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디지털 전업 손보사 한계 인식→장기보험 중심 재편→조직 개편·상품 혁신 병행
'수익성 관리'가 향후 전환의 관건…대형사와 경쟁·비용 부담은 변수

보험업계에선 중소보험사의 경쟁력를 높이기 위해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이는 지금처럼 모든 사업자에게 동일한 규제를 일괄 적용할 경우 중소업체의 시장 진입이 어렵고 일부 회사는 존폐의 위기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한스경제>는 주요 중소보험사들의 재무성과와 자본적정성 변화를 점검하고 상품 전략 변화가 지급여력(K-ICS) 비율과 손익 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심층 분석해 중소 보험사의 경영 방향과 향후 전망을 짚어보았다. [편집자 註]  
 

하나손해보험 본사 전경. 사진/하나손해보험
하나손해보험 본사 전경. 사진/하나손해보험

| 한스경제=이지영 기자 | 하나손해보험(하나손보)이 디지털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장기보험 중심의 안정적 수익 구조를 창출하기 위한 체질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나손보는 최근 차별화된 장기보험 상품을 앞세워 수익성을 강화하는 한편, 전사 조직 개편을 통해 영업·보상·소비자보호과 같은 핵심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하나손보는 지난 9월 말, 하나금융지주가 한국교직원공제회가 보유하던 지분 8.56%를 에 인수하면서 하나금융의 100% 자회사로 편입됐다. 하나금융지주의 실적 발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누적 순손실은 324억원으로 지난해 동기(288억원) 대비 적자 폭이 커졌다. 같은기간 별도 기준으로 순손실 규모는 278억원으로 19억원이 줄었다.

하나손보는 "지난해 보험업법 시행 세칙 개정으로 약 100억원 정도의 기저 효과가 있었다"며, "실제로는 실적이 개선된 상황이다"고 밝혔다. 이어 "자동차 보험이나 장기 보험 같은 경우엔 오히려 단기 순익이 개선이 됐는데, 일반 보험 쪽에서 소폭 실적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하나손보 당기순이익 흐름도 주목해 볼만하다. 하나손보는 지난해 연결 기준 순손실 308억원을 기록하며 2023년(760억원) 대비 적자폭이 59.4%나 줄었다. 다만 하나손보는 올해 상반기 기준 당기순이익이 -194억원으로 집계돼 지난해 동기(-176억원) 대비 적자폭이 10.7% 증가했다. 같은기간 영업이익 역시 -198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동기(-183억원)대비 적자폭이 8.3%나 커졌다.

이에 대해 하나손보는 "장기보험 중심의 사업구조로 전환하면서 초기 사업비가 일시적으로 증가한 영향이다"고 설명했다.

영업이익 구성별로 보면 보험이익은 -226억원·투자이익은 28억원·영업외이익은 4억원이었다. 보험계약마진(CSM)은 총 2413억원 중 4.3%인 104억원이 상각돼 수익으로 인식됐으며 위험조정(RA)은 총 461억원 중 4.9%인 23억원이 수익으로 반영됐다. 

자본 건전성 지표 역시 하락세다. 올해 상반기 기준 지급여력비율(킥스·K-ICS)은 2023년에 153.1%를 기록했으나 지난해 말 154.9%에서 올해 3월 말 150.14%, 6월 말 141.3%로 하락세다. 금융당국 권고치(130%)를 웃돌지만, 기본자본 중심의 K-ICS 규제 도입이 예고되면서 자본 관리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이에 하나손보는 자본건전성 강화를 위해 하나금융지주로부터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기로 결정했다. 지급여력비율(K-ICS)이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기본자본 규제 도입을 앞두고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하나손보의 적자가 장기보험 전환 과정에서 발생한 구조적 요인에 따른 것이라며, 지배구조 단순화와 경영 효율성 강화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 "디지털 실험 대신 수익성 중심 체질로"…장기보험·전통 채널 강화

하나손보는 배성완 대표 취임 이후 ‘디지털 전업 손보사' 전략에서 벗어나 장기보험 중심의 안정적 수익 구조로 방향을 전환했다. 디지털 채널 중심 전략이 한계에 부딪히자, 수익성이 검증된 전통 손보 모델로 체질을 재정비한 것이다.

장기보험은 초기 사업비 부담이 크지만, 계약이 장기간 유지될수록 안정적인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다. 특히 2023년부터 적용된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아래에서는 미래 이익을 현재가치로 반영하는 계약서비스마진(CSM) 측면에서도 유리하다는 평가다.

다만 업계에서는 하나손보가 장기보험 중심의 수익 구조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완성하느냐가 향후 실적 반등의 관건으로 보고 있다. 장기보험 시장은 삼성화재,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대형 손보사 중심의 독점 구도가 고착화돼 있어, 후발주자인 하나손보가 이들과의 격차를 좁히기엔 현실적인 제약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디지털 손해보험사의 고질적 약점으로 꼽히는 자본력 부족도 걸림돌이다. 장기보험은 안정적인 자본 기반이 필수적인 만큼, 단순한 상품군 확대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자본 확충과 함께 영업 구조 전반의 혁신이 병행돼야만 시장 내 입지를 굳힐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고수익 설계사 확보·보장 설계 차별화·마케팅 투자 확대 등 경쟁력 확보를 위한 비용 부담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치매·건강 등급형 상품 공략…"보상·영업·경영 전반 조직개편 단행"

하나손보는 장기보험 상품 라인업 확충과 영업 인프라 고도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우선 하나손보는 장기보험 중심 전략을 구체화하며 상품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대표 상품인 '하나더넥스트 치매간병보험'은 치매 진단부터 장기요양까지 전 단계를 보장하며, 유병자도 추가 보험료 없이 가입할 수 있게 설계했다. 90일 재진단 요건을 없애고, 간병인·가사도우미·케어푸드 서비스 등 시니어 특화 서비스를 더해 고객 편의성을 높였다.

또 다른 핵심 상품 '뉴 건강하면 더 좋은 하나의 보험'은 건강등급에 따라 보험료를 최대 38%까지 할인하는 구조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검진 데이터를 연계해 개인별 맞춤형 보험료를 산출한다. 건강등급이 개선될 경우 추가 할인이 적용되고, 등급이 하락해도 보험료가 인상되지 않는다. 이 같은 인슈어테크 기반 상품 전략이 효과를 내며 2024년 장기보험·일반보험 매출이 전년 대비 40% 증가했다.

이와 동시에 하나손보는 장기보험 중심의 사업 체질 강화를 위해 조직 재편에 나섰다. 가장 핵심적인 변화는 '보상서비스본부'의 신설이다. 대표이사 직속 조직으로 새롭게 출범한 보상서비스본부는 자동차보험·장기보험 보상 기능과 콜센터 등 고객 접점 부서를 통합 운영해 서비스 품질을 높이고, 고객의 니즈를 반영한 상품·서비스 개선을 원스톱(One-Stop)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신임 보상서비스본부장에는 손해보험 분야 전문가인 임규삼 상무가 선임됐다. 임 상무는 1992년 삼성화재에 입사해 인사·기획·자동차 및 장기보험 보상 등 주요 부서를 두루 거쳤다. 최근까지 삼성화재서비스 손해사정에서 장기일반보상부문을 총괄했다. 

업계에서는 임 상무가 하나손보의 장기보험 밸류체인을 완성할 보상서비스 혁신의 적임자라는 평가다.

또한 서영종 수석상무가 준법감시인 겸 금융소비자보호 총괄책임자(CCO)로 합류했다. 서 상무는 손해보험협회에서 30여년간 근무하며 자동차보험, 보험기획, 준법감시 등 다양한 업무 경험을 쌓은 전문가다.

이외에도 자동차보험본부는 영업 채널을 통합해 상품 채널간 연계성을 강화했다. 경영지원본부 내 경영기획실을 신설했다. 장기보험 비중 확대에 맞춰 장기상품개발 자동화 시스템 구축을 병행하면서 전사적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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