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넘어 도약...사업 구조 개편·미래 전략 수립
지속 가능한 성장, 차별화 전략·가치 증명해야
기술 패권 전쟁이 심화하며 글로벌 혁신기업 육성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국내 산업 혁신 동력을 책임지는 중견·중소·스타트업·벤처기업은 한국 산업의 장기 경쟁력 확보를 위한 중요한 요소다. 불확실성이 팽배한 글로벌 경제 환경 속에서 국내 산업 혁신 지표를 형성하고 경제 역동성 엔진 역할을 하는 국내 기업들의 성장 과정과 리스크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 한스경제=김종효 기자 | 티오더가 코로나 팬데믹 시기 비대면 문화를 바탕으로 급성장한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반대로 엔데믹 이후 티오더는 성장력이 급격히 둔화되며 위기설이 대두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티오더는 과감한 결정으로 위기를 타파해 재도약의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냈다.
2023년까지 테이블오더 플랫폼 티오더의 성장은 거침이 없었다. 2023년 매출액 596억원, 영업이익 97억원을 기록하며 순항하는 듯 보였고 당시 업계는 2024년 800억원, 2025년 1500억원 매출을 예상하며 티오더의 성장을 낙관했다. 그러나 2024년 결산 결과는 모두의 예상을 빗나갔다. 2024년 매출은 572억원으로 전년 대비 4%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143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더 심각한 것은 2024년 말 기준 재무제표상 자본총계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는 점이다. 이는 투자 유치에도 난항을 겪게 만들었다.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특정 기업이 티오더 인수를 검토했지만 양측의 '가격 격차'를 좁히지 못해 결국 무산됐다.
2024년의 재무적 충격은 실적 부진만으로 치부할 수 없었다. 기존 티오더의 '성장 중심' 전략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신호로 해석되기도 했다. 매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영업비용이 약 43%나 증가했는데 이는 인건비 상승, 마케팅 비용 증가, 그리고 신규 사업 인수 및 해외 법인 설립 등 공격적인 투자 때문으로 풀이된다. 즉 시장 선점과 점유율 확대를 위한 외형 성장 전략이 대규모 비용 증가를 불러왔고 이는 고스란히 영업 손실로 이어졌다.
여기에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빅테크 기업들이 시장에 진출하면서 '성장'을 위한 경쟁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이 되자 기존의 성장 모델만으로는 지속가능성이 낮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자본잠식의 직접적 원인은 재무제표에 잡힌 상환전환우선주(150억원)와 파생상품부채(230억원)의 증가다. 한국회계기준(K-GAAP)에서는 자본으로 인식되지만 국제회계기준(K-IFRS)에서는 부채로 분류되면서 재무 건전성이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2024년의 실적은 티오더에게 장밋빛 전망에 취할 수 없다는 냉혹한 현실을 깨닫게 한 계기이자 동시에 생존을 위한 체질 개선의 필요성을 일깨웠다.
2024년의 충격적 실적을 경험한 티오더는 생존을 위해 신속하게 사업 구조 개편을 단행했다. 2024년 11월 들어 기존 '성장 중심' 사업 체계에서 '수익성 중심'으로 사업 전략을 전면 재구성했다. 핵심 사업인 테이블오더 서비스 공급과 함께 광고 사업을 주력 모델로 설정하고 기술력 강화를 통해 본질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실제 티오더는 비대면 주문 시스템 및 데이터 통합, 보안 등 관련 기술력 확보를 위해 전체 직원 40% 이상을 R&D 인력으로 구성하는 등 기술 혁신에 사활을 걸고 있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2024년 9월 티오더는 호텔 게스트 서비스 플랫폼 아이스테이를 인수해 티오더스테이로 사명을 변경했다. 식당을 넘어 호텔, 리조트, 골프장 등 스마트 오더가 필요한 다양한 업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국내 1위를 넘어 글로벌 1위를 목표로 해외 시장 진출도 가속화하고 있다. 티오더는 2023년 캐나다를 시작으로 북미 시장에 진출했으며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티오더도나스라는 자회사도 설립했다. 전 세계적으로 인건비 상승과 인력난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테이블오더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에서도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티오더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도 힘쓰고 있다. 티오더는 '2024 대한민국 ESG 소비자 브랜드 대상'에서 중기부 장관상을 수상하며 그 노력을 인정받았다. 태블릿 주문 플랫폼은 매장 노동 환경 개선과 인건비 절감뿐만 아니라 종이 메뉴판을 없애 환경보호에 기여하고 업무 자동화로 오프라인 매장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피해 업체를 위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심야 고객센터를 운영하는 등 소상공인과의 상생을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 실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티오더는 테이블오더 시장의 개척자로서 수많은 성과를 이뤄냈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 또한 험난하다. 2024년 대규모 적자 전환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닐 수도 있다. 공격적 투자와 경쟁 심화 속에서 티오더에게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는 흑자 전환이다. 이는 시리즈C 투자 유치 성공과 직결된다.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경쟁사들의 추격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기기 설치 비용이 없는 QR오더 등 저비용 모델이 확산되는 시장에서 티오더의 태블릿 기반 서비스가 가진 가치를 어떻게 설득하고 증명할지가 관건이다. 기술력과 서비스 품질을 바탕으로 한 차별화 전략이 더욱 중요해질 시점이다.
글로벌 시장 진출은 티오더의 미래를 책임질 핵심 성장 동력이지만 불확실성도 크다. 2024년 해외 자회사들이 모두 순손실을 기록한 것처럼 초기 비용과 리스크가 상당하다. 각국의 상이한 시장 환경과 경쟁 구도 속에서 성공적인 현지화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그럼에도 티오더의 미래는 여전히 밝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외식업계 무인주문기 도입률은 7.8%에 불과했다. 어려운 경제 환경 속에서 인건비 부담을 느끼는 외식업체가 늘어나는 상황을 감안하면 앞으로 국내 테이블오더 시장은 10배 이상 성장할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전문가는 “티오더는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큰 테이블오더 시장의 선두주자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기술적 도약을 이루고 수익성 중심 사업 개편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다면 유니콘 기업을 넘어 지속 가능한 플랫폼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며 “티오더의 행보는 국내 푸드테크 산업의 미래를 가늠하는 중요한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종효 기자 sound@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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