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사모펀딩 중심 투자 유치, 수익화 가능성 제시
‘저전력 AI’ 추진, 핵심비즈니스 모델 속 ESG
높은 R&D 의존도...자립적 성장 기반 마련해야

기술 패권 전쟁이 심화하며 글로벌 혁신기업 육성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국내 산업 혁신 동력을 책임지는 중견·중소·스타트업·벤처기업은 한국 산업의 장기 경쟁력 확보를 위한 중요한 요소다. 불확실성이 팽배한 글로벌 경제 환경 속에서 국내 산업 혁신 지표를 형성하고 경제 역동성 엔진 역할을 하는 국내 기업들의 성장 과정과 리스크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김녹원 대표의 딥엑스(DEEPX)는 지난해 1100억원 규모 신규 투자 유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성장동력을 확보했다. 다만 높은 R&D 의존도는 극복 과제로 지적되기도 한다./딥엑스
김녹원 대표의 딥엑스(DEEPX)는 지난해 1100억원 규모 신규 투자 유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성장동력을 확보했다. 다만 높은 R&D 의존도는 극복 과제로 지적되기도 한다./딥엑스

[한스경제=김종효 기자] 시스템 반도체 시장의 ‘불모지’로 평가되는 한국에서 과감한 경영 전략을 펼치고 ‘초격차 기술’을 추구하면서 AI 반도체 시장 신성으로 떠오른 딥엑스(DEEPX)는 지난해 1100억원 규모 신규 투자 유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성장동력을 확보했다.

지난해 시리즈C 투자 라운드는 기존 벤처캐피탈(VC) 중심에서 벗어나 스카이레이크 에쿼티파트너스, BNW인베스트먼트, 아주IB 등 사모펀드(PEF) 기관이 대거 참여했다. 사모펀드는 일반적으로 VC보다 더 성숙하고 수익 모델이 명확한 기업에 투자하기에 이런 투자 라운드 구성은 딥엑스가 기술 개발 단계를 넘어 대규모 양산화와 상업적 성공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단계에 진입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미스터 반도체'로 불리는 진대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회장과 같은 반도체 산업 권위자들의 참여는 딥엑스의 기술력과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깊은 신뢰를 반영한다. 투자 주체 변화는 딥엑스가 이제 막대한 R&D 투자를 통해 확보한 기술력을 상용화하고 수익을 창출할 준비가 됐다는 것을 시장에 알리는 강력한 신호다.

딥엑스는 최근 5년간 국가 연구개발(R&D) 자금을 가장 많이 수주한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으로 집계됐다. 총 400억원 규모 자금을 확보하며 딥테크 스타트업으로서 정부 지원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보여주기도 했다. 기술 상용화 초기 단계 기업 특성이며 민간 투자 기반이 취약한 국내 기술 생태계 단면을 보여주는 동시에 딥엑스의 기술력이 국가적 핵심 과제로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딥엑스가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정부 자금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 R&D 성과를 실제 매출과 수익으로 연결해 정부 의존도를 낮추고 자립적 성장 기반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의미하기도 한다.

딥엑스는 1세대 엣지 AI 반도체 'DX-M1' 양산에 착수했고 글로벌 기업들에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제공해 양산 전 사전 검증을 진행 중이다.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5'에서는 대형언어모델(LLM) 온디바이스를 위한 2세대 AI 반도체 'DX-M2' 로드맵을 공개했다. DX-M2는 제품 설계까지 마친 상황으로 향후 딥엑스 핵심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1세대 엣지 AI 칩 양산과 동시에 2세대 온디바이스 LLM 반도체 로드맵을 공개한 것은 미래 AI 시장 핵심 동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이다. LLM은 AI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형성하고 있으며 이를 온디바이스 환경에서 구현하는 것은 기술적 난이도가 매우 높지만 성공할 경우 폭발적인 시장 성장과 함께 'AI 시대의 퀄컴이자 ARM'이라는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결정적 기회가 된다. 딥엑스는 단기적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장기적 관점에서 AI 산업 다음 단계를 주도하면서 기술 개발 및 시장 선점에 대한 높은 수준의 리스크를 감수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내고 있다.

딥엑스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적극적 파트너십 전략을 펼치고 있다. HP와 AI PC 시연, 마이크론, 라즈베리파이, 에이온, DFI, 포트웰, SEEED, 바이오스타, 어드벤텍 등 주요 글로벌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기업들과 협력 결과를 발표하고 AIC와 엣지 AI 서버 개발 협력을 진행했다. '컴퓨텍스 2025'에서는 MSI, IBASE 등 11개 대만 주요 IPC 및 서버 제조사들과 협력 결과물을 대거 선보이며 대만을 글로벌 제조 허브로 활용한 생태계 협력망을 구축하고 있다. 미국 지능형 소프트웨어 전문기업 윈드리버와 차세대 온디바이스 AI 솔루션 공동 개발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국내에서는 ICT 교육 전문업체 한컴아카데미와 업무 협약을 맺는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생태계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CES, MWC, 임베디드 월드, 컴퓨텍스 등 주요 글로벌 전시회 참가는 홍보 이상의 전략적 행보다. 하드웨어 중심 AI 반도체 기업이 소프트웨어 생태계까지 확장해 포괄적 솔루션을 제공하려는 전략이자 R&D 성과를 실제 시장 점유율로 전환하기 위한 구체적 실행 중 하나다. 딥엑스의 기술이 다양한 산업용 시스템에 성공적으로 통합되고 있다는 것이며 세계경제포럼(WEF)의 'MINDS 2025' 프로그램 수상과 김녹원 딥엑스 대표가 다보스포럼 연사로 참여한 것은 딥엑스의 기술력과 비전이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음을 나타낸다.

딥엑스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적극적 파트너십 전략을 펼치고 있다. 또한 주요 글로벌 전시회 참가로 R&D 성과를 실제 시장 점유율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딥엑스
딥엑스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적극적 파트너십 전략을 펼치고 있다. 또한 주요 글로벌 전시회 참가로 R&D 성과를 실제 시장 점유율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딥엑스

딥엑스는 온디바이스 AI 반도체 산업 분야의 글로벌 선도 기업을 목표로 한다. 장기적으로는 5년 내 글로벌 시장 점유율 3%를 목표로 설정했다. 1세대 제품 양산화와 더불어 LLM 온디바이스를 위한 차세대 제품 개발 및 출시를 위해 미국 지사 확장, 대만 지사 설립 등 글로벌 거점 확장을 진헹하며 중국(알리바바, 텐센트, 차이나모바일) 및 북미 서버 시장(델, 레노버, HP)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다. 

김녹원 대표는 “딥엑스가 온디바이스 AI 분야에서 'AI 시대의 퀄컴이자 ARM'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딥엑스가 칩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온디바이스 AI 생태계 핵심 기술 표준을 제시하고 광범위한 산업에 자사 기술을 확산시키겠다는 야심찬 비전을 담고 있다.

딥엑스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을 핵심 비즈니스 모델에 깊이 내재시켜 추진하고 있다. 김 대표가 세계경제포럼에서 “전력 효율을 극대화한 AI 기술 조기 도입이 전 세계 AI 대중화를 이끄는 핵심”이라며 AI 연산 처리를 위한 '에너지 크레딧 제도'를 제안한 것이 단적인 예다. 딥엑스 저전력 AI 칩은 AI의 막대한 전력 소비와 탄소 배출 문제를 해결하는 본질적인 솔루션이다. 환경적 지속가능성이라는 전 지구적 과제에 기여하는 동시에 에너지 효율성을 중시하는 고객사들에게 강력한 구매 요인이 될 수 있다. 기술 혁신을 통해 환경적 가치를 창출하고 이를 통해 시장에서의 차별화된 경쟁 우위를 확보하려는 딥엑스의 전략을 확인할 수 있다.

프로스트&설리번은 “딥엑스의 저전력 AI 칩이 에너지 효율성, 성능, 비용 효율성 측면에서 경쟁 우위를 제공하며 AI 서비스 비용을 줄이고 시장을 확장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딥엑스의 기술이 환경적 지속가능성에 기여하는 동시에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지속가능한 AI' 모범 사례로 인정받은 것이다. 딥엑스는 기술을 통해 인류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하고 지속가능한 AI 시대를 열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딥테크 스타트업의 고민은 기술 개발 성공이 곧바로 상업적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으며 양산화와 글로벌 고객사와의 사전 검증을 거쳐 실제 매출로 전환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딥엑스 역시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 현재 딥엑스는 양산화 및 시장 확장에 집중하고 있는 단계로 현재 유의미한 매출 성과는 미비하다. 

기술 개발과 양산화에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구조 때문이다. 최근 5년간 국가 R&D 자금 수주 1위 와 대규모 사모펀드 투자 유치는 긍정적이지만 초기 단계인만큼 매출보다 연구비가 많은 높은 R&D 의존도와 상당한 영업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즉 상용화가 지연되거나 시장 반응이 예상보다 저조할 경우 재무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안정적 수익 모델을 구축하고 손익분기점을 달성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글로벌 빅테크와 경쟁하는 것도 부담이 될 수 있다. AI 반도체 시장은 엔비디아, 퀄컴, 인텔 등 글로벌 거대 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분야다. 딥엑스는 엣지 AI라는 특정 니치 시장에 집중하고 기존 GPU 강자들과는 다른 시장을 노린다고 하지만 경쟁사들의 엣지 AI 시장 진출 가속화와 기술 발전 속도는 잠재적 위협이다. 특히 AI 반도체 시장은 수요 기반 제품 설계 및 사업화 역량 부족 이 국내 기업 공통적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만큼 딥엑스 역시 기술력을 넘어 시장 실제 수요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맞는 제품을 적시에 공급하는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공급망도 신경써야 한다. 반도체 산업은 복잡한 글로벌 공급망에 의존한다. 원자재 수급 불안정, 지정학적 리스크, 특정 국가의 수출 규제 등은 딥엑스의 양산 및 공급에 차질을 줄 수 있는 잠재적 위험 요소다. 이런 공급망 리스크에 대한 선제적 대응 전략과 다변화된 파트너십 구축이 필요하다.

업계 전문가는 “'버터 벤치마크'로 상징되는 독보적 저전력·고효율 NPU 기술력은 엔비디아와 같은 기존 강자들과 직접 경쟁하기보다 엣지 AI 시장의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파괴적 혁신' 전략 핵심”이라며 “5년간 국가 R&D 수주 1위라는 성과는 딥엑스의 기술적 잠재력에 대한 국가적 신뢰를 증명하며 1100억원 규모 사모펀드 투자 유치는 기술 상용화 단계 진입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반영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딥엑스는 기술 혁신, 전략적인 시장 공략, 그리고 지속가능한 AI라는 비전을 통해 온디바이스 AI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 도약할 강력한 성장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다. 잠재력을 현실화해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의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종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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