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삼성重·HD현대삼호, 14척 LNG선 계약 4~5년 연기...‘모잠비크 LNG 프로젝트’ 유력
이미 수주잔량 충분…높은 신조선가로 신규수주 가능해 큰 피해 없을듯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모습 / 삼성중공업 제공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모습 / 삼성중공업 제공

[한스경제=김우정 기자] 국내 조선사가 4년 전 수주한 액화천연가스(LNG)선과 LNG운반선 14척의 계약이 선사 측의 사정으로 연기됐다. 업계에서는 ‘모잠비크 LNG 프로젝트’의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그 이유로 추정하고 있다. 이미 3~4년 치 수주량을 확보한 국내 조선업계로서는 선박 건조공간을 확보하며 고가의 새로운 LNG선 계약을 맺을 수 있게 돼 오히려 여유로워진 상황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지난 2020년에 수주한 LNG선과 LNG운반선 총 14척의 계약이 선사 측의 사정으로 4~5년 연기됐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해당 계약은 올해 2분기에서 내년 1분기 사이에 체결돼 오는 2027년부터 건조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14일 파나마·오세아니아 소재 선주들과의 LNG운반선 6척(약 1조2097억원) 계약이 2028~2029년 1분기로 연기됐다고 공시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본 계약들은 조건부 계약으로서 미확정 시 별도 공시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중공업도 지난 17일 오세아니아·아프리카 소재 선주와 체결할 예정이었던 LNG선 8척(약 1조6267조원) 계약을 2028년 3분기에서 2029년 1분기로 연기됐다고 공시했다. 삼성중공업은 “본 계약은 선주사의 사정으로 인하여 계약 발효 시점이 연기됐다”고 설명했다.

양사는 해당 선박들의 선주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는 지난 2020년 수주한 ‘모잠비크 LNG선 프로젝트’가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20년 HD현대와 삼성중공업은 모잠비크 LNG선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프랑스 토탈에너지(TotalEnergies)와 17만㎥급 선박 각각 9척, 8척에 대한 건조의향서(LOI)를 체결한 바 있다.

그러나 아프리카 모잠비크에서는 이슬람국가(IS)와 연계한 반군과 정부군 간의 충돌 등 지정학적 영향으로 광구 개발이 지연되며 LNG 프로젝트도 수차례 연기되고 있다. 지난 2021년 4월 토탈에너지는 프로젝트가 추진되는 아푼지(Afungi) 지역과 인접한 카보 델가도(Cabo Delgado) 북부지역의 분쟁상황이 악화되자 불가항력을 선언한 후 프로젝트의 연기를 발표한 바 있다.

과거 조선업 불황기에 선박 계약의 연기는 조선사에 ‘악재’로 작용했지만 이미 3~4년 치 수주물량을 확보한 국내 조선업계는 선박 건조 일정과 공간을 확보할 수 있어 오히려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모잠비크 프로젝트용 LNG선 건조계약 협상이 지연되며 HD현대삼호와 삼성중공업은 2029년까지 LNG선 인도 물량을 확보하게 됐다”며 “향후 5~6년 치 LNG선 일감이 생겨나고 프로젝트용 LNG선 인도 목적을 제외한 납기 슬롯을 일부 확보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HD현대삼호는 이미 올해 수주계획이었던 32억달러를 넘어서 35억6500만달러를 수주했다. 지난 4월 말 기준 수주잔량 또한 119척으로 집계됐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4월까지 총 38억달러를 수주하며 올해 목표인 97억달러의 39.2%를 체웠다. 또한 지난 4월 말 기준 수주잔량은 153척으로, 지난 2020년부터 매출기준 수주잔고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더해 최근 LNG선과 LNG운반선 신조선가가 상승세를 보인다는 점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4월 기준 영국 조선·해운시황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LNG선 신조선가는 1억3050만달러, LNG운반선은 2억6400만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2020년 모잠비크 프로젝트 수주계약체결 당시 LNG운반선 선가가 1억8000만달러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46.7%가 증가한 것이다.

조선업계에서는 “빠른 납기를 원하는 선주들이 많아 새 계약을 찾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며 “신조선가가 높은 상황에서 체결된 신조선 계약은 높은 가격으로 수주할 수 있어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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