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벨기에 등 반대한 '자연복원법'...'표심 고려'한다는 비판
"오염 심각해 마실 수 있는 물 없어"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6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유럽연합(EU) 대표 이니셔티브인 '그린 딜(Green Deal)'이 사라질 위험에 처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린 딜' 대표 법안인 '자연복원법'마저 사실상 원점 재검토에 들어간 만큼 이대로 녹색 바람이 사그라드는 것은 아니냐는 지적이다.
23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벨기에 녹색당 공동대표인 국회의원 필립 램버트(Philippe Lamberts)는 "6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가 승리할 경우 자연과 생물다양성을 보호하기 위한 협약이 폐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EU의 '그린 딜'은 중단될 위험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린딜'은 파리기후협정을 준수하기 위해 마련한 입법패키지로, △생물 다양성 복원 △대기·토양·수질 정화 △기후위기 완화 등을 골자로 했다.
램버트 의원은 "조세 정책부터 환경법 제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정보를 제공하는 '그린 딜'은 6월 선거에 따라 과거의 사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극우와 극우가 만나) 그린 딜을 망칠 가능성은 매우 높다"며 "그들은 망명과 이주에 대한 이념적 싸움에서 승리한 후 그들의 다음 목표는 '깨어난 경제'라고 부르는 '유럽의 그린 딜'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올해 초부터 이 같은 조짐은 시작됐다. '그린 딜'의 대표 법안인 '자연복원법'의 경우 지난 2월 가까스로 유럽의회를 통과했다. 처음 제안된 이후 수년간 협상 끝에 의회 문턱을 넘었지만 승인은 되지 못했다. 형식적 절차인 이사회 승인만 남겨둔 상황에서 벨기에, 헝가리, 이탈리아 등이 기권 혹은 반대 의사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최종 승인 투표는 무기한 연기됐다.
대표적으로 상반기 의장국인 벨기에는 이번 표결에서 기권했다. 자연복원법에 대해 "나쁜 법안"이라며 원점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로 인해 이번 회기에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낮아졌다. EU 측 관계자는 법안 수정 시 4월 말 마지막 본회의에서 재상정해 심의를 다시 거쳐야 하기 때문에 6월 이전 법안의 통과 가능성을 낮게 봤다.
'자연복원법'은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회복을 위해 2030년까지 육지·바다의 20% 복원을 목표한 법안이다. 그러나 선거가 다가오면서 회원국들은 뒤늦게 표심을 의식해 반대 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여기에는 농민들의 시위 확산이 한몫했다는 평가다. 농민들은 그린딜을 '브뤼셀이 내리꽂는 강압적 규제'라고 반발하며, 지난 1월부터 트랙터를 끌고 거리로 나섰다.
수개월 시위가 이어진 끝에 'EU 2040년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에서 농업 분야 의무는 대폭 줄어들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입수한 공식 발표 전 자료에는 농업 분야를 2040년 배출 감축 계획의 핵심 분야로 설정, 2040년 이산화탄소 제외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5년 대비 30% 감축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최종안에서는 제외됐다. 그밖에 농약에 대한 새로운 규정 등 다른 법안도 백지화한 상태다.
램버트 의원은 그럼에도 시민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구를 지키는 것과 정반대 행동을 하는 정치인들의 이야기를 '완전 헛소리'라고 치부하기 보단 유권자들에게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호소하는 '역대 최고의 게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화가 나는 몇 가지 사실들이 있다"며 "유럽에서는 토양, 공기, 물의 오염이 심각해 실제로 깨끗한 생수조차 마실 수 없다"고 울분을 토해냈다.
정라진 기자 jiny3410@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