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현대차그룹 신년회서 신년 메시지…車산업 '위기'로 진단
"위기를 미래 기회로 삼아야"…"첫 외국인 CEO 선임은 혁신 의지"
"경쟁자와 전략적 협업 필요"…동맹 확대 암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현대자동차그룹

[한스경제=최창민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신년회에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위기를 진단하고 대응 전략을 제시했다. 위기에 맞서는 관점과 자세, 현대차그룹의 변화와 혁신, 위기 극복 DNA 등을 강조하고 면밀한 준비와 유연한 자세로 이를 극복해 새로운 가능성을 창출하겠다는 의지다.

정의선 회장은 6일 경기 고양시에 위치한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2025년 현대차그룹 신년회를 열고 새해 메시지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정 회장을 비롯해 장재훈 현대차 부회장,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 송창현 현대차 사장, 성 김 현대차 사장, 송호성 기아 사장, 이규복 현대글로비스 사장, 정형진 현대캐피탈 사장, 이한우 현대건설 부사장, 김혜인 현대차 HR본부 부사장 등 현대차그룹 최고 경영진들이 총출동했다.

이날 정 회장의 키워드는 '위기'로 압축된다. 정 회장은 위기를 14번 언급하면서 이를 대처하는 자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체제에 따른 국제 정세와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 변화, 전기차 캐즘, 테슬라·BYD 등 신흥 경쟁 업체의 약진 등으로 산업의 판도가 급변하는 데 따른 전략이다.

정 회장은 임직원에 짧은 감사 인사를 전한 뒤 곧바로 “앞으로 피해갈 수 없는 도전들이 기다리고 있다”며 "위기를 인지하지 못하고 낙관에 사로잡히거나 비관적 태도에 빠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라며 운을 뗐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앞에 놓인 도전과 불확실성 때문에 위축될 필요는 없다”며 “위기가 없으면 낙관에 사로잡혀 안이해지고 이는 외부의 위기보다 우리를 더 위험하게 만든다"고 말해 외부의 자극을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 회장은 "우리는 항상 위기를 겪어왔고 훌륭하게 그 위기들을 극복해 위기 이후 더 강해졌다"며 "'퍼펙트 스톰'과 같은 단어들은 우리의 경각심을 일깨우고 위기에 맞서는 우리의 의지를 고취시키는 역할을 해야지, 비관주의에 빠져 수세적 자세로 혁신을 도외시하게 해서는 안 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 최창민 기자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 최창민 기자

정 회장은 대내외 위기를 ‘예상할 수 있는 도전’과 ‘예상하지 못했던 도전’으로 구분하고 극복 방안을 제시했다. 예상할 수 있는 도전은 면밀한 준비를 토대로 미래 기회를 창출하는 기회로 삼는 한편 예상치 못한 도전은 다져온 기본기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다.

정 회장은 “단순히 위기 요인을 제거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위기가 발생하게 된 배경, 맥락, 역사적 흐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위기 극복을 넘어 미래 기회의 창출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예상하지 못했던 위기의 대응에는 무엇보다 기본기가 중요하다"며 "객관적인 분석과 총합적인 대응을 이끌어내는 내부 논의, 설정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단결, 목표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과 같은 유연하고 개방적인 내부 프로세스와 조직 문화를 갖추게 되면 기본기를 바탕으로 예상하지 못한 위기에도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기를 수없이 강조한 정 회장은 첫 외국인 CEO 선임 이유와 이에 따른 비전도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1월 사장단 인사에서 호세 무뇨스 사장을 현대차 신임 대표이사에, 성 김 고문을 그룹 전략기획 담당 사장에 임명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 북미 약진의 일등공신인 무뇨스 사장과 미국 국무부, 미국대사 등을 두루 거친 외교 전문가 성 김 사장을 내세워 트럼프 체제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이다.

정 회장은 이를 두고 "혁신을 향한 의지"라고 강조하면서 "국적, 성별, 학력, 연차와 관계없이 오로지 실력있는 사람이 리더가 될 수 있도록 창의적으로 열성적으로 일하는 사람이 마음껏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경쟁 업체와의 '오월동주'도 강조하면서 또다른 동맹도 암시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제너럴모터스(GM)를 시작으로 스코다 일렉트릭 등과 동맹을 맺었다. 도요타그룹과의 협력도 가시화하면서 유수의 글로벌 업체들과 손잡고 내연기관을 비롯해 수소차 등 미래차 기술을 선점, 중국의 위협에 대비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됐다. 정 회장은 “혁신을 향한 굳은 의지는 조직 내부를 넘어 외부로도 힘차게 뻗어 나가야 한다”며 "산업 패러다임 변화와 기술 발전을 선도하고 핵심 분야에 과감히 투자하면서 필요에 따라서는 경쟁자와도 전략적으로 협력을 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최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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