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서 수석연구원, “탄소중립 연구개발 경쟁 진행될수록 중국이 한국에 비해 유리”
[한스경제=김우정 기자] 국내 조선업계는 친환경선박 등 고부가가치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며 발주량이 감소했음에도 굳건히 선두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중국은 ‘일대일로’ 정책과 재생에너지분야의 적극적인 투자로 친환경선박분야에서 어느샌가 우리의 목전까지 바짝 따라왔다. 특히 중국은 친환경선박 건조부터 연료공급까지 하나의 통합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어 글로벌 선사들의 매력적인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공영조선공사(CSSC)의 올해 상반기 기준 발주량을 분석한 결과, 친환경선박 발주량이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하며 조선업계 탄소중립 움직임을 본격적으로 알렸다.
지난 16일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양종서 수석연구원이 발표한 ‘중국의 해상탄소중립 대응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이후 5년간 5000GT 이상 상선 중 LNG·메탄올 대체연료 추진선 수주실적을 국가별로 집계한 결과, 올해 8월 기준 LNG연료추진선 수주 점유율이 한국 44.6%, 중국 52.8%로, 그동안 한국이 주력으로 수주한 선박 시장을 역전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메탄올 연료추진선 시장에서도 2022년 중국은 전 세계 발주량 28척 중 18척을 수주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중국은 발주뿐만 아니라 친환경 연료 공급망 구축에도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난 22일 덴마크 선사 A.P 몰러 머스크(Maersk)는 중국 풍력기업 골드윈드(Goldwind)와 대규모 그린 메탄올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중국은 머스크가 향후 운항할 약 500K톤 규모의 메탄올 연료추진선 12척의 연료공급을 담당하게 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중국 대련중공업은 독일 MAN 그룹과 공동으로 암모니아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 설계를 개발하고, 선급의 승인을 획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대우조선해양(現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한국 조선사보다 약 1년 정도가 앞선 실적으로 평가된다. 아울러 중국은 MAN으로부터 저속 암모니아추진 엔진의 프로토타입을 받아 내년 개발을 완료할 예정이며, 이외에도 핀란드, 노르웨이 등 해사업계 선진국들과 암모니아 연료전지추진선 개발을 함께하고 있다.
한편 지난 4월 중국 정부는 ‘수소연료·리튬배터리 등 청정에너지 및 신에너지 동력 선박의 시범 응용 지원’ 공시를 발표하며, 해사산업계가 추진하는 선박 배출감소에 적극적인 지원의 뜻을 밝혔다. 이와 함께 중국과학기술협회(CAST) 회장은 “중국의 모든 지역이 친환경 에너지를 활용하고, 자주적인 혁신을 촉진하여 친환경 에너지 발전을 선도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처럼 재생에너지 투자 세계 1위국인 중국은 정부의 탄탄한 지원을 바탕으로 조선소부터 주요 엔진 제조업체까지 하나의 재생에너지연료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중국에는 수력, 풍력, 태양광이 각각 1/3씩 균일하게 개발돼 있어 향후 그린메탄올과 그린암모니아 등을 생산하는 재생에너지 기반 수전해 청정수소 생산능력에도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국가의 지원 하에 재생에너지 전문연구기관이 연구개발을 전담하고, 이를 중국 전역의 조선사가 공유하는 시스템과 넓은 영토를 바탕으로 실증데이터를 빨리 도출한다는 점도 향후 중국 조선업 경쟁력 강화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국제 비영리기구인 클린 에어 아시아(Clean Air Asia)의 운송 프로젝트 담당자는 산업가치사슬 전반에 걸친 다자간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메탄올, 암모니아, 수소 등 연료충전시설과 저탄소 에너지 공급시설 건설을 촉진하고, 기술과 자원의 국경 간 통합을 통해 안정적인 원자재를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양종서 수석연구원 “탄소중립 국면에서 연구개발 경쟁이 진행될수록 중국이 한국에 비해 유리한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점차 앞서 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며 “국내 대형 조선 3사는 경쟁을 지향하기보다는 협력을 통한 대응이 필요하고 해운업계는 선사 간 협력을 통해 공동으로 정부와 연료업계, 조선업계 등과 협의해 전략을 찾아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우정 기자 yuting4030@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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