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선 등 고선가 매출 반영...Q2 고공행진
가동률 100%·연내 오더북 200조 돌파할 듯
| 한스경제=임준혁 기자 | 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의 올해 상반기 합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5배 급증한 3조원에 육박했다.
2~3년 전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의 활황으로 관련 선박이 대량 발주됐는데 이들 LNG 운반선이 올해 인도되며 조선 3사의 실적에 반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미 3년치의 남은 일감을 확보한 만큼 하반기에도 조선 3사의 실적은 순풍에 돛을 단 듯 순항할 것으로 보인다.
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의 상반기 합산 영업이익은 2조771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실적은 7885억원이었다.
3사의 2분기 실적도 고공행진을 기록했다. 3사 모두 조업일수 증가와 LNG 운반선과 같은 고선가 선박의 매출 비중 확대에 따른 수익성 개선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HD한국조선해양은 2분기 매출 7조4284억원, 영업이익 953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3%, 153.3% 증가한 수치다. 사업 부문별로 보면 조선 부문이 건조 물량 증가와 선가 상승분 매출 반영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 9.3%, 영업이익은 104.5% 증가한 각각 6조2549억원, 8056억원을 기록했다.
엔진기계 부문은 글로벌 친환경 규제 강화에 따른 이중연료 엔진 수요 확대와 인도 물량 증가로 지난해 2분기보다 29.6% 증가한 774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영업이익은 120.7% 증가한 2011억원으로 집계됐다.
한화오션은 2분기 매출 3조2941억원, 영업이익 3717억원을 달성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 늘어났으며 지난해 2분기 9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흑자전환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6조4372억원, 영업이익은 6303억원을 달성했다.
한화오션 전사 매출의 70~80%를 차지하는 상선사업부의 2분기 매출은 2조8068억원, 영업이익은 3771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각각 9%, 62% 증가했다. 특히 LNG 운반선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사 매출의 60%를 유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양사업부도 드릴십 성능개량 프로젝트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며 전 분기 대비 매출이 소폭 상승했다.
같은 기간 삼성중공업은 매출 2조6830억원, 영업이익 2048억원을 기록했다.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56.7% 상승했다. 잠정 실적 기준으로 삼성중공업의 상반기 매출은 5조1773억원, 영업이익은 3279억원으로 집계돼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1%, 57.2% 증가했다.
해양 부문은 최근 아프리카 지역 선주와 해양생산설비 예비 작업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고 본 계약을 앞두고 있다. 예비 작업의 계약금은 8694억원으로 지난해 매출의 8.8%에 해당한다. 이번 계약으로 삼성중공업은 해양생산설비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입증하는 계기를 마련했을 뿐 아니라 해양(Offshore) 분야의 안정적인 일감 확보라는 성과를 거두게 됐다.
조선 3사의 수익성 개선은 코로나19 이후인 2022년부터 이뤄진 LNG선을 중심으로 한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가 주도했다.
HD현대중공업의 2분기 매출에서 LNG선의 비중은 70%를 넘었고 HD현대삼호 역시 LNG·LPG 운반선과 암모니아 운반선 등 ‘가스선’ 비중이 65%에 달했다. 삼성중공업은 LNG선과 FLNG(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설비) 판매가 늘며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조선 슈퍼사이클에 올라탄 조선 3사의 호황은 하반기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이미 3사 모두 3년치의 안정적인 일감을 확보한 상태다. 지난 1분기 말 기준 3사의 가동률은 HD한국조선해양 106.1%, 한화오션 100.2%, 삼성중공업 117%에 도달했다.
조선 3사의 수주 잔고는 134조4733억원으로 작년 1분기보다 4.7% 증가했다. 인도 기준 수주 잔고는 1372억5800만달러(약 192조원)로 집계돼 연내 수주 잔고가 200조원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올 들어 LNG선의 신조 발주 물량이 급감했지만 주요 조선사들은 나쁘지 않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HD한국조선해양은 상반기 전체 수주액이 약 105억8000만달러로 총 79척을 수주해 연간 목표의 70%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한화오션은 상반기 총 15척(30억7000만달러)을 수주했다. 삼성중공업은 현재 연간 수주 목표 98억달러의 34%인 33억달러의 선박을 수주했다. 이 중 상선 부문은 목표의 45%(26억달러), 해양 부문은 17%(7억달러)를 달성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조선 3사가 수주를 독차지하다시피 한 대형 LNG선의 현재 수주 잔고는 약 300척에 달하며 이 중 58척은 올해 하반기, 219척은 2026~2028년에 인도될 것으로 예측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에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추진하는 알래스카 LNG 사업이 현실화할 경우 LNG선 수요는 급증할 것이란 전망도 점점 힘을 얻고 있다. 물론 업계 일각에서는 LNG선 같은 고부가 선종의 시장이 작고 제한적이기 때문에 탱커(유조선), 컨테이너선 같은 ‘범용·메이저’ 선종으로 포커스를 재설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여전히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달 31일 타결된 한미 관세 협상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1500억달러(약 208조5000억원) 규모의 ‘조선협력 펀드’를 감안했을 때 조선 3사는 굳이 LNG선이 아니더라도 다른 범용 상선 부문에서 추가 수주를 기대해 볼 수 있게 됐다는 것이 업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이날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한미 조선협력 펀드 1500억달러는 미국 조선소에서의 선박 건조, 유지·보수·정비(MRO), 조선 기자재 등 조선업 생태계 전반을 포괄하며 국내 기업의 수요에 기반해 구체적인 프로젝트에 투자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 3사가 정부 지원을 기반으로 현지 조선소를 인수하거나 투자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관측했다
임준혁 기자 atm1405@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