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한국조선해양 주도 인력 양성안 윤곽
“시장 확장 긍정적...재무 부담 리스크 공존”
| 한스경제=임준혁 기자 | 조선업계가 한미 조선 협력 패키지 ‘마스가’(MASGA) 프로젝트과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는 한편 주요 지원 방안으로 부상한 미국 조선 인력 양성 계획의 윤곽도 모습을 갖춰나가는 등 예열 작업을 진행 중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 3사(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와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최근 마스가 프로젝트와 관련한 TF를 가동했다.
각사별 임원과 직원이 한 명씩 참여하는 방식이며 이미 한 차례 상견례를 가진 TF는 이달 초중순 조선업계 여름휴가 기간이 끝나는 대로 프로젝트와 관련한 논의를 본격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1500억달러 규모의 한미 조선협력 펀드가 현지 신규 조선소 건설, 인력 양성, 선박 건조, 유지·보수·정비(MRO) 등을 포괄한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방향성은 잡히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TF는 업계 동향을 파악하고 미국 등 정보를 수집해 공유하는 정도이지만 향후 조선업계 수요를 수렴해 정부에 전달하는 창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원활한 TF 운영을 위해서는 조선 3사의 각기 다른 대미 진출 속도와 방향성을 잘 조율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마스가 프로젝트의 핵심은 국내 조선업계의 미국 현지 투자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최근 여기에 현지 조선업 인력 양성이 추가되며 주요 지원 방안으로 부상하는 상황이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전날 모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관세 협상단이 현지 노동자들을 어떻게 훈련할 것인지에 대한 일종의 구체적인 솔루션을 갖고 방미했는데 거기에 대해서 (트럼프 대통령이) 굉장히 높이 평가했다"고 전했다.
김 장관은 이어 "미국의 가장 아픈 부분이 배를 짓는데 지을 수 있는 역량이 있는 노동자들이 없는 것"이라며 "조선산업의 핵심은 선박 건조 과정에서 활용되는 용접인데 그런 부분에 대해 한국이 미국 노동자들한테 기술을 가르치겠다고 했고 이러한 프로젝트에 대해 (미 측에서) 굉장히 현실성 있게 받아들였다"고 덧붙였다.
미국 조선소 현대화 등을 위한 마스가 전용 펀드에 더해 구체적인 현지 인력 양성안이 미국 정부의 마음을 움직여 협상 타결에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인력 양성은 HD한국조선해양이 주도적인 역할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은 협상 전 정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협상 개시) 이전 시점에 미국과 맺은 인력 양성 업무협약(MOU)을 제시하며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고 정부는 이에 근거해 미국 측에 인력 양성안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인력 양성안에는 용접 등 조선 기술 전문가를 미국으로 직접 파견해 교육하고 미국 근로자들이 한국으로 와서 인턴십을 수료하는 방안 등이 포함됐다”며 “더 나아가 현지에 교육기관을 세우는 방안까지 검토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HD현대는 지난해 7월 미국의 조선업 재건 지원을 위해 서울대, 미시간대와 '한미 조선산업 인재육성을 위한 교육 협력 MOU'를 체결했다.
MOU에 따라 HD현대와 서울대는 미시간대와의 공동 교육, 인턴십 프로그램 도입 등 협력 방안을 마련했다. 이러한 방안을 확대·적용한 것이 우리 측 협상안에 포함됐다는 게 조선업계의 해석이다.
HD현대는 지난 6월 말에도 판교 글로벌R&D센터에서 미시간대,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등 미국 주요 대학의 조선·해양공학과 교수진 40여명과 함께 '한미 조선협력 전문가 포럼'을 가진 바 있다. 당시 논의된 인력 양성 방안은 하반기 미국에서 열리는 2회차 행사에서 더욱 구체화 될 예정이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필라델피아 소재 필리조선소를 보유한 한화그룹이 현지 조선소 현대화에 주력한다면 HD한국조선해양은 인력 양성 등 실질적 지원에 중점을 맞춰 향후 미국 조선업 재건을 도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미 협력 강화로 조선업계의 사업영역 확장에 대한 기대는 커진 상황이다. 동시에 대미 투자로 인한 조선 3사의 재무 부담이 확대될 수 있는 리스크도 공존한다는 시각도 있다.
투자 규모가 관세 협상 초기 단계보다 늘어났기 때문이다. 정부 설명대로 국책 금융기관의 대출과 보증 등을 포함해 1500억달러 규모라고 해도 국내 조선사들이 미국 조선사를 인수하거나 노후된 조선산업 생태계 현대화 및 구축 등에 일정 수준 이상의 직접적인 투자는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이번 협상 타결로 국내 주요 조선사들이 미국 시장 내에서 현지화를 추진할 여지가 생겼고 중장기적으로 공급망 내 입지 강화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도 “향후 조선 3사의 재무적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한 전문가는 “가령 마스가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조선 3사가 200조원을 조달하기로 한다손 치더라도 연 4% 이자율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8조원의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면서 “2024년 조선 3사의 합산 영업이익이 2조원에 못 미치는 것을 감안하면 이자율이 낮아져도 감당하기 힘든 규모”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각 사별로 투자 규모 및 기간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 향후 재무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임준혁 기자 atm1405@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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