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특수관계자 홈플러스 채권액만 793억원
김광일 MBK 부회장, 이사회 자진사임…꼬리 자르기
"경영 정상화·매각 여부 예의주시 해야"
| 한스경제=이수민 기자 | 국내 최대 사모펀드운용사 MBK파트너스(이하 MBK)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홈플러스 사태와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이 연이어 터지면서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했다.
금융투자업계(IB)에서는 MBK를 둘러싼 일련의 사건을 두고 계열사 간 과도한 신용공여, 경영투자 외면, 단기 회수 전략 치중 등이 복합적으로 섞인 '사모펀드 리스크'라고 평가한다.
◆롯데카드, 홈플 채권액만 800억 규모..."과도한 신용 공여 지적"
MBK는 지난 2019년 우리은행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롯데카드 지분 79.83%를 1조3800억원에 인수했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특수목적법인(SPC) 한국리테일카드홀딩스를 통해 지분 59.83%를 보유 중이다.
MBK는 롯데카드 인수 이후 경쟁력 제고를 위한 경영 투자보다 실적 대비 고배당에 치중하는 행태로 비판을 받았다. 실제로 수익성이 저하 된 최근 5년간 배당금으로 약 1800억원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업황 부진과 배당지출 확대로 롯데카드의 자본여력은 점차 약화됐다. 여기에 올해 초 MBK 계열사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800억원 규모의 채권회수 리스크까지 떠안게 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3분기 말 롯데카드의 기타특수관계자 총 채권액은 142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절반 이상인 793억원(55.5%)은 홈플러스에 대한 채권액이다.
홈플러스와 같은 대형 유통업체들은 보통 납품업체 제품을 구매할 때 카드사의 기업구매전용카드로 결제를 한다. 카드사들의 신용공여를 통해 납품업체에 지급할 대금을 현금이 아닌 카드로 우선 결제하는 식이다. 이때 결제기간은 평균 30일 정도로, 홈플러스 입장에서는 단기적인 현금흐름 확보가 가능하다.
당초 홈플러스는 2020년부터 현대카드, 신한카드와 계약을 맺고 기업구매전용카드를 사용해 왔다. 그러나 2022년 경영 부실로 신용등급 하락 위기를 맞았고, 이에 MBK는 2022년 2월 계열사인 롯데카드를 동원해 홈플러스와 새로운 기업구매전용카드 계약을 체결했다.
그 결과 롯데카드의 홈플러스 구매전용카드 매출은 2022년 796억원에서 2024년 7953억원으로 10배가량 급증했다.
MBK는 현대카드, 신한카드의 홈플러스 외상채권 100%를 전자단기사채(ABSTB)로 넘겨 유동화시켰지만, 롯데카드는 외상채권의 53%만 유동화했다. 결국 나머지 47%(3700억원)의 미유동화 채권 피해를 롯데카드가 떠안게 된 셈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MBK의 공동 지배구조 아래 롯데카드가 홈플러스에 신용공여를 무리하게 제공한 것 아니냐고 따가운 눈총을 보낸다. 특히 자본적정성이 약해진 롯데카드가 계열사 리스크까지 짊어지면서 신용위험을 더욱 키웠다고 지적한다. 즉, 금융회사를 보유한 사모펀드의 계열 리스크가 표면화 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카드의 자본적정성 지표가 업계 평균 대비 지속적으로 낮은 만큼, 배당성향 조정, 내부유보 확충, 자본구성 질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 롯데카드, MBK 지우기...엑시트 임박?
지난 8월 발생한 롯데카드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는 사모펀드운용사의 부정 여론에 기름을 붓는 역할을 했다. 297만명가량의 고객정보 유출로 여론의 거센 질타를 받았고, 결국 지난 13일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가 자진 사임을 결정했다.
무엇보다 대주주인 MBK의 부담도 커지는 모양새다. 6년간 기타비상무이사로 활동해 온 김광일 MBK 부회장 또한 자리에서 물러날 것으로 알려졌다.
표면적으로는 해킹 사태에 따른 책임 조치로 보이지만, 일각에선 다른 해석도 나온다. 재무 악화와 금융사로서 신뢰를 잃은 만큼, MBK가 사실상 롯데카드 엑시트 수순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MBK가 지난 5년간 약 1800억원가량의 배당 잔치를 벌인 점도 이 같은 해석에 힘을 싣는다.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 구매전용카드에 따른 롯데카드의 재무악화와 보안투자 소홀로 발생한 해킹 사태 등 모두 대주주인 MBK의 책임이 따르는 일"이라며 "향후 롯데카드 경영 정상화와 매각 과정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사 소유' 사모펀드 제재 필요성 대두
업계 일각에서는 사모펀드 소유 금융사에 대한 배당·유보비율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9월 확보한 '해외 기관투자 사모집합투자기구(PEF) 규율체계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금융연구원은 사모펀드운용사의 금융시장 리스크 관련 정보보고를 강화하고, 중대한 법을 위반하면 등록을 말소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구원은 "우리나라 현행 자본시장법에서는 운용사의 유사 위법행위 지속, 반복 시 등록 취소가 가능하다고 규정한다"라며 "지속, 반복되지 않았더라도 중대한 법규 위반 시 직권 말소가 가능하도록 규정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모펀드가 인수한 주요 기업이 파산하거나 인수금융 규모 등이 확대되면 금융시장 건전성이 위협받을 수 있으므로 리스크 관련 정보 보고를 강화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지난 21일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MBK에 '직무정지'가 포함된 중징계안을 사전 통보했다. 검사 과정에서 불건전영업행위와 내부통제 의무 위반 혐의 등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민 기자 sumin@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