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 韓 점유율 3.3% 그쳐
中 제약바이오 육성 사례…범국가적 지원 필요
[한스경제=김동주 기자] 우리나라가 신약개발 선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제네릭(복제약) 중심 산업 구조’에서 벗어나 ‘혁신신약 개발’ 중심으로의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관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창립 80주년 기념사업 추진 미래비전위원장은 최근 기고문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제약산업의 본질적 경쟁력인 신약개발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과 R&D 초격차…韓 점유율 한 자릿수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산업은 지난 수십 년 간 양질의 의약품을 국내에 안정적으로 공급해왔으며 일부 국산신약이 해외 진출에 성공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매년 50~60개의 글로벌 신약 허가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답보 상태다. 오는 2026년 여전히 미국과 유럽이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글로벌 제약 시장에서 한국은 점유율이 3.3%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29.3%), 일본(11.9%)에 비해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R&D 투자면에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과 글로벌 제약기업 간의 격차는 매우 크다.
국내 R&D 투자 1위 기업은 약 4000억원인데 반해 글로벌 1위 기업은 약 17조원으로 40배 이상 차이가 난다. 또 국내 상장 제약바이오 기업의 지난 2023년 총 R&D 투자액 역시 약 4조 7000억원으로 글로벌 1위 기업의 1/4 수준에 불과하다.
신약개발에 필요한 투자자금 유치도 녹록치 않다. 최근 몇 년 사이 바이오벤처 창업이 급격히 줄었고, 자본시장도 위축되면서 유망한 파이프라인조차 중도 포기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정부의 ‘신약의 혁신가치에 대한 불충분한 보상’도 국내 개발 신약의 해외 진출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 위원장은 “혁신신약의 부재는 결국 글로벌 시장 진출의 발목을 잡는 결정적 요인”이라며 “신약개발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신약 개발 체질 개선…범국가적 지원 필요
문제는 여전히 제네릭 의약품 위주의 사업 구조에 머물러 있는 현실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영세한 매출 및 이익의 규모나 전문 인력의 부족 등으로 적극적인 신약개발 투자를 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위원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네릭 위주의 제약바이오 산업을 신약개발 위주로 개편을 해야만 미래를 담보할 수가 있다”며 중국의 제약바이오 육성사례를 꼽았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1년 제1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 때부터 최근까지 연속적으로 제약바이오 산업을 핵심 산업군으로 분류해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에서 이를 장려하기 위한 인센티브 정책을 수립해 시행했다.
특히 지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제13차 5개년 계획 시행 결과로 제약바이오 산업은 타산업 대비 높은 연평균 9.5% 성장률을 기록하였고, 개발 중인 신약의 개수는 미국에 이어 글로벌 2위로 상승했다. 신약임상 건수도 1000여건, 동기간 중국에서 개발된 신약도 47건(연평균 약 10건)에 달했다.
이러한 정책의 결과로 최근에는 연간 라이선스-아웃 금액이 지난 2024년 기준으로 350억 달러(약 48조 3000억원)을 상회하는 큰 성과를 이뤄냈으며 글로벌 신약개발 시장에서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우리나라의 신약 개발 활성화를 위해 ▲신약 약가에 R&D 투자비용 반영 ▲이중가격제도 확대 ▲약가인하 적립제 도입 등을 제안했다. 또한 바이오헬스 분야의 전문인력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범국가적 인재 양성 플랫폼 구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더불어 국가 차원의 컨트롤타워를 통해 학계-벤처-중견 제약사-글로벌 제약사 간의 ‘이어달리기 전략’을 적극 실행해야 한다는 제안도 눈에 띈다. 단계별로 전문성을 극대화해 자원의 속도와 규모를 동시에 키워야 글로벌 경쟁에서 승산이 있다는 설명이다.
신약개발 선도국 초석 다지는 K-제약바이오
지난 1999년 제1호 국산 신약인 ‘선플라주’ 이후 현재까지 39개의 국산신약이 허가를 획득했고 현재 24개 품목이 지속 판매되고 있다. 지난 2023년 기준 총 생산금액은 약 6800억원으로 국내 전체 의약품 시장 규모의 약 2%에 불과하지만 매년 두 자릿수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연간 1000억원 이상 생산하는 품목은 4종(케이캡, 카나브 패밀리, 제미글로 패밀리, 렉라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해외진출도 적극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유한양행의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은 얀센에 기술수출 이후 ‘리브리반트’와 병용요법으로 지난해 미국 및 유럽에서 폐암 치료제 신약으로 허가돼 국산신약 최초의 블록버스터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중심으로 진행되는 바이오시밀러 개발도 활기를 띄고 있다. 이미 미국에 10종(16품목), 유럽에 11종(19품목)이 허가를 받아 현재 시장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이들 중 일부품목은 조만간 블록버스터에 등극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양한 모달리티의 신약 CDMO(위탁개발생산)도 활기를 띄고 있다. 항체, ADC(항체약물접합체), CGT(세포‧유전자 치료제), RNA(리보핵산), Peptide(펩타이드), Small Molecule(저분자 화학합성 의약품) 등에서 수준 높은 CDMO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국내 신약개발 제약바이오 기업의 경쟁력 확보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최근에는 기존 신약 개발에 뛰어든 삼성, LG, SK에 더해서 HD현대, CJ, GS, 오리온 등이 신약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이 위원장은 “기존 제약바이오 기업들과 경쟁 체제를 이루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우리나라의 신약개발 역량을 키우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김동주 기자 ed30109@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