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평가 통해 2026년 지원금 지급
현행 중증환자 분류체계를 대폭 개선
[한스경제=이소영 기자] 보건복지부가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 추진 방안을 발표하고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조정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은 상급종합병원이 중증·응급·희귀질환 중심으로 진료하는 중환자 중심 병원으로서 기능을 확립하고 전공의의 과도한 근로에 의존하던 관행을 개선해 밀도있는 수련을 제공, 임상과 수련을 균형적으로 발전시키는 내용이 골자다.
복지부는 지난달 30일에 발표한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 중 저수가 구조 퇴출 로드맵의 후속조치로 상급종합병원에서 주로 이뤄지는 중증수술 910여개 수가와 마취료 인상 등을 발표했다.
중증·응급, 희귀질환에 집중…의료 질 개선에 나선다
복지부는 상급종합병원이 중증·응급·희귀질환 등 본래 기능에 적합한 환자에게 집중할 수도 있도록 구조를 전환해 중증 진료 비중을 현행 50%에서 70%까지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한다.
다만 상급종합병원별로 현재 중증 비중이 상이한 점을 감안해 70% 상향을 목표로 하되, 중증 비중이 낮은 병원은 70%에 도달하지 않더라도 중증환자 비중 상향 목표에 따라 일정 수준 이상 달성하면 인센티브를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상급종합병원의 본래 기능을 명확히 하는 목적으로 '상급종합병원 적합질환'을 최초로 정의하는 한편 현행 중증환자 분류체계를 대폭 개선하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한다.
기존에는 상급종합병원을 지정할 때 중증환자 분류체계에 따른 '전문진료질병군' 환자 비중을 지표로 삼았다.
현행 분류체계는 질병 종류에 집중하고 연령·기저질환 등 환자의 양태가 반영되지 않아 뇌졸중 등 중증·응급환자가 '전문진료질병군' 환자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는 해당 질병에 대한 치료 역량 저하를 초래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런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의료 현장, 관련 학회 등의 의견을 수렴해, 현행 기준에는 중증으로 분류되지 않지만 중증으로 간주해야 할 필요가 있는 환자를 상급종합병원 적합질환자로 보고 기준을 신설했다.
기준에 따르면 적합질환은 ▲고령·복합질환 등으로 지역 2차 병원에서는 치료 제공 과정에 위험이 수반될 우려가 있어 의사의 전문적 판단에 따라 의뢰된 환자 ▲호흡곤란·의식장애 등 응급환자 중증도 분류기준(KTAS) 1~2에 해당하여 응급실을 통해 입원한 환자 ▲같은 질병 종류여도 일반성인보다 치료 난이도가 높은 소아환자 등이 해당한다.
더 나아가 연령·기저질환 등 환자의 상태를 반영하는 새로운 분류 기준으로 근본적 전환을 본격적으로 착수하고, 이른 시일 내 '중증 분류체계 혁신 TF(가칭)'을 구성해 개선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또한 전환 과정에서 전체적 진료역량 유지 측면에서 필요한 기능이 저하되지 않도록 적합질환 비중이 적은 진료과목의 환자 비중을 살피고, 그 범위 안에서 목표를 달성하도록 사업을 추진한다.
지역완결적 협력 네트워크 확립
복지부는 상급종합병원과 진료협력 병원 간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그간 상급종합병원-2차병원이 같은 환자군을 두고 경쟁하던 관계를 환자 중심의 협력관계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진료협력을 통해 환자에게 최상의 치료를 제공할 수록 지원의 수준을 확대한다.
지금까지의 형식적인 틀을 개선해 전문 의뢰·회송 제도로 전환한다.
또한 ▲권역의 진료협력병원 간 ▲의사의 전문적 소견을 바탕으로 ▲진료기록 등 환자의 정보를 공유하면서 ▲패스트트랙으로 진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전문의뢰제'를 마련·강화한다.
권역 내 상급종합병원-진료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수도권에서 수술 등 급성기 치료를 받은 지역 환자가 집 근처에서 회복기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권역 외 회송 등 권역 간 진료 협력이 필요한 상황도 감안해 권역 외의 상급종합병원 간 진료협력도 인정할 계획이다.
일반병상↓, 중증 중심 병상↑
상급종합병원이 과도한 병상과 진료량 확장보다는 의료질 개선이 집중할 수 있도록 방향 전환에도 나선다.
지역과 병상 수준, 지역완결적 의료체계 구축에 따른 수도권 쏠림 해소와 비수도권 환자 수용 확대 등을 고려해 수도권은 10~15%, 비수도권은 5% 수준으로 감축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서울의 경우 허가병상 1500병상 이상 기관은 15%를 적용하고 그외 기관은 10%를 적용한다.
병상 감축 대상은 일반입원실 허가병상으로 중환자실·격리병실·어린이공공전문진료센터·권역응급의료센터·권역외상센터 병상 등 정책적으로 유지가 필요한 병상은 감축대상에서 제외한다.
이를 통해 경증진료는 줄이되 필수적인 진료기능은 유지한다.
숙련 인력 중심으로 운영, 전공의 수련 고도화
인력 구조 역시 중증·응급환자 진료에 적합하게 전환한다.
상급종합병원이 전체적인 진료규모를 축소하고 중증·응급진료에 집중하면서 의사·간호사 등 현행의 전문의, 간호사 등 팀 진료를 통해 인력 운용을 효율화한다.
전공의의 경우 총 수련시간은 감소하더라도 유의미한 수련시간은 확대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
상급종합병원은 전공의 연속근무 단축 시범사업 참여를 시작으로 전공의 근로환경을 개선하고, 전공의 수련기능 강화, 병원 차원의 체계적 수련프로그램 설계 등을 통해 밀도있는 수련을 제공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상급종합병원이 중증 중심으로 운영되며 전공의가 수련 중 경험할 수 있는 환자군이 제한되는 것을 고려해 다채로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다기관 협력 수련 모델을 마련해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에도 점진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상급종합병원이 전공의 의존도를 낮추는 대신 숙련된 인력 중심으로 운영하면서, 전공의는 수련생으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
2028년까지 건보재정 10조원 지원
사업에 참여하는 상급종합병원의 구조 전환이 안정적으로 이뤄지도록 복지부는 연간 3조 3000억원, 3년간 총 10조원을 건강보험으로 지원한다.
이는 기존에 발표된 2028년까지 예정된 건강보험 10조원+α 투자와는 별개로 추자지원되는 금액이다.
복지부는 ▲중환자실 수가를 현행 수가의 50% 수준인 일당 30만원 ▲2인실~4인실까지 입원료를 현행 수가의 505 수준인 일당 7만 5000원을 가산해 총 6700억원을 지원한다.
또한 ▲두경부암, 소화기암 등 중증 암 수술과 심장수술 ▲뇌혈관 수술 등 난이도가 높은 수술 ▲응급수술 비율이 높고 수술 후 중환자실 입원 비율이 높은 수술 등 총 910개 수술 수가와 수술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마취료를 50% 수준 인상해 총 3500억원을 지원한다.
약 7개월에 이르는 비상진료 운영을 통해 중증·응급 진료에 효과가 있었던 비상진료 지원 항목은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수가에 반영하고 향후 제도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세부적으로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 가산, 응급센터 내원 후 24시간 중증·응급 수술 가산 1500억원 ▲24시간 진료 지원 7300억원 ▲전담 전문의의 중환자실과 입원환자 관리료 3000억원 등이다.
상급종합병원-진료협력병원 간 환자 진료기록·영상정보 등을 추가하는 등 전문적 의뢰·회송에 대한 보상도 강화해 의료전달체계를 효율화한다.
특히 3조 3000억원의 지원규모 중 30%에 해당하는 1조원은 현행의 행위별 수가의 한계에서 벗어나 구조전환 성과를 달성했을 때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지불방식을 도입해 투자한다.
복지부는 ▲병상감축 수준 적합질환 비중 상향 ▲진료협력체계 구축 실적 등을 평가해 성과에 따라 차등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성과평가 지표를 통해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유인을 강화해 나가며 시범사업 과정에서 성과평가 지표는 계속 보완·발전 시킬 계획이다.
상급종합병원에 지원하는 수가가 인상되더라도 비상진료 기간 중 환자에게 추가 부담은 없다. 비상진료 기간이 종료되더라도 중증 환자가 더 부담하지 않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다음달 2일부터 참여기관 신청 접수를 시작하고 의료기관별로 준비가 마무리되는 대로 신청할 수 있도록 12월 말 이후까지 신청기간을 운영한다.
수가 지원은 병상감축을 확인한 뒤 지원하며, 성과 지표에 따른 지원은 올해 준비를 거쳐 내년 1월부터 12월까지의 실적을 평가해 2026년에 지급된다.
정경실 의료개혁 추진단장은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은 비상진료체계 시행을 계기로, 그간 왜곡된 의료 공급과 이용체계를 바로잡고, 바람직한 의료전달체계로 혁신하기 위한 첫 걸음이자 중간 과정”이라며 "바람직한 전달체계의 확립이라는 변화를 유도하면서도, 급격한 변화로 현장에 혼란을 초래하지 않도록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계속 보완해 나갈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이 마중물이 되어 종합병원, 지역 병의원에 이르는 전반적인 의료전달체계 정상화가 차질없이 이루어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소영 기자 sylee03@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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