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직장인 필수앱으로 성장, 채용시장 수요까지 충족
수기 입력·무료 정책으로 압도적 경쟁력 확보
기업 간 비즈니스 연결 역할...시장 재편 예고

기술 패권 전쟁이 심화하며 글로벌 혁신기업 육성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국내 산업 혁신 동력을 책임지는 중견·중소·스타트업·벤처기업은 한국 산업의 장기 경쟁력 확보를 위한 중요한 요소다. 불확실성이 팽배한 글로벌 경제 환경 속에서 국내 산업 혁신 지표를 형성하고 경제 역동성 엔진 역할을 하는 국내 기업들의 성장 과정과 리스크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최재호 대표의 리멤버앤컴퍼니는 수기 입력 방식과 무료 정책으로 고품질의 사용자 데이터베이스를 확보, 이를 바탕으로 비즈니스 연결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리멤버앤컴퍼니
최재호 대표의 리멤버앤컴퍼니는 수기 입력 방식과 무료 정책으로 고품질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비즈니스 연결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리멤버앤컴퍼니

| 한스경제=김종효 기자 | 직장인들 사이 ‘필수 앱’으로 자리매김한 ‘리멤버’가 명함 관리 서비스를 넘어 헤드헌팅 시장의 판도를 뒤흔드는 ‘돌풍의 핵’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전통적인 채용 시장 강자들이 매출 정체를 겪는 와중에도 리멤버앤컴퍼니는 홀로 두드러진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리멤버앤컴퍼니는 2013년 드라마앤컴퍼니라는 사명으로 설립됐고 이듬해인 2014년 명함 앱 ‘리멤버’를 베타 출시하며 시장에 첫선을 보였다. 최재호 대표는 초기에 ‘한국형 링크드인’을 목표로 했으나 한국 정서상 제3자에게 공개되는 이력서에 대한 거부감과 홍보 목적 이용자 비중이 높다는 시장 피드백을 빠르게 수용했다. 이에 따라 해당 서비스를 종료하고 명함 관리 서비스에 집중하는 전략적 전환을 단행하며 시장 니즈를 민첩하게 파악하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리더십을 보여줬다. 

리멤버 명함 관리 서비스의 가장 큰 차별화 전략은 ‘수기 입력’ 방식과 ‘무료’ 정책이었다. 서비스 출시 초기 당시 OCR(광학 문자 인식) 기술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비용이 많이 드는 ‘수기 입력’ 방식을 도입해 99.9%의 압도적인 명함 정보 정확도를 구현했다. 기계적인 프로세스보다 사람의 손이 더 정확하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로 평가받으며 경쟁사 대비 독보적인 진입 장벽으로 작용했다. 

또한 명함 정보가 부분 암호화돼 저장되고 누가 업로드했는지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등 보안에도 신경 써 사용자 신뢰를 높였다. 경쟁사들이 일정 기간 무료 이용 후 유료 결제를 유도하는 ‘부분 유료 방식’을 채택한 것과 달리 리멤버는 초창기부터 현재까지 ‘무료’ 서비스를 제공해 빠른 사용자 유입을 가속화하는 핵심 요인이 됐다.

이런 전략은 초기 투자 유치와 빠른 성장으로 이어졌다. 서비스 출시 2개월 만인 2014년 3월에 10억원 규모 시드 투자를 유치하며 초기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 이후 2016년 가입자 100만명을 돌파했고 누적 처리 명함 수는 1억장을 넘어섰다. 2025년 3월 기준 누적 회원 수 500만명을 돌파하며 명실상부한 국내 대표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리멤버가 택한 ‘수기 입력’과 ‘무료’ 전략은 핵심 자산인 ‘고품질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선순환 구조의 초석이 됐다. 정확한 명함 데이터를 토대로 이용자의 신뢰를 확보했으며 입력 과정에 있어 사용자 편의를 고려하고 서비스를 모두 무료로 제공해 이용자들의 진입장벽 및 프로필 입력의 거부감을 없앴다. ‘수기 입력’과 ‘무료’ 서비스가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다.

명함 정보 외에 사용자들이 직접 등록하는 경력, 전문 분야, 스킬 등 ‘프로필 데이터’는 리멤버의 핵심 강점이다. ‘많은 데이터를 제공하는 회원’의 정보로 신뢰성과 활용 가치가 매우 높다.

리멤버 인재풀은 ‘소극적 구직자’ 중심의 ‘고품질 현직자’라는 특징이 있다. 리멤버 채용서비스 주 이용층은 현 직장에서 인정받는 ‘현직자’이자 ‘핵심 인재’ 비중이 높다. 대기업 인재와 전문직(경영·금융, 의료, 법률, 회계·세무) 인재 등 고품질 인재풀을 보유하고 있어 기업의 핵심 인재 확보에 유리하다. 기존 잡포털을 잘 이용하지 않지만 좋은 기회가 온다면 이직을 고려하는 ‘전문성 높은 소극적 구직자’들로 기업 및 헤드헌터에게 매우 매력적인 타겟이다.

명함 앱에서 비즈니스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위해 리멤버는 이용자가 거부감 없이 각 서비스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기존 서비스와의 접목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편의성을 대폭 강화했다.

리멤버는 리멤버 채용서비스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재편하며 기업이 인재 채용을 위해 직접 검색하고 스카우트 제안을 할 수 있는 기능을 강화했다. 누적 스카우트 제안 건수는 올해 800만건을 돌파하는 등 활발한 인재 매칭이 이뤄지고 있다.

헤드헌팅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며 AI 기반 채용 비서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는 기업에서 리멤버 채용 솔루션을 이용하거나 리멤버 소속 헤드헌터들이 전용 헤드헌터 프로그램 이용시 채용하고자 하는 특정 포지션 직무정보나 채용공고를 입력하면 AI가 적합한 후보자를 추천해주는 기능이다. 또한 헤드헌터가 제안 메시지를 보낼 때 초안을 작성해주는 기능도 제공한다. AI 기술을 활용해 구인 기업에 적합한 양질의 후보군을 추려내 헤드헌터의 업무 생산성을 높이고 채용 과정을 효율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리멤버는 자체적으로 300여명의 헤드헌터를 보유해 인재 추천에 걸리는 시간을 기존 3주에서 3일로 단축시키는 등 헤드헌팅 서비스의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리멤버는 ‘프로를 위한 모든 기회’라는 새로운 슬로건을 통해 비즈니스 네트워크 서비스로의 확장을 천명했다. 기업들이 가장 필요로 하면서도 찾기 어려운 ‘상위 30% 인재’ 채용 시장에 집중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이는 고액 연봉자들이 조직 내 핵심 인재일 확률이 높고 기존 채용 플랫폼을 잘 이용하지 않는다는 시장 분석에 기반한다. 이런 전략의 일환으로 프리미엄 채용공고 기능을 론칭했으며 기존에 분리돼 있던 일반 채용과 고액 연봉자 대상 탭을 통합해 상위 30% 인재를 겨냥한 프리미엄 플랫폼으로 거듭나고 있다.

리멤버는 비즈니스 전문가 검색 서비스인 ‘리멤버 커넥트’를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리멤버 커넥트’는 사용자가 업무와 관련해 도움받을 전문가를 검색하거나 인맥을 넓힐 기회를 제공하며 사업 제휴나 파트너십 논의, 자문, 멘토링 서비스 신청 등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를 연결하는 유료 서비스로 새로운 수익 모델이 될 전망이다. 이 서비스를 통해 연락처 공개 없이 회사명, 직무 등 다양한 검색어를 통해 원하는 비즈니스 인물과 소통할 수 있으며 대기업 임원부터 전문직까지 사회 각계각층의 프로페셔널 리더들을 만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리멤버의 사업 확장은 인재’와 ‘기회’를 연결하는 비즈니스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한다. 리멤버는 명함 앱으로 시작해 직장인들의 실질적인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리멤버 채용 솔루션’을 통해 인재 스카우트 및 헤드헌팅 시장에 진출했다. 일하는 사람에게 이직 및 성장 기회를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첫 번째 중요한 단계였다. 

채용 솔루션 외 ‘마켓 솔루션’을 제공해 기업이 원하는 타겟 고객에게 효과적으로 도달하도록 돕는 것은 기업에게 고객 연결이라는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며 ‘비즈니스 전문가 검색’ 서비스인 ‘리멤버 커넥트’는 비즈니스 기회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연결하는 유료 모델로 설계돼 비즈니스 전반의 가치 창출을 목표로 한다. ‘프로를 위한 모든 기회’라는 슬로건과 ‘일하는 사람과 기회를 연결해 성공으로 이끈다’는 비전은 이런 생태계 구축 의지를 보여준다. 

‘드라마앤컴퍼니’에서 ‘리멤버앤컴퍼니’로 사명까지 변경한 것은 서비스명 ‘리멤버’를 기업 정체성을 전면에 내세우려는 전략적 결정으로 풀이된다. 비즈니스 플랫폼으로서의 진화를 예고하며 명함 관리, 직장인 커뮤니티, 채용 솔루션, 마켓 솔루션 등 다각화된 비즈니스 모델 중 특히 채용 솔루션이 현재 리멤버의 핵심 성장 동력이다.

업계 관계자는 “리멤버의 사업 확장은 수익화 모델 다각화를 넘어 리멤버앤컴퍼니가 추구하는 생태계 구축이라는 목표에 다가가고 있는 과정”이라며 “리멤버는 명함 데이터를 통한 고품질 인재풀 확보를 재정의하고 이를 기반으로 전통적인 채용 시장 패러다임을 헤드헌팅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을 보이면서 시장의 지배적 플레이어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 중”이라고 평가했다.

김종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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