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별 희비 교차…CDMO 간접 타격 가능성
[한스경제=김동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약가 인하 행정명령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 사이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주력 분야에 따른 기업별 희비도 엇갈릴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자국 내 처방약 및 의약품 가격을 최대 80%까지 인하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번 정책은 미국인이 처방약에 지불하는 가격을 다른 국가들과 동일한 수준으로 낮추기 위한 목적을 담고 있으며 ▲보건복지부 장관은 미국 환자가 제약사로부터 최혜국 가격으로 직접 약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 추진 ▲보건복지부 장관은 30일 내로 제약사에 미국 환자의 최혜국 가격 목표를 전달하는 등의 내용이 골자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 등 중간 유통 구조 개선과 고가 의약품에 대한 약가 인하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번 조치는 미국인의 약물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강도 높은 약가 규제의 일환으로 미국으로 의약품을 수출하는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기술수출을 통해 미국 내에서 오리지널 신약이 판매 중이거나, 고가 전략을 펼쳐온 기업들에는 부정적인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020년부터 자체개발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미국 판매명 엑스코프리)’를 미국에서 출시해 직판 체계를 구축한 SK바이오팜에는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SK바이오팜은 미국의 관세 리스크 등에 대비해 현지에 6개월분 재고를 확보했으며 미국 내 위탁생산시설(CMO)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절차를 완료한 바 있다.
메리츠증권은 SK바이오팜에 대해 의약품 관세와 약가 인하 리스크가 지속되고 있다며 목표주가를 기존 17만원에서 14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김준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SK바이오팜은 관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미국 내 위탁생산(CMO)시설 관련해 필요한 FDA 승인 절차를 모두 완료했으며, 미국 내 6개월 이상의 재고를 확보한 상황”이라면서도 “관세보다 약가 인하 리스크가 더 크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들도 약가 인하로 인해 고객사들이 생산 단가를 절감하는 과정에서 매출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우리나라 CDMO 대표기업으로 꼽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12일 전 거래일 대비 4.71% 하락한 99만 1000원에 장을 마감하며 약 한 달여 만에 주가가 100만원 밑으로 내려갔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정책 관련해 주의 깊게 관망할 필요가 있으며 기존에 승인 받은 타겟/약물의 제형 변경이 가능한 바이오텍 개별 모멘텀 위주의 접근이 유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짐펜트라’, ‘유플라이마’ 등 바이오시밀러를 미국에서 직접 판매하고 있는 셀트리온은 트럼프의 약가 인하 행정명령을 오히려 기회로 보고 있다.
셀트리온은 “이번 행정명령이 더 나은 비즈니스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며 ▲중간 유통 구조 단순화 ▲고가 의약품 약가 인하에 따른 바이오시밀러 처방 가속화 ▲병행수입 및 포트폴리오 확장 등 세 가지 기회요인을 제시했다.
회사는 PBM 등 중간 유통 구조 개선으로 바이오시밀러 제조사가 정부와 직접 약가를 협상할 수 있어 정부와 제조사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기회를 가질 것으로 예상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이번 행정 명령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바이오시밀러 제조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특히 셀트리온과 같이 미국 현지에서 바이오시밀러를 직판 중인 기업에게는 또 다른 큰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전했다.
이어 “향후 미국 정부의 구체적인 시행 절차와 정책 방향을 지속적으로 반영하면서 상황 변화에 맞춘 탄력적이고 유연한 전략으로 대응해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동주 기자 ed30109@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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