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활성화·기술 고도화 계기 관측
한국GM에 KGM까지 수출 집중…중국發 탈시장 우려도
[한스경제=최창민 기자] 올해 국내 자동차 시장이 중국 자본 유입으로 격변을 맞이할 전망이다. 다음 주 승용 브랜드를 공식 출범하는 중국 전기차 업체 BYD를 시작으로 지리자동차 산하 폴스타, 지커와 빅테크 샤오미까지 한국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시장 활성화의 이면에 중견 국산차 업체의 탈(脫)시장 가속화를 우려하고 있다.
◆ 중국차, 韓 시장 상륙 초읽기
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BYD코리아는 다음 주 한국 시장에 승용 브랜드를 공식 론칭한다. 지난 2016년 상용차로 터를 잡은 뒤 9년 만에 영역을 넓히게됐다. BYD코리아는 최근 딜러사 선정을 마친 데 이어 서초 전시장에 '아토3' 현판을 걸면서 이를 본격화했다. 2022년 전기차 개발·생산에 돌입한 BYD는 거대 중국 자본을 등에 업고 급성장했다. 작년에는 전기차 판매량에서 테슬라와의 격차를 2만여대 수준까지 좁혔다.
중국 최대 민영 자동차 기업 지리자동차도 한국 시장에 상륙한다. 막대한 자금을 토대로 2010년 스웨덴 완성차 업체 볼보를 15억달러에 인수한 뒤 몸집을 키운 지리차는 영국의 스포츠카 업체 로터스에 이어 메르세데스-벤츠의 모기업 다임러의 최대주주까지 오르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로 우뚝 섰다. 2022년에는 지주사인 저장지리홀딩그룹이 르노코리아의 지분 34.02%를 인수해 2대 주주에 올랐다.
지리차 산하 전기차 업체 폴스타는 올해부터 국내 공장 생산에 돌입한다. 지난해 전기 SUV 폴스타4를 출시했는데 이를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에서 생산한다. 접근성을 키우는 동시에 시장에 브랜드를 각인시키려는 전략이다. 여기에 국내 생산분에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의 배터리를 탑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국' 이미지를 떨치는 전략도 전개하고 있다.
전기차 브랜드 지커도 올해 한국 시장 출범을 가시화하는 모습이다. 수년간 진출 시기를 저울질하던 지커는 지난해 9월 한국 지사 대표를 선임한 뒤 12월 아이언모터스, 에이치모터스, 아주, KCC오토, 고진모터스 등을 딜러사로 점찍었다. 산업부와 환경부 인증에 속도를 낼 경우 올해 말에는 공식 출범을 선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망에 오르는 지커의 수입 차종으로는 001, 7X, 009 등이 언급된다. 지커는 001을 럭셔리 슈팅브레이크로 소개하고 있다. 스펙으로는 시속 0km에서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3.3초, 580kW의 배터리 성능, 최고 속도 240km/h, CLTC 기준 주행가능거리 750km 등이다. 5인승 SUV 7X는 주행가능거리가 780km에 달한다고 명시했다. 국내 환경부 인증 기준으로 가장 긴 주행거리를 가진 현대차 아이오닉6(524km)보다 월등한 수준이다.
◆ 샤오미도 '기웃'…시장 활성화 vs 탈시장 가속
최근에는 중국 빅테크 기업 샤오미까지 언급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샤오미테크놀로지코리아는 지난해 국내 법인을 설립했는데 정관 사업 목적에 자동차와 부품 수입 및 도소매업을 기재한 것이 최근 전해졌다.
샤오미는 지난해 SU7으로 전기차 시장에 첫 발을 디딘 바 있다. 회사 측은 "진행 중인 글로벌 사업을 일괄적으로 등록한 것일 뿐"이라면서도 "하겠다, 안 하겠다 정해진 것은 없다"라고 밝혔다. 한국 자동차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중국 자동차 업체의 행보에 의견이 갈리는 분위기다. 소비자 선택지가 넓어져 시장 활성화를 기대하는 측면과 국산 토종 완성차 업체들의 입지 축소를 우려하는 시각이다.
현재 내수 시장은 사실상 현대자동차그룹 '판'이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수입차를 포함한 내수 시장에서 74.1%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길에서 마주치는 차량 10대 중 7대 이상이 현대자동차와 기아라는 소리다. 이와 함께 수입차 시장도 BMW와 벤츠 등으로 양분된 지 오래다.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브랜드의 신차가 유입되면 시장 활성화는 물론 업체 간 경쟁으로 기술 개발 고도화도 기대할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반대로 중견 완성차 업체들의 위축과 이에 따른 탈(脫)시장 기조 가능성도 제기된다. 가뜩이나 어려운 내수 환경에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까지 이어지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관측에서다. 중견 3사로 꼽히는 KG모빌리티, 한국GM 등의 작년 실적이 이를 뒷받침한다.
KG모빌리티와 한국GM은 지난해 내수 시장 판매량이 급감한 반면 수출 물량은 크게 늘었다. 양사는 작년 각각 6만2378대, 47만4735대의 수출량을 기록해 10년 만에 최대 실적을 냈다. 해외 집중 전략을 본격화한 결과다. 반면 내수는 쪼그라들었다. KG모빌리티는 작년 내수 판매량(4만7046대)이 쌍용자동차 시절이던 2012년(4만7700대)수준까지 떨어졌다. 한국GM은 가까스로 유지하던 3만대의 벽이 무너졌다.
가격이 관건이라는 주장도 이어진다. 이미 국산차 경쟁력이 세계적인 수준이기 때문에 중국 자동차가 가격 경쟁력이 없으면 구매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가장 먼저 들어오는 BYD가 가격 정책을 어떻게 펼치느냐에 따라 향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라며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닌 국산차를 두고 고가의 중국차를 살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창민 기자 ichmin61@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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