원, 자본 합계 730억원으로 자기자본비율이 78.08%에 달해 자본 측면에서는 비교적 안정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산업 내 위치를 평가하는 지표에서는 성장성(93점)은 최상위권인 반면 활동성(12점)과 수익성(6점)은 최하위권으로 평가된다.
재무 현황은 업스테이지가 현재 시장 점유율 확대와 기술 개발에 대규모 투자를 집중하는 고성장 단계에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매출액의 폭발적 증가는 시장 수요와 업스테이지 기술력의 잠재력을 반영하지만 동시에 연구개발 및 사업 확장에 따른 비용 증가로 인해 단기적 수익성 악화가 동반되는 일반적인 기술 스타트업의 성장 패턴을 보여준다. 즉 현재의 손실은 미래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로 해석될 수 있다.
다만 최근 벤처캐피탈들이 성장 잠재력뿐만 아니라 명확한 수익원 확보를 요구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AI 스타트업들은 수익성 있는 서비스 개발과 비즈니스 모델 확장에 대한 압박에 직면해 있다. 업스테이지 역시 대규모 투자를 통해 성장 동력을 확보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고성장 단계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재무 건전성을 확보해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 과제다. B2B 사업 분야에서 실제 매출 창출이 용이한 솔루션에 집중하고 성공적인 프로젝트 경험을 통해 기술 고도화와 사업 확장을 동시에 추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거대언어모델(LLM)의 고질적인 문제인 '환각(할루시네이션)' 현상, 즉 AI가 사실과 다른 정보를 생성하는 문제는 기업 고객의 AI 도입을 주저하게 만드는 주요 요인 중 하나다. 업스테이지는 검색 증강 생성(RAG) 기술을 활용해 LLM의 정확도를 높이고 기업 내부 데이터만을 학습에 활용해 환각 현상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이런 접근 방식은 범용 LLM과의 경쟁에서 차별점을 만들고 기업 고객에게 신뢰성 높은 AI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필수적이다. 기술 개발 속도와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AI 기술의 발전과 함께 각 산업 분야의 규제 환경 또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금융권과 같이 망분리 규제를 적용받는 산업에서는 생성형 AI 활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다. 업스테이지는 이런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고객사 데이터센터 내에 직접 설치하는 온프레미스(On-premise) 방식으로 솔라를 운영하고 개인정보보호법 및 신용정보보호법에 따라 고객 개인정보를 자동으로 마스킹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규제 준수와 보안성 확보를 동시에 가능하게 해 규제가 엄격한 산업에서도 AI 솔루션을 도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또한 금융권 외 법률, 헬스케어, 통신 등 다양한 산업군별 LLM 모델을 확보해 특정 산업의 규제 환경에 맞춤형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이런 전략적 대응은 업스테이지가 기술적 우위를 실제 비즈니스 가치로 전환하고 규제 장벽을 넘어 시장을 확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업계는 업스테이지가 한국의 AI 기술 주권을 확보하고 글로벌 AI 시장에서 'K-AI'의 위상을 높이는 선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I 업계 관계자는 “업스테이지의 현재 재무적 상황은 미래 시장 지배력을 위한 전략적 투자로 해석될 수 있다”며 “업스테이지가 이런 투자를 바탕으로 지속적 기술 혁신과 시장 확장을 성공적으로 이뤄낸다면 'K-AI'를 글로벌 무대에 성공적으로 심는 주역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종효 기자 sound@sporbiz.co.kr
관련기사
- [도전기업 백서] 업스테이지, 자체 LLM으로 세계에 ‘K-AI’ 심는다(上)
- [도전기업 백서] ‘1인 1 AI 시대’ 뤼튼, 1000억 투자 넘긴 이유 있다
- [도전기업 백서] 이재명도 점찍은 퓨리오사AI, 엔비디아마저 넘본다
- [도전기업 백서] ‘첫 흑자’ 클래스101, 유니콘 도약 준비 마쳤다
- [도전기업 백서] ‘아이나비’ 팅크웨어, 스마트폰 '내비' 넘을 경쟁력은
- [도전기업 백서] '스타트업 돕는 스타트업' 와디즈, 재무 리스크 숙제
- [도전기업 백서] 트웰브랩스, 글로벌 100대 AI 스타트업의 위상(上)
- [도전기업 백서] 딥엑스, R&D 수주 1위로 증명한 성장 가능성(上)
- [도전기업 백서] 온디바이스 LLM 구현 딥엑스, 양산화 집중해야(下)
- [도전기업 백서] 트래블월렛, 외화결제 넘어 스테이블코인 노린다(上)
- [도전기업 백서] ESG도 합격점 트래블월렛, 재무건전성 개선 과제(下)
- [도전기업 백서] ‘명함 앱’ 리멤버, 헤드헌팅시장 돌풍의 핵(上)
- [도전기업 백서] 리멤버 흑자 기대...수익-투자 균형이 관건(下)
- [도전기업 백서] ‘유니콘 등극’ 리벨리온, 삼성 업고 글로벌 대권 도전(上)
- [도전기업 백서] 리벨리온, 엔비디아 넘을 SW 생태계 과제(下)
- [도전기업 백서] '형광펜 10년 데이터'로 AI 할루시네이션 지운다(上)
- [도전기업 백서] ‘급속 팽창’ 라이너, 조직관리 리스크 경계해야(下)
- [도전기업 백서] 자이언트스텝, ‘킹스 로드’ 걷는 거대한 발걸음(上)
- [도전기업 백서] 자이언트스텝, 고강도 업무환경 개선될까(下)
- [도전기업 백서] ‘불편에서 시작된 혁신’ 티오더, MS도 주목(上)
- [도전기업 백서] 티오더, 식당 그 이상의 무대서 가치 증명할 때(下)
- [도전기업 백서] ‘세탁도 B2B 가능’ 증명한 런드리고의 승부수(上)
- [도전기업 백서] ‘종합 세탁테크’ 표방 의식주컴퍼니, 사업다각화 독 될 수도(下)
- [도전기업 백서] 딥페이크·몸캠피싱 뿌리 뽑는다...‘AI 어벤저’ 라바웨이브(上)
- [도전기업 백서] ‘존재 자체가 ESG’ 라바웨이브, AI 시대 꼭 필요한 기업(下)
- [도전기업 백서] 산업현장 AI 도입의 시작과 끝, 슈퍼브에이아이(上)
- [도전기업 백서] ‘AI의 민주화’ 슈퍼브에이아이, 490억 유치로 IPO 정조준(下)
- [도전기업 백서] ‘공존과 혁신’ 에이딘로보틱스, 국가 로드맵 핵심 파트너(下)
- [도전기업 백서] 노타, 엣지 컴퓨팅 혁신 이끌며 ‘코스닥 입성’ 초읽기(上)
- [도전기업 백서] 노타, 빅테크 위협·흑자 전환은 숙제...B2B 의존성도 극복해야(下)
- [도전기업 백서] 마크비전은 어떻게 루이비통 ‘IP 지킴이’가 됐나(上)
- [도전기업 백서] 마크비전, 위조품 방어 넘어 100조 글로벌 IP시장 정조준(下)
- [도전기업 백서] 제조업 AI 혁신, 산업 현장 게임 체인저 된 마키나락스(上)
- [도전기업 백서] IPO 앞둔 마키나락스, ‘규모의 벽’ 넘어 산업 AI 선두 보인다(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