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테크와 MLOps 경쟁, 기술적 해자 유지
산업 AI 도입 근본적 장벽 해소, 수익성 확보해야
기술 패권 전쟁이 심화하며 글로벌 혁신기업 육성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국내 산업 혁신 동력을 책임지는 중견·중소·스타트업·벤처기업은 한국 산업의 장기 경쟁력 확보를 위한 중요한 요소다. 불확실성이 팽배한 글로벌 경제 환경 속에서 국내 산업 혁신 지표를 형성하고 경제 역동성 엔진 역할을 하는 국내 기업들의 성장 과정과 리스크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 한스경제=김종효 기자 | 보수적인 제조업 현장에서도 채택될 정도로 산업 AI 대중화에 성공한 산업 특화 AI MLOps 플랫폼 개발사 마키나락스의 성장 과정은 한국 주요 대기업들이 그 기술력을 먼저 인정하고 채택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마키나락스는 삼성 계열사, SK 계열사, 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기업을 포함해 60여곳의 탄탄한 고객사를 확보했다. 삼성, 현대차 등 보수적인 국내 제조 대기업에 AI 공정 자동화 솔루션을 성공적으로 공급했다는 사실은 마키나락스의 기술적 신뢰성을 뒷받침한다.
성공적 고객 확보와 프로젝트 수행은 투자 유치로 이어졌다. 마키나락스는 12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에 성공한 데 이어 올헤까지 누적 투자 유치 금액 530억원을 달성하며 외형 성장을 위해 필수적인 자본력을 확보했다. 시리즈A 이후에도 후속 투자를 성공적으로 유치한 결과다. 현재 직원 수는 120명 규모로 빠르게 증가하는 고객 수요와 기술 고도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문 인력 확충에 집중하고 있다.
벤처캐피털들이 마키나락스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배경에는 마키나락스가 일회성 프로젝트 매출(Custom Solution) 기반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 확장 가능한 AIaaS 플랫폼 라이선스 모델로 성공적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돼 있다. 마키나락스가 추구하는 '플랫폼 표준화' 전략이 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딥테크 기업이 높은 기술 혁신율과 현장 적응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하는 독특한 조직 문화가 필수적이다. 마키나락스는 ▲회복탄력성 ▲팀 플레이어 ▲지속 성장 등 3가지 핵심 가치를 중심으로 인재 중심 문화를 구축하고 있다.
또한 회사는 ‘빠르게 실패하되 같은 실패는 반복하지 않는다’는 회복탄력성(Resilient)을 중점으로 한 원칙 하에 생산적인 영감을 얻고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문화를 장려한다. 산업 AI는 필연적으로 현장의 복잡성을 다루기 때문에 시행착오가 불가피하다. '빠른 실패'를 용인하는 조직 문화는 모델 개발 주기를 단축시키고 현장 피드백을 빠르게 반영하는 MLOps 파이프라인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한다.
아울러 복잡한 기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혼자 고민하지 않고 문제를 반드시 공유하고 함께 해결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협업(팀 플레이어)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팀원과 팀이 서로에게 배우고 함께 지속 성장(Continuous Growth)해 더욱 가치 있는 조직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
이런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마키나락스는 업무 관련 도서 구매, 강의, 스터디 등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며 기술 혁신을 독려하기 위해 특허 출원시 30만원, 특허 등록시 50만원 보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연구개발 인력 의지를 독려하고 지적 재산을 강화하기 위한 실질적인 투자로 해석된다.
이 회사는 현재 '성장과 기술 고도화'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수익성 개선은 가장 중요한 과제다. 제조 기반 B2B 솔루션은 초기 연구개발(R&D) 비용이 높고 각 고객사 현장에 맞춘 커스터마이징 비용이 발생해 높은 매출 성장에도 불구하고 초기에는 수익성 확보가 어렵다는 구조적 특징이 있다.
윤성호 대표 역시 수익성 개선을 위해 기존 제조 중심을 벗어나 다양한 분야 고객사 확보와 글로벌 진출 계획을 언급한 바 있다. 마키나락스가 내년 중 IPO를 추진하며 플랫폼 기능을 고도화하겠다고 밝힌 것은 단발성 프로젝트 수주에 의존하는 매출 구조에서 벗어나 확장성과 반복성이 높은 플랫폼 라이선스 및 구독 기반의 AIaaS 매출 비중을 높여 재무 건전성을 근본적으로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국내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을 가속화하며 넥스트 유니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마키나락스는 올해 초 일본 법인 설립 계획을 밝히며 글로벌 확장 거점으로 일본을 선택했다. 이 전략은 고도로 계산된 판단에 기반한다. 일본은 제조사 비율이 매우 높은 산업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AI 도입은 한국보다 늦은 편으로 평가된다. 마키나락스가 한국 대기업에서 검증된 기술력과 빠른 솔루션 도입 능력을 활용한다면 초기 경쟁이 적은 상황에서 대규모 플랫폼 라이선스를 확대할 수 있는 최적의 거점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기존 주력 분야인 제조 중심을 벗어나 AI 수요가 높고 기술적 복잡도가 높은 새로운 시장으로의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공공, 방산, 물류 분야 등 다양한 분야의 고객사를 확보해 수익성을 개선할 계획이다. 방산 및 공공 분야는 높은 보안 요구 사항과 복잡한 데이터를 요구하며 이는 마키나락스가 강조하는 고도화된 MLOps 기술력과 '신뢰 가능한 AI' 철학이 강력한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영역이다.
이런 산업 다변화 전략은 마키나락스가 IPO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안정적인 매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데 필수적이다. IPO는 '인공지능 시대의 엑셀'이라는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플랫폼 표준화와 대중화의 필수적인 과정이 될 전망이다.
마키나락스가 산업 AI 선두 주자로서 입지를 굳히기 위해서는 규모의 벽을 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키나락스의 가장 큰 리스크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제공하는 범용 MLOps 솔루션과의 경쟁 심화다.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거대 기술 기업들은 막대한 자본력과 클라우드 인프라를 바탕으로 MLOps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이런 경쟁 구도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산업 특화 MLOps 플랫폼으로서의 기술적 깊이, 즉 딥 도메인 전문 지식(Deep-Domain Expertise)을 지속적으로 증명하고 강화해야 한다. 현장 특화 기능을 강화하고 복잡계 데이터 처리 및 물리 기반 모델링 분야에서 범용 솔루션이 따라올 수 없는 차별점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 과제다.
스마트 팩토리 시장 전체가 공통으로 겪는 문제 즉 '기술 전문 지식과 숙련된 노동력의 부족'은 마키나락스의 솔루션 확산에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아무리 뛰어난 AI 솔루션이라도 현장 엔지니어가 이를 운용하고 모델을 개선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면 채택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마키나락스는 'AI 시대의 엑셀'이라는 비전처럼 현장 엔지니어의 AI 숙련도를 보완할 수 있도록 직관적이고 자동화된 에이전트 구축 환경을 제공하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 솔루션 자체가 현장의 인력 부족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도록 설계돼야만 중견기업 및 해외 시장으로의 대규모 확장이 가능하다.
제조 산업 핵심 데이터는 기업 생존을 결정하는 중요한 자산이므로 데이터 유출 및 사이버 공격에 대한 우려는 B2B 고객사 유치에 치명적인 리스크가 된다. 마키나락스는 자사가 강조하는 '신뢰 가능한 AI'와 데이터 보안 체계를 더욱 강화하고 현장 폐쇄망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엣지 및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배포 역량을 입증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유니콘 기업으로 도약하고 IPO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소수의 국내 대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중견기업 및 해외 시장으로 플랫폼 매출을 대규모로 확대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야 하는 구조적 과제가 남아있다.
업계 전문가는 “마키나락스는 한국 제조업의 핵심 데이터를 집적하고 AI로 혁신한 명실상부한 국가대표 산업 AI 기업”이라면서도 “진정한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성공적인 '커스터마이징 프로젝트 모델'에서 벗어나 전 세계 엔지니어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플랫폼 기반의 AIaaS 모델'로의 성공적 변환이 필수적이다. IPO는 이 거대한 규모의 벽을 넘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이라고 제언했다.
김종효 기자 sound@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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