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설계 확산 속 보장 사각 우려...업계 "설계 리스크 및 복잡성에 한계"
| 한스경제=이지영 기자 | 보험업계가 'DIY(Do it yourself)형 보험'과 마이데이터 기술을 결합한 맞춤형 보장 상품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저성장·고금리 기조 속에서 합리적인 보험료와 개인 맞춤형 보장을 원하는 MZ세대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보험사들이 앞다퉈 DIY형 건강보험과 데이터 기반 보험설계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DIY형 보험은 가입자가 불필요한 특약을 제외하고 필요한 보장만 선택할 수 있는 구조로 개인의 건강 상태·질병 이력·생활습관 등을 반영해 스스로 보장을 설계할 수 있는 상품이다. 이에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합리적 소비형 보험’이란 평가를 받으며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보험사별로는 교보생명의 '교보마이플랜건강보험(무배당)'·삼성생명의 '다모은 건강보험 필요한 보장만 쏙쏙 S2'·신한라이프의 '신한 통합건강보장보험 원(ONE)'·동양생명의 '우리WON하는건강한보장보험', 미래에셋생명의 'M-케어 건강보험' 등이 대표적이다.
건강보험 외에도 DB생명의 ‘내가고른 어린이보험’이나 카카오페이손보의 DIY형 운전자보험 등 다양한 연령대와 생활 패턴에 맞춘 상품이 잇따라 출시되며 ‘내가 설계하는 보험’ 트렌드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DIY형 보험은 최근 마이데이터 플랫폼을 기반으로 건강검진 결과·병원 이용 내역·운동량 등 헬스케어 데이터를 자동 연계해 최적의 보장 조합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빠르게 성장하는 온라인 보험시장이 있다. 대면 중심으로 운영돼온 전통적인 보험 영업 구조가 디지털 전환을 계기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암보험이나 건강보험처럼 상품 구조가 복잡한 보장성 상품은 ‘다이렉트 보험’ 등 온라인 전용 채널을 통해 판매하기 어려웠다. 대부분 설계사를 통한 대면 가입에 의존했지만, 최근 보험사들이 소비자가 직접 특약을 구성할 수 있는 DIY형 보험을 속속 선보이면서 온라인 채널에서도 손쉽게 가입할 수 있게 됐다.
보험사들은 이러한 변화에 맞춰 개인의 건강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 맞춤 설계’에 공들이고 있다. 교보생명은 마이데이터 분석 결과를 토대로 필요한 특약을 추천하는 ‘헬스케어 맞춤 설계 시스템’을 도입했다.
NH농협손해보험은 헤아림 AI자동설계 서비스를 통해 고객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입 가능 담보와 적정 가입금액을 인공지능(AI)으로 추천하며 개인별 최적의 보장 설계를 지원한다. 지난해에는 해당 서비스를 6개 상품군으로 확대하며 AI 기반 보험 설계 경쟁력을 강화했다.
삼성생명은 2022년 4월 헬스케어 플랫폼 ‘더헬스(The Health)’를 출시해 운동·식단·마음건강·수면 등 통합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수면 분석 기능을 추가하고, 기존 운동·식사·영양관리·명상 콘텐츠를 고도화했으며, 올해는 법인 고객 소속 근로자를 대상으로 건강검진 예약 중개 서비스까지 확대했다.
아처럼 보험사들이 변하게 된 데는 자기주도적이며 디지털 환경에 능수한 MZ세대가 자리잡고 있다. 스스로 정보를 탐색하고 판단하는 데 익숙한 MZ세대에게는 개인정보 분석을 기반으로 한 맞춤형 보험 제안이 ‘나’ 중심의 경험을 제공하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에 자기주도적 소비 성향이 강하고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젊은층을 중심으로 필요한 보장만 선택하는 ‘합리적 소비 트렌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30세대 신규 가입자의 45% 이상이 보장 선택형 상품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들은 이러한 흐름에 맞춰 MZ세대의 데이터 활용 역량과 소비 패턴에 주목하며 개인화된 디지털 보험 상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마이데이터 서비스와의 결합이 DIY형 보험 확산의 핵심 동력으로 부상하면서, 개인 건강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보장 설계가 일반화되고 있다.
일례로 보험사들은 건강검진 결과나 생활습관 데이터를 분석해 ‘위험도 기반 보험료 할인’, ‘생활습관 개선 리워드’ 등 인센티브형 설계를 확대하고 있다. 과거 설계사 중심으로 판매되던 암보험·건강보험 등 복잡한 상품도 소비자가 직접 특약을 구성할 수 있는 DIY형 형태로 전환되며 온라인 채널 가입이 가능해졌다.
또한 무환급형 구조를 통해 보험료 부담을 낮추고, 마이데이터 기반 건강 리포트를 반영해 개인이 스스로 보장을 설계할 수 있는 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일부 보험사는 핀테크 기업과 협업해 AI가 개인의 건강 리스크를 분석하고 필요한 특약 조합을 자동 제안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며 '데이터 기반 개인 맞춤형 보험'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DIY보험 확산이 단순히 긍정적인 현상만은 아니다. 보험 구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소비자가 스스로 설계할 경우, 위기 상황에서 필요한 보장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또한 특약 종류가 지나치게 많을 경우 가입 절차가 복잡해지고, 실질 보장 수준이 떨어질 위험도 있다. 전문가들은 마이데이터 기반 추천 기능이 보장 공백을 줄이는 역할을 하겠지만 단순히 낮은 보험료만 보고 선택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DIY형 보험이 단순한 보험사간 가격 경쟁 단계를 넘어 ‘데이터 기반 개인화’로 진화해야 한다는 평가다. 저출산·고령화로 성장성이 둔화된 시장에서 MZ세대 중심의 데이터 맞춤형 보장 생태계 구축이 향후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란 이야기다.
업계 관계자는 "DIY형 보험은 단순히 특약을 고르는 상품이 아니라, 개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자기설계형 보장 플랫폼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보험료 절감과 보장 효율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트렌드가 앞으로 시장의 주류가 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이지영 기자 jiyoung1523@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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