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최창민 기자] 한국 자동차 시장에 ‘차이나 머니’가 몰려올 조짐이다. 이달 16일 승용 브랜드를 론칭하는 BYD를 시작으로 르노코리아 부산공장 생산을 시작하는 폴스타, 딜러 선정을 마친 지커, 한국법인 정관에 자동차와 부품 수입 및 도소매업을 명시한 빅테크 기업 샤오미 등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우리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업체들의 방점이 단순한 시장 확대에 찍힌 것이 아님은 분명해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기준 내수 시장은 안방마님인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74.1%를 장악했다. 수입차 시장은 BMW와 메르세데스-벤츠가 작년 기준 합산 점유율 53.2%로 과점하고 있는 형국이다. 테슬라의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고는 하나 지난달 신차 등록 수는 전월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게다가 수입차 시장은 2022년 정점을 찍은 뒤 2년 연속 역성장 추세다.
BYD가 저가 정책을 펴지는 않을 것이라고 꾸준히 강조하는 점도 수익 확보가 목적이 아님을 방증한다. 업계 한 전문가는 "아무리 값이 싸다 한들 중국산 자동차를 굳이 선택해서 살 이유는 없지 않나"면서 BYD의 의도가 다른 데 있을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한국 시장을 수출 전초 기지로 활용하려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미국이 핵심 키워드다. 한국은 지난 2007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 2012년 이를 발효해 10년 이상의 세월 동안 양국 간 무역의 틀을 다져왔다. 이는 한국의 대미 무역 환경이 우수하다는 의미로 중국에는 미국 진출 교두보로 안성맞춤이다.
오비이락 격으로 중국 자동차 회사의 잇단 움직임이 이를 뒷받침한다. 2년 전 KG모빌리티와 배터리, 하이브리드 시스템 공동 개발에 나선 BYD가 한국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재작년부터 나왔다. 이에 맞물려 최근에는 렌터카 시장까지 BYD의 그림자가 감지됐다. 한국 1·2위 렌터카 업체인 롯데렌탈과 SK렌터카 지분을 인수한 사모펀드 어피니티 에쿼티 파트너스가 BYD와 한국 렌터카 시장 장악을 노리고 있다는 풍문이 돌면서다.
르노코리아 지분 인수로 2대 주주에 오른 지리자동차도 이를 거든다. 중국 민영 최대 자동차 기업인 지리차는 볼보, 로터스, 벤츠의 모기업 다임러의 지분을 연이어 인수하면서 변방 전기차 회사에서 글로벌 업체로 발돋움했다. 볼보에서 독립한 전기차 업체 폴스타는 지난해 국내 시장에 진출한 데 이어 올해부터는 르노코리아 부산공장 생산에 들어간다. 차이나 머니가 들어간 차에 '메이드 인 코리아' 딱지가 불어 국산차로 분류된다는 의미다.
이 같은 흐름이 우려되는 이유는 미국의 적대적 무역국에 포함될 수 있다는 데 있다. 멕시코에 관세 폭탄을 예고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화살이 우리에게 향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공개된 2024년 미국 대선의 세계적 영향 보고서에는 "트럼프 후보는 계속해서 한국을 적대적 무역 상대나 안보 무임승차자로 본다"라는 분석이 실렸다. 앞선 임기에서 방위비 분담금 인상과 주한미군 철수 등 철저히 손익에 따라 움직이는 그의 특성을 반영한 분석이다.
트럼프가 한국을 중국의 자동차 수출 우회로로 낙인찍으면 어떤 식의 제재를 걸지 장담할 수 없다. 트럼프는 후보 시절 중국산 수입품에 60%, 중국의 대표 수출 우회로인 멕시코에 25%에 관세 폭탄을 매기겠다고 호언했다. 만약 한국이 관세 폭탄 대상국이 되면 이는 전기차를 내세워 미국 시장에서 활로를 넓히고 있는 현대차그룹에 크나큰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과거 사드 배치를 이유로 한한령과 경제 보복을 일삼아온 중국이 이제는 한국 자동차 시장을 잠식하려 한다"는 주장은 침소봉대일 수 있다. 다만 어떻게든 대비할 방법을 강구해야만 한다는 목소리는 끊이지 않는다. 정부 차원의 제도적 장치와 토종 완성차 회사들의 기술 고도화만이 해답이다. "한국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겠다"면서 "보험, 금융, 물류 등으로 협력 관계를 확장하겠다"는 류쉐량 BYD 아사이태평양 자동차 영업사업부 총경리의 말을 뜯어봐야 할 때다.
최창민 기자 ichmin61@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