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박인비, 박성현, 전인지, 고진영. /LPGA 페이스북
왼쪽부터 박인비, 박성현, 전인지, 고진영. /LPGA 페이스북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한국여자골프 선수들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과거에 비해 고전하는 외부 요인 중 하나로는 상향평준화를 꼽을 수 있다. 여기서 상향평준화는 단순히 기량뿐 아니라 연습량까지 의미한다.

세계적인 교습가인 고덕호 SBS 골프 해설위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외국 선수들의 연습량이 한국 선수들만큼 많아졌다. 한국 선수들의 강점은 당초 열정, 집념 같은 것들인데 초창기부터 한국 선수들이 해오던 라운드 후 연습 루틴 등을 외국 선수들도 많이 따라 하고 있다. 그런 게 오래 이어지다 보니 지금의 상황에 이르렀다”고 분석했다.

과거 한국여자골프가 강했던 이유 중 하나는 스파르타식 연습이었다. 정상급 선수들은 대체로 초등학생, 중학생 때 이미 오전부터 오후 늦게까지 연습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대회 라운드 후 연습 그린에 남아 퍼트 연습을 하는 선수 중에는 유독 한국 선수들이 많았다. 그러나 태극낭자들이 한창 LPGA 투어를 호령하면서 그들이 보이던 연습량을 외국 선수들이 벤치마킹했고 그게 수년간 지속되다 보니 기량에서도 격차가 줄어들었다.

넬리 코다. /LPGA 페이스북
넬리 코다. /LPGA 페이스북

올 시즌 넬리 코다(미국)는 혼자 무려 6승을 올리고 있다. LPGA 투어 단일 시즌 6승은 지난 2013년 박인비 이후 11년 만이다. 코다는 1980년 이후 벳시 킹(1989년), 베스 대니얼(1990년), 아니카 소렌스탐(1997·2003년), 캐리 웹(1999·2000년), 로레나 오초아(2006·2008년), 쩡야니(2011년), 박인비에 이어 한 시즌 6승을 올린 8번째 선수가 됐다. 아울러 출전한 8개 대회에서 6승을 거두며 소렌스탐과 함께 최소 대회 6승 타이를 이뤘다.

고덕호 위원은 “넬리 코다는 패밀리 중에선 언니(제시카 코다)의 그늘에 가려 기량이 늦게 만개했다. 노력을 엄청 많이 한다고 들었다. 우승을 몇 번 하다 보니 자신감도 붙어서 계속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코다 같은 (미국 본토) 선수들은 대회가 없는 주에 가족과 쉴 공간도 있지만 한국 선수들은 유랑자 생활을 오래하고 있다. 사실 한때 잘 나가던 모리야·에리야 쭈타누깐 자매도 요즘 (우승) 소식이 뜸하다. 객지 생활을 오래 하면서 경기력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태극낭자들의 LPGA에서의 고전은 다가오는 2024 파리 올림픽 전망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림픽은 세계랭킹에 따라 국가별로 출전권을 배분하는데 한국은 세계 15위 이내 선수가 고진영(7위), 김효주(12위) 2명에 불과하다. 3명 이상 출전하려면 15위 내에 선수가 추가로 있어야 하지만, 신지애는 24위, 양희영은 25위에 머물러 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과 2020 도쿄 올림픽에 각각 4명씩 출전한 것과 비교하면 이번 파리 올림픽에는 출전 인원부터 반토막이 날 위기에 놓였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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