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시민대표단 선택은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50%'
여당 “미래세대에 부담”…야당 “소득보장론 우세 확인”
국민연금공단 본사 전경 /국민연금공단 제공
국민연금공단 본사 전경 /국민연금공단 제공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국민연금의 근본적인 문제는 돈을 낼 사람은 갈수록 줄어들고, 받아갈 사람은 많아지는 인구구조 탓이다.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노인 3명 중 1명이 빈곤 상태다. 이는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압도적 1위다.

지난 3월 정부가 발표한 제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적립금은 최근 1000조원을 기록했다. 이는 세계 3위 수준으로 오는 2039년 적립금이 최고액을 기록하다가 2041년에는 지출이 수입보다 많아져 적자로 돌아서고 2054년이면 고갈될 전망이다. 생산인구는 줄고 노년층은 늘어나 소수의 젊은층이 다수의 연금 수급자를 부양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앞선 정부에서 국회와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중심으로 연금개혁을 추진했지만, 여러 대안을 두고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번번이 좌절됐다.

윤석열 정부는 올해 1월 말 시민대표단 500명과 의제 숙의단 50명으로 구성된 연금개혁공론화위원회를 설치했다.

연금개혁공론화위는 몇 달간 협의를 통해 국민연금 개혁을 위한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평균 소득 대비 연금액) 조정안으로 △보험료율 13%로 인상 및 소득대체율 50%로 상향 △보험료율 12%로 인상 및 소득대체율 40% 유지 등 두 가지로 대안을 압축했다.

연금개혁공론화위는 22일 492명의 시민대표단을 대상으로 진행한 세 차례의 '국민연금 개혁안 선호도'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시민대표단의 56%는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올리고,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올리는 내용의 '더 내고 더 받는' 개혁안을 선택했고, 42.6%는 보험료율을 12%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현행 유지'하는 개혁안을 택했다.

공론화위 활동의 가장 큰 성과로는 연금개혁 필요성을 시민대표단이 공감한 점이 꼽힌다. 하지만 시민대표들의 의견을 국민적 의견이라고 보긴 다소 무리가 있다. 지속 가능한 국민연금을 위해선 기금 고갈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답이 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시민대표단의 최대 지지를 받은 안은 고갈 시점을 2061년으로 7년 늦추는 단기적인 개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64세 의무 가입 연령이 약점으로 꼽힌다. 정년을 59세로 둔 채 가입 연령만 올리면 가입자의 부담만 가중되기 때문이다.

시민대표단이 가장 많이 지지한 '더 내고 더 받는' 국민연금 개혁안에 대한 여야 반응이 크게 엇갈렸다.

연금특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경준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국민연금은 일정 부분 소득 재분배 기능도 있지만, 주로 본인의 기여에 의해 보험료가 결정되는 보험의 원리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을 망각한다면 청년과 나라의 미래는 암울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당선인도 이날 SNS에서 "미래세대 등골을 부러뜨리는 세대이기주의 개악"이라며 "2015년생은 46살이 됐을 때 월급의 35.6%를 국민연금 보험료로 납부하게 된다고 한다. 월급의 35%가 넘는 돈을 국민연금 보험료로 내고, 추가로 건강보험료, 소득세 내면 어떻게 먹고살라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반면 연금특위 민주당 간사인 김성주 의원은 "연금을 받고 있는 60세 이상에서 더 재정을 걱정하고 20대가 소득 보장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은 기존 상식과 다르다”며 “국민연금 같은 사회보험제도는 세대 간 연대에 의해 성립하는 복지제도이므로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기는 무책임한 주장은 중단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연금개혁은 반드시 해야 될 국가적 과제다"라며 "국민의 삶과 국가의 미래가 직결된 사안인 만큼 우리 민주당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 21대 국회가 책임지고 매듭을 지을 수 있도록 논의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연금개혁에 대한 불안감, 세대 간 갈등 등을 최소화할 정치적 결단만 남았다.

국회 연금특위는 조만간 공론화위의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여야 간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일각에선 21대 국회 임기 종료까지 한 달여 밖에 남지 않은 만큼 여야가 연금 개혁 합의안을 도출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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