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 바탕으로 고부가·친환경선박 중심으로 수주
[한스경제=김우정 기자] 전 세계 선박 발주량에서 중국에게 1위를 넘겨준 국내 조선업계는 여유로운 모습이다. 과거 대량 수주로 수익성을 높였던 전략에서 친환경 컨테이너(‘컨’)선이나 LNG선, LNG운반선(LNGC)등 고부가·친환경선박 위주로 선별 수주받아 적은 수주량에도 높은 수익을 창출하는 전략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또한 올해 하반기 약 12조원 규모의 카타르 LNG선 대량 발주가 다가오는 만큼 국내 조선 3사는 ‘양보다는 질’에 집중하고 있다.
영국 조선해양시황 전문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 세계에서 발주된 1781만CGT(표준화물선으로 환산한 수정총톤) 중 중국이 1043만GCT(58.5%)를 수주하며 한국의 516만CGT(29.0%)을 2배 이상 상회했다. 상반기 국내 신조선 수주량은 전년 동기 대비 50.3% 감소했으며, 수주액 또한 전년비 46.7% 감소한 146.6억달러를 기록했다. 한국이 여유로울 수 있는 이유는 LNG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며 주요 무대인 17만4000㎥ LNG운반선(LNGC) 신조선가가 올해 8월 기준 2억6500만달러로 역대 최고가를 기록해 국내 조선 3사는 적은 수주량으로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올해 6월 말 기준 국내 조선 3사의 수주잔량은 선박 439척, 해양 4기 등 총 552억4500만달러로, 최소 2026년까지 슬롯(건조공간)이 가득 차 있는 상황이다.
◆ 올해 수주목표, HD한조해 96.9%·삼성重 66% 달성
국내 조선 3사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舊대우조선해양)은 대형 컨선, LNG추진선, LNGC 등 고부가가치·친환경선박을 중심으로 수주를 선별하고 있다.
친환경 선박분야에 강점을 가진 HD한국조선해양은 현재 총 116척(152억6000달러)을 수주해 올해 연간 수주 목표 157억4000만달러의 96.9%를 달성했다. 올해 HD한국조선해양의 수주량은 덴마크 머스크(Maersk)의 메탄올 추진 컨선 19척과, HMM의 메탄올 추진 컨선 7척, 대만선사 양밍(Yangming)의 LNG추진 초대형 컨선 5척 총 29척과 LNGC 20척, 그리스 캐피탈마리타임그룹(Capital Maritime Group)의 2만2000㎥급 액화이산화탄소(LCO2) 운반선 2척 등이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수주선박 중 이중연료 추진선박의 비율은 50% 이상이며, 2023년 하반기에도 이중연료 추진 선박은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조업일수 감소에도 건조물량 증가와 선가상승으로 인한 매출증대 등으로 전분기와 유사한 매출수준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올해 수주목표로 95억달러를 제시한 삼성중공업은 올해 7월까지 대만선사 에버그린(Evergreen)의 메탄올 추진 컨선 16척(31억달러)과 LNG선 6척(15억달러) 등 총 25척(63억달러)를 신규 수주해 목표의 66%를 달성했다. 특히 7월말 기준 LNG선 86척(186억달러), 컨선 59척(85억달러), 유조선 11척(22억달러) 등 총 163척의 수주잔량이 남아있어 수주잔고가 332억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탄탄한 수주 잔고를 바탕으로 수익성 중심의 선별 수주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이 한화그룹에 인수된 후 사명을 변경한 한화오션은 지난 7월 아시아 지역 선주로부터 LNG 운반선(LNGC) 1척을 3322억원에 수주했다. 10억2000만달러 규모의 LNGC 4척을 포함해 총 5척을 신규 수주한 한화오션은 타 조선소들에 비해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으며, 한화오션의 인도기준 수주잔량은 총 64척(145억달러)로 집계된다.
◆ 카타르 LNGC선 2차 입찰 12조원 전망, 1차 계약서 조선 3사 54척 수주
카타르 국영 에너지기업 카타르에너지 자회사 카타르가스(QG)가 9-10월 17만4000㎥급 LNGC 40척의 건조 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수주는 2021년 1차 프로젝트에 이어진 2차 발주로, 국내 조선 3사는 1차 입찰에서 한화오션 19척, 삼성중공업 18척, HD한국조선해양 17척으로 총 65척 중 54척을 수주했다. 이외의 11척은 중국 후둥중화가 계약했다. 2차 입찰은 인건비와 원자재값을 반영해 책정될 전망이다. 지난 6월 LNGC 신조선가가 척당 2억6000만달러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2차 입찰에만 약 12조원이 투자돼 국내 조선사의 수주규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2차 수주규모를 취재한 결과, 조선업계 관계자는 “선주사측에서 공개를 원하지 않고 있다”고 일축했다. LNGC는 기존 17만4000㎥급 LNG선보다 선가가 높지만, 건조기간에선 큰 차이가 없어 국내 조선 3사의 수익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주요 시황전망기관들은 러-우 전쟁과 IMO(국제해사기구) 환경규제로 LNG 수요가 올해도 견조하여 올해 LNG 해상물동량이 600백만톤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양종서 수석연구원은 ‘해운·조선업 2023년 상반기 동향 및 하반기 전망’ 보고서에서 국내 신조선 수주량은 전년 대비 약 31% 감소한 1150만CGT, 수주액은 약 29% 감소한 330억달러 내외가 될 것으로 예상하며, 올 하반기 카타르 프로젝트와 모잠비크 프로젝트로 수주 점유율은 30%대 이상의 회복을 전망했다.
또한 환경규제로 2030년까지 선령 25년 이상의 노후 LNG선 약 118척이 폐선될 예정인 만큼 LNG선 발주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컨선은 2023-24년 신조선 대량 인도로 공급과잉이 예상되지만, 8-10㎥급 선령 20년의 저효율 노후선이 ’26년 말 126척, ’27-28년 말 63척로 집계돼 2023-25년에 친환경 컨선으로 발주하며 감소폭을 방어할 예정이다.
한편 올해 2분기에 발주된 대형 컨선 27척 중 22척과 메탄올 추진 컨선 12척 모두를 중국이 발주하며 빠른 속도로 뒤따라오고 있다. 한국은 우수한 기술력과 납기일 준수로 글로벌 선주들에게 신뢰를 받고 있지만, 친환경 연료에 국가적으로 투자하는 중국을 대응하기엔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김우정 기자 yuting4030@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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