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수익성 개선, 4분기 흑자 ‘긍정적’
이중규제 위험·신뢰도 제고도 극복 과제
기술 패권 전쟁이 심화하며 글로벌 혁신기업 육성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국내 산업 혁신 동력을 책임지는 중견·중소·스타트업·벤처기업은 한국 산업의 장기 경쟁력 확보를 위한 중요한 요소다. 불확실성이 팽배한 글로벌 경제 환경 속에서 국내 산업 혁신 지표를 형성하고 경제 역동성 엔진 역할을 하는 국내 기업들의 성장 과정과 리스크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한스경제=김종효 기자] “다른 곳에 없는 특이한 아이템을 구하려면 와디즈로 가라”는 말이 있다. 와디즈는 참신한 아이디어로 개발한 상품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소규모 기업들에 돌파구 역할을 하며 크라우드펀딩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다.
신혜성 대표가 2012년 설립한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는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혁신적인 바람을 불어넣으며 빠르게 성장했다. 산업은행에서 기업 금융 업무를 담당하며 담보 부족으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과 스타트업들을 보며 대중(Crowd)으로부터 온라인을 통해 자금조달(Funding)을 받는 것, 즉 ‘크라우드펀딩’ 필요성을 느낀 것이 창업 계기가 됐다.
미국 킥스타터에서 영감을 얻어 국내 시장에 맞는 플랫폼을 구축하고자 한 신 대표는 사막의 강을 의미하는 아랍어 ‘와디(Wadi)’에서 착안해 메마른 자본 시장에 단비 같은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회사명을 ‘와디즈’로 정했다. 와디즈는 플랫폼 출시 전 ‘크라우드펀딩산업연구소’를 설립해 시장을 준비하고 초기 무형 문화재, 탈북민 카페 등 5개의 성공 사례를 만들며 플랫폼을 알렸다.
‘창업 1번지’를 지향하면서 성장한 와디즈는 설립 이후 10여년간 한국 크라우드펀딩 시장을 선도해 왔다. 초기 IT, 전자제품 중심에서 투자, 콘텐츠, 여행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했으며 국내 최초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을 도입하기도 했다. 이후 누적 거래액 1조원을 돌파해 국내 최대 규모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와디즈는 텀블벅, 크라우디 등 경쟁 플랫폼 대비 폭넓은 카테고리와 국내 최대 규모라는 점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책임중개’를 강조하며 펀딩금 반환 정책, 심사 정책 강화, 지식재산권 보호 정책 등을 통해 서포터와 메이커를 보호한다는 점을 경쟁력으로 내세운다.
펀딩금 반환 제도는 글로벌 플랫폼과도 차별화되는 강점이다. 신제품 출시 전 시장 반응을 확인하려는 대기업에게도 유용한 플랫폼이며 펀딩 성공 제품 재판매를 지원하는 ‘와디즈 스토어’를 운영해 메이커에게 지속적인 성장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2024년 10월까지 오프라인 체험 공간 ‘공간 와디즈’를 통해 고객 경험을 강화한 뒤 최근 글로벌 사업으로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와디즈는 메이커와 서포터를 직접 연결해 유통 단계를 줄이고 효율적인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메이커는 목표 금액과 기간을 설정해 펀딩을 진행하며 목표 달성 시 와디즈는 수수료를 제외한 금액을 지급한다. 목표에 못미칠 경우 수수료는 없다.
이 과정에서 와디즈는 메이커에게 제품 소싱, 상세 페이지 구성, 마케팅 전략 등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며 PD(Project Director)가 프로젝트 전 과정을 밀착 지원한다. 메이커는 와디즈를 통해 시장 반응을 빠르게 파악하고 초기 팬층을 확보할 수 있으며 펀딩 후 와디즈 스토어를 통해 지속적인 판매 기회를 얻는다. 서포터는 혁신적인 제품을 먼저 경험하고 특별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메이커의 스토리와 가치에 공감해 펀딩에 참여하는 경향을 보인다.
펀딩금 반환 정책과 지식재산권 보호 정책은 서포터의 신뢰를 높인다. 메이커 신뢰지수를 통해 투명성을 높이고 엄격한 심사 기준과 지속적인 모니터링으로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것이 회사 방침이다.
2014년 리워드형 펀딩을 시작으로 크라우드펀딩 사업의 문을 연 와디즈는 2016년 국내 최초 증권형 펀딩(2024년 종료), 2020년 ‘공간 와디즈’ 오픈, 2021년 ‘와디즈 스토어’ 오픈 등 꾸준히 사업을 확장해 왔다. 2021년에는 금융/비금융 법인 분리, ‘와디즈파트너스’, ‘와디즈엑스’ 설립을 통해 투자 및 성장 지원을 강화했다. 최근에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2023년 9월 누적 중개 금액 1조원 돌파, 2024년 12월 1.3조원을 기록했다. 올해 2월 기준 누적 프로젝트가 8만건을 넘어섰으며 회원수는 695만명, 월 방문자수 1000만명, 월 펀딩 결제 건수 20만건을 기록 중이다. 펀딩 성공 기업의 후속 투자 유치 금액은 지난해 1조원을 돌파했다.
와디즈를 통해 ‘랩노쉬’, ‘정준호참기름’ 등 다양한 성공 사례가 나왔으며, ‘인진’, ‘세븐브로이’, ‘핏펫’, ‘트렌비’ 등 여러 분야의 기업들이 와디즈를 발판 삼아 성장했다. 패션 브랜드 ‘210컴퍼니’, 기능성 속옷 브랜드 ‘단색’ 등도 와디즈를 통해 성장한 사례다.
‘스타트업을 돕는 스타트업’이라는 사업구조로 성장한 와디즈의 2024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9% 성장한 432억원이며 영업손실은 전년 대비 58% 감소한 72억원이다. 특히 2024년 4분기에는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했으며 영업활동 현금흐름도 20억원 순유입을 기록하며 크게 개선돼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광고 사업과 스토어 직접판매 매출이 각각 40%, 17% 성장하며 새로운 수익원으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세상’을 핵심 가치로 삼는 와디즈는 올해 연간 흑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내년께 IPO를 추진할 계획이다. ‘커넥트 더 월드’라는 비전을 제시하며 지난 7일 글로벌 서비스를 오픈했다. 미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 200개국을 대상으로 국내 브랜드와 해외 결제 고객을 연결하고 있는 와디즈 일본, 대만 등 해외 플랫폼과 파트너십을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또한 IP 활용 사업 확장, 유망 브랜드 발굴 및 투자 강화, 자체 제작 상품 라인 확대, AI 기술 활용 등을 통해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글로벌 크라우드펀딩 시장은 높은 성장률을 보이며 와디즈 역시 국내 시장 선도, 다양한 사업 모델, 글로벌 진출 계획 등을 바탕으로 높은 성장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다만 와디즈가 넘어야 할 과제도 존재한다. 크라우드펀딩 시장은 텀블벅, 크라우디 등 경쟁 플랫폼들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으며 향후 대기업 진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경쟁 심화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
또한 와디즈는 지난해 1월 투자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투자 서비스 종료는 시장 축소 및 효율성 제고를 위한 결정이었으나 갑작스러운 서비스 중단 방식으로 인해 “소비자 권리 기만”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일부 프로젝트에서 불거졌던 부실 관리 논란 역시 와디즈가 지속적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다. 제품 불량, 기능 누락, 배송 지연 등 소비자 피해 사례가 발생했으며 일부 프로젝트는 해외에서 판매되는 제품을 새로운 아이디어 상품처럼 둔갑시키는 이른바 '택갈이'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플랫폼 측이 제품 하자에 대한 책임을 판매자에게 돌리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인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런 문제들은 소비자 신뢰 저하와 부정적인 여론 형성으로 이어졌다. 와디즈는 펀딩금 반환 정책 등을 도입하며 개선 노력을 기울였으나 초기에는 전자상거래법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다만 공정거래위원회는 2021년 4월 보상형 크라우드펀딩에는 전자상거래법이 원칙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즉 와디즈는 전자상거래법 적용 대상이 아닌 서비스 구조라는 것이다.
와디즈는 “공정위 심사 이전인 2020년 1월 선제적으로 서포터 보호정책을 도입해 펀딩 제품에 대해 플랫폼이 직접 환불을 진행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전 세계 최초로 시행했다”고 설명했다. 또 2021년 공정거래위원회의 와디즈 약관심사 과정 중에는 환불 신청 기간을 기존 7일에서 14일로 확대했으며 해외 수입 제품(글로벌 펀딩)에 대해서도 전자상거래법을 적용받는 별도 정책을 마련해 같은 해 10월부터 정식 시행했다고 덧붙였다.
재무적인 측면에서도 리스크가 존재한다. 와디즈는 수년간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누적 결손금이 1996억원까지 쌓여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놓여 있다. 자회사인 와디즈파트너스 역시 자본잠식으로 경영개선요구를 받은 바 있다. 2024년 실적이 개선되고 4분기 흑자를 달성하며 긍정적인 신호를 보였지만 IPO 추진 과정에서 이런 재무 건전성 문제가 기업가치 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외에도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은 금융과 플랫폼이 결합된 핀테크 서비스로서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의 이중 규제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와디즈는 2021년 금융 서비스와 비금융 서비스를 운영하는 법인을 분리하며 이런 규제 리스크를 일부 해소하려 했으나 여전히 새로운 규제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이 필요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와디즈는 국내 크라우드펀딩 시장을 선도하며 혁신적인 아이디어에 기회를 제공하고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을 준비하는 플랫폼”이라고 평가하면서 “2024년 흑자 전환을 발판 삼아 2026년 IPO를 목표로 하는 만큼 재무적 리스크와 규제 논란 등을 현명하게 선제적으로 극복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종효 기자 sound@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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