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복귀가 우선
"뭘해도 관심 없다"는 전공의
[한스경제=이소영 기자] "전공의들에게 사실상 또 다른 특혜를 제공하는 것 아닙니까?"
정부가 전공의의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철회하겠다고 발표하자마자 취재 기자들 사이에서 나온 공통된 질문이다.
전공의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은 사실상 정부가 전공의의 현장 복귀를 촉구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에 가깝다. 그런데 정부는 사직서를 수리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이제라도 현장에 복귀하는 전공의에겐 행정 처분도 중단한다는 약속까지 했다.
정부는 경영난에 시달리는 병원장들의 요구와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의 고통을 고려하고, 더 이상의 필수의료의 붕괴를 방치할 수 없기 때문에 내린 결단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정부가 '기계적인 행정 처분'을 집행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을 때도 전공의들은 꿈쩍도 않고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심지어 보건복지부 장·차관을 대상으로 법적 공방을 이어갔다. 의대 교수와 선배들이 그들의 편을 들어 파업과 휴직 카드를 꺼내드는 동안, 전공의들은 수련·근무 환경 개선을 요구하면서도 초지일관 '정부 불신'을 외치며 개선을 위한 공론의 장에는 참여한 바가 없다. 이런 이들이 사직서가 수리된다고 해서 현장으로 복귀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강한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정부 관계자들을 상대로도 열띤 질문을 쏟아내던 취재 기자들은 그들이 떠나고 난 뒤에도 "나 같아도 지금 당장 안 돌아오고 몇 달 놀면서 여행 다니다가 돌아오겠다",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은 당사자들이 손해를 보기는커녕 온갖 특혜를 다 받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의대 정원 증원을 시작으로 정부의 의료개혁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현장을 떠난지 100일이 훌쩍 지났다. 전공의들이 정부가 자신들을 악마화한다고 주장하는 동안 그들의 빈자리는 국민들이 메우고 있었다. 정부가 건보재정으로 수천억원을 쏟아붓고, 휴진 등으로 절실한 치료 일정이 기약 없이 연기돼도 국민들은 의료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믿음으로 그 시간을 견뎌냈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전공의들이 아무런 페널티를 받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사직서가 수리된 전공의들의 경우 근무하던 병원과 진료 과에 1년 동안 돌아갈 수 없다. 이미 각 병원의 계약 시점이 지났기 때문에 길게는 내후년까지도 원래의 자리를 찾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전공의들이 계획했던 전문의 취득 '스케줄'과는 크게 어긋나는 것 자체가 큰 페널티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공의의 복귀를 기다리는 동안 '인생의 스케줄'이 바뀐 국민들이 속출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의 강한 기조를 믿고 있었던 국민들에게 전공의의 사직서 수리와 무처분이라는 결론은 믿음에 대한 배신으로까지 다가올 수 있는 결정이다.
필수의료 붕괴와 전문 인력의 장기 공백을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정부의 이와 같은 결단이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일 수 있다는 점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의 정부가 제 손으로 칼자루를 전공의를 비롯한 의료계에 넘겨주고는 30년 이상을 속수무책으로 휘둘린 것도 모자라, 현재도 계속 끌려다니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결국 이 상황을 타개하고 같은 일이 발생되지 않도록 하려면 의료 개혁에 대한 일관된 의지와 조속한 제도 개선을 약속하는 정부의 다음 행보를 주의 깊게 눈여겨봐야 한다. 부디 앞으로는 응답 없는 누군가의 문을 절실한 마음으로 계속 두드리는 일만 반복하지 않을 수 있길 바라면서 말이다.
이소영 기자 sylee03@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