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비상계엄 포고령 대처 비판…신뢰 바닥 뚫어
조규홍 장관 사의 표명
의료계, 장·차관 사과와 의료개혁 중단 요구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연합뉴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연합뉴스

[한스경제=이소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당시 포고령에 담긴 '전공의 처단'에 대한 뒷수습으로 보건복지부가 진땀을 빼고 있다. 특히 수장인 조규홍 장관이 사퇴의사를 밝힌 만큼 의대증원 등 의료개혁이 좌초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조 장관은 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계엄 선포를 반대했으며 포고령에 담긴 전공의 미복귀시 처단 내용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대화와 설득, 착실한 의료개혁을 통한 복귀를 유도한다는 지금까지의 정부 방침에 배치된다"며 "표현이 매우 거칠고 과격했고, 6개 항목 중 유일하게 특정 직역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동의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9000명 넘는 전공의가 이미 사직한 것도 고려가 안 됐고, 사직한 전공의 중 50%의 의사가 현행 의료현장에서 봉사하고 있다는 내용도 고려가 되지 않아 동의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조 장관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불구하고 사회 안팎에서는 포고령에 전공의와 의료인들을 처단한다는 내용이 어떤 경위로 담겼는지 복지부가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강도 높게 비난하고 있다. 

또한 전체회의에 참석한 보건복지위원들은 포고령을 보고도 복지부가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을 지적했다.

조 장관은 "비상계엄 관련 복지부 1급 회의를 진행해 상황을 공유했고 해야 할 일을 하자고 했다"며 "다만 보도자료를 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형욱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이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이소영 기자
박형욱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이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이소영 기자

비상계엄과 포고령에 대응하지 않으며 복지부는 의료계의 더 큰 비판을 마주하게 됐다. 조 장관이 비난의 십중포화를 받고 있는 동안 계속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호원 복지부 대변인을 포함한 대외 채널은 의료개혁 지속 여부, 포고령에 대한 입장 등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의료개혁 중단은 물론 의료개혁 추진 담당자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대학교병원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학생회는 지난 4일 성명서를 내고 "우리는 '임의처단'의 대상이 되기를 단호히 거부한다"며 "안전한 교육 및 수련 여건이 보장될 때까지 2025년 의대생 및 전공의 모집을 잠정 중단하고, 모든 졸속으로 추진된 교육·의료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자유와 생명을 위협하는 시도가 결코 재발하지 않도록 의료인에 대한 부당한 지도와 명령의 근거가 되는 의료법 제59조를 즉시 철폐하고, 자유시민으로서의 권리를 인정하라"며 "장상윤, 조규홍, 박민수, 이주호 등은 윤석열 정권의 폭정에 맹종한 것을 국민 앞에 사죄하고, 사태 정상화를 위해 끝까지 모든 책임을 다하라"고 촉구했다.

법정 의사단체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공의와 의료인을 향해 처단한다는 폭압적 문구를 넣은 당사자와 과정을 밝히고 책임을 물을 것을 촉구한다"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물러날 것을 요구한다. 또한 정부가 2025학년도 의대 모집을 중지해 향후 10년간 지속될 의대 교육 파탄을 막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조 장관의 사의 표명으로 인해 복지부의 의료개혁 추진력 자체가 떨어지게 됐다는 점이다. 조 장관은 의료계에서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비판해 온 의대증원 인원 2000명을 자신이 대통령에게 제안했다고 주장하며 의료개혁을 이끌어 왔다.

의료대란이 10개월째 진행되는 동안 조 장관은 사퇴 압박을 받아왔지만 거취를 직접 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이를 거부해왔다. 그러나 비상계엄이 선포되며 사의를 표명한 것이다.

조 장관은 "(지난 4일) 국무총리 주재회의에서 저를 포함한 상당수의 국무위원들이 일괄 사의 의견이 나왔다"며 "사의를 밝히더라도 최종 사표 수리 전까지는 현직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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