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국방부 세출법’ 군함 해외 조선소 건조 금지 명시
자국 건조시 해외 제작 선박블록에 예산 사용 불허
해외 건조 금지조항 유지 가능성 높아 반쪽 전락 우려
“불확실성 중 하나...미국 마스가 태동 현실적 배경 인지”
대통령실이 8월 3일 공개한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모자./연합뉴스
대통령실이 8월 3일 공개한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모자./연합뉴스

| 한스경제=임준혁 기자 | 마스가(MASGA) 프로젝트의 양대 축 중 하나인 국내 조선업계의 미국 해군 함정(군함) 건조를 두고 이를 바라보는 한미 양국 간 시각 차이가 극명하게 엇갈린 것으로 드러났다.

빅3를 비롯한 주요 조선사들이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부터 시작해 최종적으로 국내에서의 군함 신조까지 바라보는 상황에서 자칫 상선 부문만 협력이 이뤄지는 반쪽짜리 마스가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내년 미국 국방부 예산 사용을 규정하는 연방 의회의 ‘국방부 세출법’에 미 해군 군함의 해외 조선소 건조를 금지하는 조항이 명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법안은 미 국방부가 해당 회계연도에 실제 사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세부 예산 항목과 금액, 용도를 규정하고 있다.

지난 7월 본회의를 통과한 2026 회계연도 미 하원 국방부 세출법에는 약 369억달러의 함정 건조 예산이 배정됐다. 이 법에는 배정된 예산이 해외 조선소에서 해군 함정을 건조하는 데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미국 내 조선소에서 건조될 해군 함정의 건조 또는 개조를 위해 제공된 자금이 해당 선박의 주요 구성품 건조·제작을 위한 해외 시설로의 지출도 금지한다는 조항도 병기돼 있다. 사실상 미 군함의 해외 건조는 물론 자국에서 조립하기 위한 용도로 선박 블록(모듈)을 해외에서 제작하는 것에 국방 예산의 사용을 금지한다는 조항이란 분석이다.

비슷한 시기 상원 세출위원회를 통과하고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있는 상원 국방부 세출법도 함정 건조 예산을 약 293억달러로 배정한 것만 제외하면 하원의 그것과 조항의 내용이 거의 동일하다.

이 같은 조항은 내년도 국방부 세출법에 처음 등장한 게 아니라는 데 심각성이 있다. 문제의 조항은 지난 수십 년간 국가 안보 차원에서 군함 건조를 미국 내에서만 하도록 법적으로 강제하며 매년 반복적으로 삽입돼 왔다는 것이다.

미 해군 함정의 해외 건조를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번스-톨레프슨법’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대통령이 의회에 통보해 예외를 적용하는 방안이 있지만 국방부 세출법에는 이러한 예외 규정이 전무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 미국 전문가는 “현재 공화당과 민주당의 쟁점이 공공 의료보험 보조금 지급 연장에 쏠려 있는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타결될 본예산에서도 여야 협상 대상에서 벗어나 있는 군함 해외 건조 금지 조항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국방부 세출법의 이러한 금지 조항과 달리 지난 7월 공화당 주도로 통과된 2025년도 예산 조정법안(OBBBA)을 마스가에 적용시킬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일각에서는 OBBBA에 미 해군·해안경비대의 함정 조달 관련 예산 약 300억달러가 포함돼 있는데 통상 국방부 세출법에서 반복적으로 삽입되는 ‘군함 해외 건조 금지’ 문구가 OBBBA에는 빠져 있는 만큼 법리상 동맹국 조선소에 이 예산을 활용하는 ‘마스가 용도’로의 전환이 가능하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가정일 뿐이며 이미 상당수 예산이 기존 미국 내 조선소와 계약돼 있다”면서 “근본 법률(국방부 세출법)에 따른 원칙적 금지는 여전히 적용되고 있어 실제 현실화 될 가능성은 낮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국방부 세출법과 관련 미 의회는 상·하원 각각의 법안을 절충해 하나의 최종안을 마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마스가 프로젝트 대부분이 그렇듯이 이번 사안도 불확실성의 하나로 간주할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그럼에도 이 사안은 마스가를 통해 미 군함을 국내에서 건조하려는 한국의 기업, 당국의 기대와 달리 미국 내부의 관점은 이처럼 온도 차가 뚜렷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분석에 점점 힘이 실리고 있다.

현재로서는 국방부 세출법에 삽입된 해외 건조 금지 조항의 변동이 없을 경우 마스가의 두 축 중 하나인 미 해군 함정의 국내 건조는 국내 조선업계의 ‘희망사항’에 그칠 것이란 공산이 크다.

현실이 이렇다면 한국은 상선 부문에서 현지화의 필요성이 더욱 증대된다. 업계에서는 미국 조선소를 인수한 한화그룹의 경쟁 우위를 조심스레 점치고 있다.

한화그룹이 미국에 설립한 해운 계열사 한화해운(한화쉬핑)은 지난 8월 말 한미 정상회담차 방미한 이재명 대통령이 찾은 한화필리조선소에 중형 석유화학제품운반선(MR탱커) 10척과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1척을 발주했다. 마스가 프로젝트와 관련한 한화필리조선소의 첫 수주 계약이다.

앞서 한화필리조선소는 지난 7월 한화해운으로부터 3500억원 규모의 LNG운반선을 수주했다. 거제에 위치한 한화오션과 공동 건조 방식으로 계약이 진행되지만 한화는 미국 조선소에서 50년만에 처음으로 LNG운반선을 수주한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도 불확실성은 다소 남아있지만 미국 역시 중국을 제외한 국가 중 현실적으로 자국의 조선산업 생태계를 회복시켜 줄 수 있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만약 한국 조선업계가 미국에 진출해서 실패하거나 큰 손실을 입고 현지에서 철수한다면 과연 전 세계 어느 국가가 미국과 조선업 협력을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연구위원은 “한국은 조선산업을 유지하고 재도약하기 위해 마스가를 통한 미국 시장의 개방 및 미 측의 협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무조건 성공해야 하는 입장”이라며 “미국 역시 한국이 아니면 자국 조선 재건을 성공시키기 어려운 측면이 강하다는 사실에 공감하고 있다”며 완전한 마스가 프로젝트의 실행을 벌써부터 포기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임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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