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 핵물리학 박사 윤성호 대표, 딥테크 DNA 발현
플랫폼 중심의 산업AI 모델 생명주기 관리 ‘런웨이’
딥테크 DNA 발현...목표는 ‘인공지능 시대의 엑셀’
기술 패권 전쟁이 심화하며 글로벌 혁신기업 육성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국내 산업 혁신 동력을 책임지는 중견·중소·스타트업·벤처기업은 한국 산업의 장기 경쟁력 확보를 위한 중요한 요소다. 불확실성이 팽배한 글로벌 경제 환경 속에서 국내 산업 혁신 지표를 형성하고 경제 역동성 엔진 역할을 하는 국내 기업들의 성장 과정과 리스크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 한스경제=김종효 기자 | 스마트 팩토리 시장은 자동화 구현 시대를 지나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공정 최적화 및 예측 유지보수(PdM) 솔루션 도입이 필수가 되는 전환기를 맞이했다. 이 흐름의 중심에서 산업 특화 AI MLOps 플랫폼 개발사 마키나락스는 설립 8년 차를 맞아 국내외 주요 산업 현장 '게임 체인저'로 급부상하고 있다.
올해 들어 마키나락스는 국가적인 기술적 역량을 공인받으며 입지를 더욱 확고히 했다. 지난 8월 마키나락스는 국내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 컨소시엄에 합류해 정부 주도 '국가대표 AI' 정예팀에 최종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대규모 IT 서비스 기업이 주도하는 경향이 짙은 국내 AI 산업 생태계에서 마키나락스가 스타트업 중심의 유일한 컨소시엄으로서 AI 네이티브 기술력과 산업 적용 성공 사례를 국가적으로 공인받은 것이다.
이런 공인과 함께 마키나락스는 산업 난이도가 가장 높은 영역 중 하나인 반도체 분야로의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반도체 특화 AI 에이전트 실증 착수는 마키나락스의 기술력이 고도의 정밀도를 요구하는 복잡계(Complex System) 산업 환경에서도 강력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윤성호 마키나락스 대표는 "AI 기술의 진짜 가치는 산업 현장을 이해하고 작동해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때 극대화된다"며 제조와 국방 등 가장 복잡한 산업에서 검증된 기술을 기반으로 피지컬 AI 시대를 주도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마키나락스의 기술적 뿌리는 일반적인 IT 스타트업과는 궤를 달리한다. 2017년 12월 설립된 마키나락스는 창업 초기부터 고도화된 산업 현장에 특화된 딥테크 기업의 DNA를 지니고 있다.
윤성호 대표는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이력이 있다. 핵물리학 연구 과정에서 방대한 데이터 수집과 분석이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은 윤 대표는 AI 분야에 관심을 두게 됐고 2016년 SK텔레콤 데이터 사이언스팀에서 본격적으로 AI 관련 업무를 익혔다.
결정적 창업 계기는 SKT 재직 시절 글로벌 반도체 장비 회사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와 진행한 프로젝트였다. 윤 대표가 개발한 AI 프로그램이 반도체 장비 가동을 원활하게 하고 불량률을 낮추는 데 성공하자 보수적인 제조업에서도 AI 솔루션이 사업적 잠재력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 마키나락스 창업에는 MIT 시절 인연을 맺은 하버드 대학교 박사 출신 심상우 최고기술책임자(CTO)와 SKT 동료였던 임용섭 데이터 사이언스최고책임자(CDS)가 의기투합해 초기부터 탄탄한 학문적, 기술적 기반을 마련했다.
창업진의 배경은 마키나락스의 기술적 해자(Moat)를 구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반도체나 에너지, 제조 공정은 미세한 변수와 복잡한 상호작용이 지배하는 '복잡계'다. 물리학 기반의 데이터 분석 경험은 통계적 모델링을 넘어 실제 물리 법칙을 이해하고 데이터에 녹여내는 물리 기반 AI(Physics-Informed AI) 구축에 유리하게 작용하며 일반 IT 기업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고정밀 예측 유지보수 솔루션을 개발하는 기반이 됐다.
마키나락스라는 사명에도 창업 초기 목표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기계를 뜻하는 라틴어 '마키나(Makina)'와 산업의 판을 뒤흔들겠다는 의지의 '로큰롤(Rock and Roll)'을 결합한 이름이다. AI를 통해 기계를 자동화하고 보수적이었던 산업 한계를 뛰어넘어 고객사의 공정을 혁신하겠다는 창업진의 목표를 상징한다.
마키나락스가 국내 산업 AI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던 핵심 동력은 바로 산업 현장 특화 MLOps(Machine Learning Operations) 플랫폼인 'Runway™(런웨이)'에 있다.
런웨이는 AI 모델의 전체 생명주기 즉 데이터 수집, 전처리, 모델 개발, 검증, 배포, 운영 모니터링까지 모든 과정을 한 번에 관리할 수 있도록 설계된 시스템이다. 제조업 특성상 현장 데이터는 끊임없이 변하고 미세한 공정 변화에도 AI 모델의 성능이 저하되는 '데이터 드리프트' 현상이 발생하기 쉽다. 런웨이는 이런 현장 운영 환경에 최적화된 MLOps 구조를 제공함으로써 AI 모델을 개발하는 능력뿐 아니라 현장에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배포 및 운용할 수 있는 역량을 극대화한다.
런웨이의 주요 기능에는 비전문가도 빠르게 모델 개발이 가능한 AutoML 기반 모델 생성 기능이 포함돼 있으며 CI/CD/CT(지속적 통합/배포/테스트) 파이프라인을 통해 모델 버전 관리와 반복적인 배포를 지원한다.
런웨이의 가장 강력한 경쟁 우위는 '도입 속도'다. 마키나락스 솔루션은 자체 플랫폼을 활용해 AI 솔루션 개발 기간을 타사 대비 절반 수준인 약 3개월 만에 제작하고 현장에 적용할 수 있다.
이처럼 빠른 현장 적용 능력은 기술력의 우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산업 AI의 성공은 데이터 과학자만의 역량이 아니라 현장 엔지니어의 숙련된 경험과 노하우를 AI 모델에 신속하게 녹여내는 데 달려있다. 마키나락스는 이미 2023년 기준으로 산업 특화 AI 모델을 5000건 이상 상용화하며 이 과정에서 축적된 방대한 도메인 지식과 데이터 처리 노하우를 MLOps 파이프라인에 반영했다. 이 방대한 경험은 새로운 고객사에 솔루션을 제공할 때 데이터 정제와 커스터마이징에 드는 시행착오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실질적인 기술적 해자가 된다. 이는 고객사 입장에서 초기 투자 대비 생산성 향상(ROI)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제조 산업 현장은 보수적이며 AI가 내린 예측이나 결정에 대해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요구한다. 마키나락스는 현장에 즉시 적용 가능할 뿐 아니라 설명 가능하고 추적 가능한 AI(eXplainable AI, XAI)를 제공하는 것을 핵심 철학으로 내세운다. 이런 '신뢰 가능한 AI' 철학은 현장 작업자 및 관리자의 AI 수용도를 높이고 시스템 전반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는 데 필수적 요소다.
마키나락스는 B2B 산업 AI 분야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들의 궁극적 목표는 AI 솔루션의 대중화에 있다.
윤 대표는 마키나락스의 장기적 경영 목표를 '인공지능 시대의 엑셀(Excel)'로 제시한다. 과거 마이크로소프트(MS) 엑셀이 통계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일반 사무직 종사자들에게 복잡한 데이터 분석 및 계산 능력을 부여했던 것처럼 마키나락스는 기계 학습 전문가가 아닌 현장 엔지니어, 관리자, 작업자들이 각자의 업무에 특화된 인공지능 에이전트를 스스로 만들고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한다.
이 비전은 마키나락스가 단순 시스템 통합(SI) 업체가 아닌 B2B AI 솔루션의 민주화(Democratization)를 추구하는 플랫폼 사업자로서의 정체성을 공고히 한다. AI 기술의 가치는 소수 전문가에게 국한될 것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쓰일 때 극대화된다는 철학이 담겨 있으며 이는 향후 런웨이 플랫폼 라이선스 및 AIaaS 구독 모델 확장을 위한 전략적 기조가 된다.
업계 전문가는 "마키나락스의 성공 공식은 명확하다. 복잡한 산업 현장의 미묘한 지식과 경험을 MLOps 플랫폼 안에 담아내 AI 기술의 현장 도입 시간(Time-to-Value)을 혁신적으로 단축시킨 것”이라며 “5000건 이상의 상용화 모델 경험은 이미 자체적인 산업 지식 그래프를 구축하고 있다는 방증이며 이는 앞으로 빅테크 기업들이 쉽게 넘볼 수 없는 강력한 기술적 해자로 기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종효 기자 sound@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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