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대미 조선협력 ‘MASGA’ 프로젝트 타결 일등공신
조선 협력 펀드 1500억달러 생태계 구축에 사용
국내 조선사 투자비 대출·선박 수주 시 선박금융
한화그룹이 인수한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한화 필리조선소./한화오션
한화그룹이 인수한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한화 필리조선소./한화오션

| 한스경제=임준혁 기자 | 한미 관세 협상 타결의 일등 공신은 대미 조선협력인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SNS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국이 3500억달러(488조원)의 투자를 하기로 했다”면서 협상 타결 소식을 전한 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마스가 프로젝트가 관세 협상 타결에 “가장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한미 관세 협상의 한국 측 수석대표였던 구 부총리는 이날 워싱턴DC의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합의에 이르도록 가장 크게 기여한 부분이 마스가 프로젝트”라며 “미국의 조선소 건립을 비롯해 ▲조선 인력 양성 ▲조선업 관련 공급망 재구축 ▲조선업 관련 유지보수 업무 등이 해당된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가 미국 측에 제시한 총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 중에서 한미 조선 협력 사업에 1500억달러(약 208조5000억원)가 배정됐다. 나머지 2000억달러는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원전 등 미국이 중요하게 육성하려는 전략 산업에 두루 투자하는 범용 펀드로 조성될 예정이다.

'투자 펀드'로 언급된 이 투자 패키지는 앞서 일본이 제시한 5500억달러 규모의 '투자 기구'(investment vehicle)'와 비슷한 성격이다. 조선과 반도체, 이차전지 등 미국 정부가 전략적으로 투자하고자 하는 산업에 투자할 재원을 투자, 대출, 보증 방식을 통해 지원해 주는 개념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3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가진 한미 관세협정 브리핑에서 “한미 조선협력 펀드 1500억달러는 선박 건조, 유지·보수·정비(MRO), 조선 기자재 등 조선업 생태계 전반을 포괄하며 우리 기업의 수요에 기반해 구체적인 프로젝트에 투자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세계 최고의 설계·건조 경쟁력을 보유한 우리 조선기업과 소프트웨어 분야에 강점을 가진 미국 기업이 힘을 합한다면 자율운행선박 등 미래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선업계와 정부에 따르면 조선업 펀드의 주요 용처는 ▲국내 조선사의 미국 조선소 인수 및 시설·인프라 투자비(대출) ▲국내 조선사가 투자한 현지 조선소의 선박 수주 시 선박금융(보증) ▲자율주행선박·쇄빙선 등 미래 투자 등 크게 세 가지다.

조선업 펀드 1500억달러는 30일 종가 기준 국내 조선 3사의 시가총액 합계(약 88조원)의 2.4배에 달해 개별 기업이 이를 감내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펀드의 재원은 조선사의 현지 직접 투자 외에 한국수출입은행·한국무역보험공사 등 국책 금융기관의 대출·보증이 상당 부분을 차지할 것이란 관측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상 타결로 한화오션을 계열사로 둔 한화그룹과 HD현대, 삼성중공업 등 국내 대형 조선 3사가 미국 투자에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한화그룹은 김동관 부회장이 이미 지난 28일 미국으로 출국해 마스가 프로젝트의 구체화 등 협상 타결을 위해 조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는 지난해 12월 미국 필라델피아 소재 필리조선소를 1억달러에 인수했고 미국 앨라배마·캘리포니아에 조선소가 있는 호주 조선·방위산업체 오스탈의 지분도 매입했다.

한화오션은 미국 계열사인 한화필리십야드(필리조선소)가 한화해운으로부터 수주한 3480억원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1척을 공동 건조한다고 최근 밝혔다. 이번 계약은 한화오션의 계열사인 한화해운이 발주하는 LNG운반선 건조에 대해 한화필리십야드가 미국 조선소로서 계약을 체결한 뒤 한화오션에 하청 형태로 건조 계약을 맺는 방식이다.

한화오션은 한화필리십야드의 향후 운영 계획과 한화오션 거제사업장과의 시너지 창출 효과 등을 포함한 기초 자료를 최근 정부에 제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현재 한화필리십야드에는 한화오션에서 파견된 전문 강사 50명이 직접 미국 인력을 교육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현재까지 미국 조선소 인수에 나서지 않은 상태다. 다만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 헌팅턴 잉걸스와 지난 4월 '첨단 조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미국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ECO)와 지난달 '상선 건조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에 따라 HD현대는 2028년까지 미국 현지에서 LNG 이중연료 추진 컨테이너선을 건조하기로 하고 세부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실제 HD현대는 지난달 전문가 10여명을 현지 조선소에 파견해 생산공정 체계 및 설비를 점검하고 컨설팅을 제공했고 이달 방문한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 대표단과 컨테이너선 공동 건조를 위한 방안을 협의한 바 있다.

HD현대의 조선부문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미국 미시간대-서울대와 함께 조선산업 인재 양성을 위한 공동연구·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삼성중공업도 현재 미국 조선소들과의 협력을 위해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미국 조선소와의 협력과 관련 내부적인 검토는 하겠지만 상선 혹은 해양플랜트 중 어느 선종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미국과 손발을 맞출지 여부는 아직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이번 협상 타결에 한국 조선업이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란 예상은 일찌감치 예상돼 왔다”면서 “관세 협상과 관련 미국 조선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동맹국은 한국, 일본 둘 뿐인데 일본은 자국 조선소에 필요한 엔지니어도 수급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어 상선·함정 건조 및 MRO, 중국산 항만 크레인의 대체 시장으로서의 요건을 모두 충족한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전했다.

조선업 펀드와 관련 양 연구원은 “1500억달러는 일종의 총 한도 개념으로 10~20년의 장기 계획을 통해 쓰이게 될 것”이라며 “국내 조선사들이 미국에 ‘퍼주기’ 형식의 협력은 곤란할 것으로 인지하고 있다.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서 투자를 회수 가능한 형태로 구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준혁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