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 데이터 허브' 선언, 전략적 대전환
국가 전략 수혜주...로봇 생태계 기틀 마련
다이나믹셀, 통합형 모듈의 기술적 우위
기술 패권 전쟁이 심화하며 글로벌 혁신기업 육성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국내 산업 혁신 동력을 책임지는 중견·중소·스타트업·벤처기업은 한국 산업의 장기 경쟁력 확보를 위한 중요한 요소다. 불확실성이 팽배한 글로벌 경제 환경 속에서 국내 산업 혁신 지표를 형성하고 경제 역동성 엔진 역할을 하는 국내 기업들의 성장 과정과 리스크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 한스경제=김종효 기자 | 휴머노이드와 자율주행 로봇 시대를 여는 핵심 부품 기업 로보티즈가 기술력에 기반한 구조적 변곡점을 맞이하며 국내외 투자자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1999년 창립 이래 20년 넘게 로봇 구동장치 분야에서 외길을 걸어온 로보티즈는 최근 재무적 성과와 함께 명확한 미래 비전까지 제시하며 로봇 부품 기업에서 피지컬 인공지능(Physical AI) 시대 핵심 인프라 제공자로 빠르게 재포지셔닝하고 있다.
로보티즈는 올해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영업이익 2.2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로봇 산업 전반의 분위기 전환과 로보티즈의 구조적 성장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실적 개선 핵심 동력은 로보티즈의 독자적인 액추에이터(Actuator) 부문이 차지한다.
국내외 피지컬 AI 관련 고객사들이 로보티즈의 핵심 부품인 다이나믹셀(DYNAMIXEL)을 채택하고 해외 주요 고객사들이 연구개발(R&D) 단계를 넘어 양산 레벨로 전환함에 따라 액추에이터 매출이 급증한 것이다. 이로써 로보티즈는 그간 로봇 부품 기업이 겪어온 R&D 투자 대비 낮은 초기 수익성 문제를 극복하고 글로벌 시장 수요에 기반한 안정적인 매출 구조로 진입했음을 재무적으로 입증했다.
재무적 성과에 힘입어 로보티즈는 기업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전략적 변곡점을 공식 선언했다. 김병수 대표는 최근 'AI 서밋 서울 앤 엑스포' 기조연설에서 로보티즈가 '액추에이터 제조사'가 아닌 '액션 데이터 허브'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로봇의 움직임을 제어하고 동력을 전달하는 하드웨어 기업의 역할을 넘어 로봇 관절에서 생성되는 정밀한 '액션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이를 플랫폼화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겠다는 비전이다. 로봇 기술 트렌드가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중심으로 전환되는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려는 의지가 반영됐다.
정부가 '휴머노이드 3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하는 피지컬 AI 전략을 발표하면서 로봇 관절 구동 핵심인 액추에이터와 제어 모듈을 생산하는 로보티즈는 해당 정책의 최대 수혜 기업으로 부각됐다. 로봇 관절 움직임과 모션 제어에 핵심 역할을 하는 액추에이터는 로봇 원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로보티즈의 기술 커스터마이징 역량이 곧 경쟁 우위로 직결된다는 시장의 시각이 확산됐다. 정책 기대감은 실제 산업 수요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낳았다.
로보티즈는 창립 초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경영 철학을 유지하며 로봇 생태계 성장에 기여해왔다. 이들의 성장은 기술력만큼이나 독특하고 현실적인 창업 철학과 경영 이념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다.
김병수 대표는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경쟁자'라는 담론을 부정한다. 청소, 배달, 정리 업무와 같은 블루칼라 현장에서 이미 '사람이 먼저 떠나 생긴 노동의 공백'을 로봇이 채우고 있으며 로봇은 결코 대체자가 아닌 '실무 파트너'라고 정의한다. 로봇을 인간과 대립하는 존재가 아닌 필요에 의해 등장한 노동력 부족 문제의 해결책으로 정의하는 접근 방식은 로보티즈가 개발하는 자율주행 로봇 '개미' 시리즈가 현장의 실질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점을 두는 이유와도 같다.
로보티즈는 핵심 부품 기술 및 개발 노하우를 오픈소스로 공유해 전 세계 누구나 자유롭게 로봇 개발과 개선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로봇 기술 진입 장벽을 획기적으로 낮춰 전 세계 로봇 개발 커뮤니티가 다이나믹셀을 표준처럼 사용하게 만들어내 비용 효율적인 기술 확산을 가능케 했다.
로보티즈의 시장 지배력은 로봇 관절의 혁명이라 불리는 일체형 구동장치 '다이나믹셀'에서 출발한다. 다이나믹셀은 로봇 관절에 필요한 모든 핵심 기능(모터, 감속기, 제어기)을 하나의 모듈로 통합한 혁신적 장치로 휴머노이드 및 연구용 로봇 개발 분야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다이나믹셀의 통합 구조는 복잡한 배선을 단순화하고 시스템 확장성을 극대화한다. 전통적 산업용 액추에이터가 모터, 감속기, 제어기를 분리해 복잡한 조립을 요구하는 것과 달리 다이나믹셀은 모든 기능을 하나의 모듈에 집약했다. 경량화와 공간 효율성을 극대화해 복잡한 다관절 구조가 필수적인 휴머노이드 로봇 R&D에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한다. 고유의 ID를 가진 다이나믹셀들은 데이지 체인(Daisy Chain) 방식으로 간편하게 연결돼 복잡한 시스템 구축을 용이하게 하며 저전류·고전압 구동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고 로봇 시스템 안정성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한다.
다이나믹셀은 동력 전달 장치 이상의 지능형 부품 역할을 수행한다. PID 게인 컨트롤, 토크 설정은 물론 로봇이 외부 환경과의 충돌이나 접촉 시 유연하게 반응하도록 하는 컴플라이언스 설정 기능을 제공한다. 정밀 제어 기능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과 상호작용하며 복잡하고 섬세한 작업을 수행하는 데 필수적이다. 동시에 로보티즈가 피지컬 AI를 구현하는 핵심 '데이터 전달자'로 포지셔닝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로보티즈는 기술력 기반의 오픈 생태계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독보적 입지를 구축했으며 로봇 기술 최전선인 북미 시장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로보티즈는 매출의 약 80%를 해외 시장에서 창출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북미 시장 비중이 크다. 기술력 기반의 오픈 생태계를 바탕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요구하는 글로벌 R&D 환경에서 표준처럼 채택되고 있는 것이다. 로보티즈는 해외 시장 선점을 통해 2018년 코스닥에 로봇 업계 최초로 기술특례 상장할 수 있었다.
로보티즈 다이나믹셀은 현재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주도하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테슬라, 구글, LG 등 로봇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기업들이 로보티즈의 액추에이터를 선택했다.
로보티즈는 부품 기술력을 바탕으로 자체 자율주행 로봇 브랜드인 '개미(GaeMi)'를 통해 서비스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하며 수직 통합적 성장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실외 자율주행 로봇은 통신 속도 문제와 규제 한계로 긴 정체기를 겪어왔다. 로보티즈는 이런 난제를 선도적으로 해결했다. 2020년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실외 자율주행 로봇 실증 특례를 선정 받았으며 물류의 마지막 단계인 라스트 마일 딜리버리 로봇 서비스 가능성을 현실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최근 LH 주택 성능 연구센터에서 아파트 단지 내 로봇 배송 실증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개미'는 로봇 팔을 활용해 승강기 버튼을 직접 조작하고 층간 이동을 수행했으며 장애물 인지 및 회피 등 복합적인 실내외 환경에서의 임무 수행 능력을 입증했다. 국내 공동주택 환경에 특화된 서비스 로봇 상용화 첫 단추를 성공적으로 꿰었다는 평가다.
로보티즈는 자율주행 로봇 대중화를 위해 원가 경쟁력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다. 현재 생산원가를 대폭 낮춘 '개미' 5세대 버전을 개발 중이며 R&D 중심의 고가 모델에서 벗어나 대규모 보급을 통한 시장 선점을 목표로 한다는 전략적 변화다. 김 대표는 “더 작고 정밀한 부품, 더 저렴하고 똑똑한 로봇을 통해 시장 보급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업계 전문가는 “로보티즈는 '액션 데이터'를 표준화하는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다이나믹셀이 확보한 글로벌 R&D 커뮤니티와 북미 시장의 신뢰는 하드웨어 부품사가 피지컬 AI 시대에 고부가가치 데이터 주도 기업으로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명확한 사례”라며 “2025년 3분기 흑자 전환은 그 가능성을 재무적으로 입증하는 변곡점”이라고 평가했다.
김종효 기자 sound@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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