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형조선사 전체적으로 인력 부족 심각"
[한스경제=김우정 기자] 최근 고부가가치박 수주 확대와 선가상승 등으로 국내 조선업계에 훈풍이 불고 있지만 중견조선업계는 RG 발급 어려움과 인력난으로 발만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대형조선사와 달리 재무건전성이 약한 중견조선사의 수주 확대를 위해 금융기관의 적극적인 지원과 정부의 맞춤형 정책지원 등 수익창출을 위한 새로운 먹거리 창출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조선산업은 계약에서 인도까지 적어도 3년이 걸리는 장기간의 거대 장치산업으로, 수주 계약특성상 조선사가 주문받은 선박을 정해진 기간(2-3년) 내에 건조하지 못하거나 파산했을 경우 은행이 선주에게 선수금을 대신 갚아주는 '선수금환급보증(RG. Refund Gurantee)'발급 이 선제돼야 한다. 또한 수주잔고를 쌓아야만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한 조선사는 지속적인 RG 발급이 필수 요건으로 이는 조선사의 신용도 상승으로 이어져 RG 추가발급이 가능해지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다.
RG는 기업별 자본금 규모와 신용등급 등에 따라 결정되는 여신 한도 내에서 이루어지지만 특정 금융기관이 특정 기업에 대해 발급할 수 있는 RG 규모는 금액 기준 한도가 있다.
하지만 올해 7월 기준 국내 조선업계 수주잔량이 2011년 이후 최고 수준인 3926만CGT을 기록하고, 선가지수도 172.3로 신기록을 경신하면서 조선사의 RG 발급 한도가 조기에 소진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RG는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한화오션과 같은 대형조선사의 경우 시중은행에서 발급받는 반면, 케이조선·대선조선·대한조선·HJ중공업과 같은 중견조선사는 신용도가 낮아 국책은행이나 지방은행을 통해 발급받고 있다.
금융기관은 RG 발급 수요 증가에 따라 지난 2021년 165억9000달러에서 2022년 175억6000억원으로 매년 늘리고 있지만, 최근 충분한 수주잔량으로 국내 조선사의 영향력이 커져 선수금이 50% 이상인 경우도 나타나 금융기관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국내 중견조선사는 대형급 컨테이너선(컨선)까지 영업을 확대하며 양호한 실적을 이어가는 듯 보였다. 그러나 케이조선이 수주한 8000TEU급 8척의 중대형 컨선 수주에서는 RG를 발급받지 못해 하반기에 취소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수은은 "RG 발급을 받지 못해 중형사 전체 수주의 약 44%에 해당하는 8척의 중대형 컨선 수주가 추소되며 수주 감소폭이 더욱 커졌다"고 강조했다.
◆향후 중견조선사 수주 확대 전망...시중은행 참여로 RG 불균형 문제 해결해야
높은 리스크를 동반하는 조선업 특성상 금융업계는 RG 발급에 신중한 입장이다. 특히 중견조선사들은 낮은 신용등급으로 시중은행에 발급받기 어려워 부산·경남·광주은행 등 지방은행과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위주로 RG를 발급받았다.
최근 구조조정을 완료한 케이조선·대선조선·대한조선·HJ중공업 중견조선사 4개사는 중형 탱커시장의 경쟁우위를 바탕으로 수주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으로 올해 하반기에 3.3억불 규모의 RG 발급이 예정돼 있다.
향후 중소조선사의 수주 확대를 감안할 때 RG 수급 불균형 문제에 있어 시중은행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는 시중은행도 참여시키기 위해 무역보험공사의 보증비율을 70%에서 85%로 상향 조정하고, 재원 부족을 대비하여 중견조선사 특례보증을 2000억원 규모로 확대했다.
무역보험공사 관계자는 "중견조선사에서 RG 발급 관련 요청이 오면 최대한 반영하려 한다. 이번 하반기에도 RG 발급을 추진할 방침"이라며 "시중은행들의 우려를 고려하여 IR 간담회를 개최하기도 했지만 성사까지 이뤄지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현실을 설명했다.
특히 지난 7월 경남은행은 케이조선이 지난해 11월 5일 알시어마린(UAE 아부다비 소재)로부터 수주받은 5만톤급 석유화학제품 운반선 2척에 대해 3600만달러 규모의 RG를 발급했으며, 광주은행도 대한조선에게 3000만달러 규모의 RG를 발급할 예정이다. 다만, 본 계약은 아직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견조선사,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손익은 적자
| 기업명 | 매출액(단위: 억원) | 영업이익(단위: 억원) | ||
| 2022 상반기 | 2023 상반기 | 2022 상반기 | 2023 상반기 | |
| 케이조선 | 2,625 | 3,243 | 329 | -53 |
| 대선조선 | 1,198 | 1,499 | 36 | -857 |
| HJ중공업 | 7,934 | 9,063 | 48 | -862 |
중견조선사가 RG 발급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재무상황이 양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국내 중견조선사인 케이조선·대선조선·HJ중공업의 올해 상반기 재무제표를 살펴본 결과, 3개사 모두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이 증가했지만, 영업손익에서는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케이조선의 매출액은 3243억원으로 전년 대비 23.5% 증가했지만, 영업손익은 지난해 329억원의 이익에서 올해 53억원의 손실로 적자전환됐다. 대선조선 또한 올해 상반기 매출액이 1499억원으로 전년비 25% 증가했지만, 영업손익에서 857억원의 손실로 적자전환된 것으로 나타났다. HJ중공업은 올해 상반기 매출액이 전년비 14.2% 증가한 9063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익에서 862억원의 적자를 냈다.
케이조선 관계자는 "과거에 낮은 선가로 수주했던 선박을 건조하는 과정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손실이 발생했다. 또한 하반기에 수주한 선박들의 선가가 높게 책정되어 있어 영업손실이 가중됐다"고 분석했다. 또한 대선조선 관계자는 "자사는 선박건조 진행율을 기반으로 영업손익을 산정하는데, 확정된 손실액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발생했으며, 예상손실액인 약 382억원은 향후 환율 등의 요인으로 달라질 수 있다"고 답했다.
HJ중공업 관계자는 “이번 수주를 많이 받아 매출액이 늘었지만, 인건비와 지자재 물가상승으로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하반기 실적에 따라 규모는 변동될 수 있어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형조선사에 비해 재무상황이 좋지 않은 중견조선사는 RG 발급에서 후순위로 밀려나며 신조 수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주 계약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조선사 입장에서는 재무상황을 개선하기에도 어려워진 것이다. 이처럼 재무건전성과 RG 발급 간의 악순환에 발이 묶인 중견조선사는 수주 이외의 수익성을 창출하는 새로운 먹거리 창출방안이 필요하다.
◆조선소 인력난, 외국인 고용으로 급한 불꺼
한편 현재 국내 조선소는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그 와중에 대기업으로의 인력이동은 중견조선사의 인력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단기적인 해결책으로 외국인 기능인력을 도입하는 방안이 추진 중이다.
산업통상부는 올해 1만4000여명의 인력이 추가적으로 필요할 것이라 전망하며, 외국인력 도입제도 개선과 인력양성 사업을 통해 '23년 1분기까지 약 5500여명의 인력을 배출했다. 그중 해외에서 기능인력(E-7) 총 4305명과 저숙련 인력(E-9) 약 1849명을 고용하고 '지역조선업 생산인력양성사업’을 통해 국내인력 420여명을 조선사와 기자재업체의 인력난에 지원했다.
대선조선 관계자는 "최근 중견조선사 전체적으로 인력부족이 심각하다. 국내의 고급 기능인력은 밖으로 배출되고, 신규 인력은 충원되지 않고 있다. 정부지원으로 외국인 인력을 확보하더라도 수습교육을 진행하다 보면 현장투입시기는 밀릴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대선조선 올해 8월 말과 10월에 해외 조선소에서 근무하던 외국인 근로자 약 50여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규정상 E-7인력은 대형과 중견조선사에 모두 배치할 수 있지만, E-9이나 국내인력은 규모가 비교적 작은 중형 이하 조선소나 기자재업체에 배치된다"며 "2분기에도 인력을 고용하고 올해 연말까지 총 2000여명의 인력을 순차적으로 현장에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해외 기능인력 도입시 대형조선사보다 중견조선사의 인력난이 더욱 심각하다는 점을 정부가 인식하여 정책적 배려와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우정 기자 yuting4030@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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