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협력 펀드 1500억달러…반도체·원전·이차전지·바이오 2000억달러
품목별 관세 언급 없어...반도체·의약품, 최혜국 대우
李대통령 "관세협상 타결…수출환경 불확실성 없애"
| 한스경제=주진 기자 | 한국은 31일 미국과의 관세협상에서 상호관세를 15%로 합의하는 동시에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미국의 관세도 15%로 낮추기로 했다. 추후 부과될 반도체·의약품 등의 품목별 관세도 최혜국 대우를 약속 받았고, 국내 쌀과 소고기 시장에 대한 추가 개방도 막는 데 성공했다.
대신 상호관세를 낮추는 조건으로 3500억 달러(약 486조) 규모의 대미투자를 약속했다. 여기에 1500억 달러 규모의 한미 조선업 협력펀드와 2000억 달러의 반도체·원전·이차전지·바이오 투자 펀드가 포함됐다. 이번 협상에서 철강 등에 대한 품목관세는 논의되지 않아 기존 50%의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2주 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을 갖고 대미투자 등 양국 간 경제·안보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30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을 갖고 관세협상을 타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한미 관세협상 타결과 관련해 "큰 고비를 하나 넘었다"며 "이번 협상으로 정부는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미국 관세를 주요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춤으로써 주요국들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미국과 합의를 타결한 일본을 사례로 들며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2024년 기준 한국이 대미 무역에서 660억 달러 흑자, 일본은 685억 달러 흑자를 기록한 상황에서 한국은 일본(5500억 달러)보다 작은 규모인 3500억 달러 투자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더욱이 우리 기업이 주도하는 조선업 펀드 1500억 달러를 제외하면, 우리의 투자펀드 규모는 일본의 36%에 불과하다"며 "우리 나름대로 일본의 협상을 정밀하게 분석했으며 우리의 협상에 안전장치를 훨씬 더 많이 포함했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한미 조선업 협력펀드는 선박 건조, 유지·보수·정비(MRO), 조선 기자재 등 조선업 생태계 전반을 포괄한다"라며 "우리 기업의 수요에 기반해 구체적인 투자가 될 예정이다. 우리 조선 기업과 소프트웨어 분야 강점을 보유한 미국 기업이 힘을 합친다면 자율운행 선박 등 미래 선박 분야에서 시너지 창출이 기대된다"고 했다.
이어 반도체 등 분야의 2000억 달러 펀드와 관련해 "펀드 투자 규모를 고려하면 우리 기업이 전략적 파트너로 참여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국 진출에 관심 있는 우리 기업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00억달러 펀드의 구체적 형태에 대해서는 "대출과 보증에 들어가는 돈이 가장 많을 것으로 보이고, 직접투자의 비중은 매우 낮을 것"이라며 "2000억 달러라는 규모 역시 '한도' 개념으로 보고 있다"고 부연했다.
김 실장은 다만 자동차 관세의 경우 한국은 마지막까지 12.5%가 맞다고 주장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15%'라고 주장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 실장은 일본이 기존 2.5% 관세에서 12.5%포인트(P) 올린 15%로 합의한 점을 고려하면, 기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0% 관세를 적용받던 한국은 12.5%로 결정되는 것이 합리적이었다면서 "FTA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민감한 분야로 꼽혔던 농축산물 협상의 경우 "미국의 강한 개방 요구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식량 안보와 농업의 민감성을 감안해 국내 쌀과 소고기 시장은 추가 개방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액화천연가스(LNG)와 다른 에너지 제품 1000억달러 상당 구매 합의' 부분에 대해서는 "통상적으로 우리 경제 규모에서 필요로 하는 수입액이기 때문에 무리가 없다"고 내다봤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한국의 투자에 따른) 수익의 90%는 미국민에게 간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서는, 김 실장은 "저희 내부적으로는 (수익이 미국에) 재투자된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정밀지도 데이터 반출 문제나 방위비 문제, 무기 수입 협상 등에 대해서는 "이는 별개의 이슈로, 이번 협상 결과에는 포함되지 않았다"며 "온라인플랫폼법·인공지능(AI) 칩 및 그래픽처리장치(GPU) 구매 요구 등도 없었다"고 소개했다.
주진 기자 jj72@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