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美 상무부 의약품 수입 관련 조사 착수…관세 부과 명분
수장 잃은 국가바이오위원회…출범 3개월째 무소식
정치 공백 인한 투자 심리 위축까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의 그림자가 K-제약바이오에 엄습하고 있다. 탄핵으로 인한 조기 대선 정국에 놓인 우리나라의 컨트롤타워는 사실상 ‘무주공산’이다. /픽사베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의 그림자가 K-제약바이오에 엄습하고 있다. 탄핵으로 인한 조기 대선 정국에 놓인 우리나라의 컨트롤타워는 사실상 ‘무주공산’이다. /픽사베이

[한스경제=김동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그림자가 K-제약바이오를 엄습하고 있다. 탄핵으로 인한 조기 대선 정국에 놓인 우리나라의 컨트롤타워는 사실상 ‘무주공산’이다.

27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최근 관보를 통해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의약품과 그 원료 등의 수입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기 위한 조사를 시작했다.

세부적으로 ▲미국 내 생산 의약품 및 원료의 국내 수요 충족 정도 ▲외국 정부 보조금과 약탈적 무역 관행이 미국 의약품 산업의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 ▲ 외국의 불공정거래 관행과 외국정부 지원으로 과잉 생산되는 의약품 및 원료의 인위적인 가격억제로 인한 경제적 영향 등 총 10개 사항에 대한 공개 의견도 요청됐다. 

이번 조사 결과는 향후 트럼프 정부가 의약품 관세 부과를 위한 명분으로 활용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상무부는 내달 7일까지 의견을 제출받을 예정이다. 

이달 초 발표된 모든 수입품에 기본 10% 관세를 부과하고, 약 60여 교역국에 관세를 추가로 얹는 ‘상호관세’ 부과 계획에서 의약품은 일단 제외돼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의약품도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품목”이라며 재검토 의지를 밝히고 있는 만큼 안심하기 이르다.

문제는 통상 위기에 대응해야 할 조직이 현재 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종전 윤석열 정부는 그동안 국무총리실 산하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혁신위)와 대통령 직속 국가바이오위원회(위원회) 등을 출범했다. 바이오헬스를 ‘미래 전략산업’으로 인지하고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컨트럴 타워 역할을 부여할 계획이었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등으로 인해 지난해 12월 출범이 무산되고 가까스로 지난 1월 출범했지만, 사실상 ‘식물’ 상태에 가깝다. 출범 당시 1차 회의를 진행한 이후 3개월 흘렀지만 이후 활동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그나마 지난 2023년 출범한 혁신위가 지난달 제6차 회의까지 진행하며 명맥을 이어가고 있지만 단일 조직의 파편적 대응으로는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당장 미국의 의약품 관세 부과 움직임이 글로벌 시장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지만, 국내에서는 이렇다 할 대응 방안조차 나오지 않는 이유기도 하다.

위원회와 혁신위 모두 조직을 이끌 수장이 사실상 없는 상태다. 각각 대통령과 국무총리를 수장으로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인해 한덕수 권한대행이 두 조직을 모두 이끌어야 한다. 

조기 대선 정국에서 선거관리 책임과 함께 본인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 두 위원회에서 적극적인 활동은 다소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치 공백이 만든 산업 리스크는 결국 투자 위축이라는 악순환 구조가 된다. 단순한 의사결정을 넘어 산업 정책의 지속 가능성이 불투명해지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자나 글로벌 파트너사 입장에서는 정책 일관성이 없는 국가로 간주할 수 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벤처투자회사·벤처투자조합의 지난해 바이오·의료업종의 신규 투자 비율은 전체 업종 중 16.1%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27.8% ▲2021년 21.8% ▲2022년 16.3% ▲2023년 16.4%로 매년 감소세다.

올 1월 기준 바이오·의료업종 신규 투자 비율은 10.7%까지 주저앉았다. 투자금액도 441억원으로 전년 동기(526억원) 대비 약 16%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필요한 건 정책 비전보다 ‘운전대를 잡을 사람’”이라며 “컨트롤타워 공백이 장기화하면 투자 위축, 글로벌 협력 단절, 국내 생산 지연 등 복합 위기가 현실이 될 수 있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김동주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