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발의된 '자율운항선박 개발 및 사용화 촉진에 관한 법률안', 계류 중
[한스경제=김우정 기자] 사람없이 운항하는 자율운항선박은 국내 조선업계가 중점 개발 중인 미래 먹거리다. 현재 세계 각국에서 자율운항기술 선점을 위해 고군분투 중이지만, 국내 법·제도는 제자리걸음으로 글로벌 기술선두 쟁탈전에서 뒤쳐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조선업계는 자율운항선박 상용화가 예상되는 2025년에 글로벌 선박 및 관련기자재 시장 규모가 155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는 2021년부터 6년간 약 1600억원의 R&D를 투자해 2030년까지 자율운항선박시장의 50% 선점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정부는 자율운항선박이 2035년까지 조선산업에 약 56.5조원의 경제적 효과가 있으며, 약 42만명의 일자리 창출과 전후방산업에 약 103조원 규모의 파급효과를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인적과실로 인한 해양사고의 75% 감축과 대기오염 물질 감축으로 연간 3400억원의 환경편익도 기대하고 있다.
바다 위의 '테슬라'라 불리는 자율운항선박은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첨단센서 등 디지털 융복합 기술을 융합해 선원 없이도 스스로 최적 항로를 항해해 경제성을 높이고 인적과실로 인한 사고를 예방해 안전성을 높일 수 있는 차세대 고부가가치 선박이다.
자율운항기술은 △1단계로 자동화된 프로세스 및 결정지원시스템을 갖춘 선박 △2단계는 원격제어가 가능하며 선상에 선원이 승선하는 선박 △3단계는 원격제어가 가능하며 선상에 선원이 승선하지 않는 선박 △4단계는 완전자율운항이 가능한 선박으로 총 4단계로 통상적으로 구분한다.
국내에선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와 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이 자율운항선박기술을 개발 중이다.
KRISO는 레벨3 수준의 자율운항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지난해 해상테스트베드 시험선인 '해양누리호'와 울산에 자율운항선박 실증연구센터를 마련했다. KRISO는 자율운항선박의 핵심기술평가를 위해 센터 내 시뮬레이션 기반 테스트베드, 디지털트윈브릿지·엔진 모니터링 시스템, 통합관제시스템 등 핵심 장비를 구축하여 실증을 진행 중이다.
HD한국조선해양의 자율운항솔루션개발 전문기업인 '아비커스(Avikus)'는 대형 상선용 자율운항솔루션 '하이나스(HiNAS)'를 개발해 상용화했다. 지난 2022년 아비커스는 레벨2의 ‘하이나스2.0'를 SK쉬핑의 180K LNG선 '프리즘 커리지(PRISM COURAGE)'호에 장착하여 대서양 횡단 테스트를 마쳤다. 한편, 아비커스는 해상자율수상선박 관련 기업·연구기관 협의체인 '원씨(ONE SEA)'의 회원으로 가입했다.
한화오션(舊대우조선해양)은 로이드 선급 기준 레벨3 수준의 자율운항시험선 '단비(DAN-V)'를 건조했다. '단비'는 대형상선을 모사한 자율운항 전용 테스트 선박으로, 실제 대형 선박과 유사한 운항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어 대형 상선용 자율운항 시스템 검증이 가능하다. 지난해 11월 시행한 해상시험에서 해상 위 선박과 시흥R&D캠퍼스의 자율운항선 관제센터 간의 원격 통신이 성공하는 등 자율운항선 시스템 테스트를 완료했다.
삼성중공업은 원격자율운항시스템(SAS)와 스마트선박종합솔루션(SVESSEL)을 개발발해 2025년에 개발 완료될 자사의 선박자율운항시스템(SAS. Samsung Autonomous Ship)의 바탕을 마련했다.
◆자율운항선박 법·제도적 근거 부족, "국제기준 우선 마련돼야"
전 세계적으로 자율운항선박의 역할과 법적책임, 관련 보험 등의 법·제도적 기틀은 미숙한 상황이다.
자율운항선박 도입의 키를 쥐고 있는 선주 입장에서는 자율운항선박이 다른 선박과의 충돌이나 접안, 하역 등에서 안전상 문제가 없다는 점을 확인받고 싶지만, 자율운항선박에 대한 운항구역, 안전기준, 임시항해기준의 근거 등 법·제도적 장치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아직 테스트 과정에 있는 자율운항선박의 경우 사람이 승선하고 있지만, 향후 완전자율운항선박이 개발됐을때 법·제도가 우선되지 않으면 자율운항선박시장에서 선두를 뺏길 수도 있다는 우려가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원택의원과 권명호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자율운항선박 개발 및 사용화 촉진에 관한 법률안'은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국회에서 추가적인 논의는 진행되지 않고 있지만, 해수부와 산통부 등은 국회에 관련 논의사항을 전달해 향후 이뤄질 법안소위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 법안에는 자율운항선박의 상용화를 위해 연구·실증·시범운항 등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등 자율운항선박의 개발 촉진과 상용화를 위한 법률이 포함됐다.
해수부 관계자는 "정부에서도 '자율운항 촉진법'이 하루빨리 통과돼 자율운항선박기술의 발전이 촉진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 또한 "국제해사기구(IMO) 등에서 국제적인 기준이 우선 만들어야 국내에서도 법제도 기틀 마련이 신속히 진행될텐데, 아직 국제기준도 마련돼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우정 기자 yuting4030@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