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업 입지, 중국 패스트팔로워 이상의 움직임에 빠른 잠식 중””
[한스경제=김우정 기자] 글로벌 조선시장에서 중국 조선사들이 메탄올 선박 수주를 독점하고 있는 반면 한국 조선소는 미래 대체 연료인 암모니아와 수소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는 한국이 기술력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바탕으로 뒤쫓아오는 중국 조선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공동의 기술개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영국의 조선·해운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도 전세계 조선업계의 대체연료투자가 지속되며 전체 신조 수주의 3분의 1, 전체 신조 톤수의 41%가 친환경 선박으로 발주됐다. 상반기중 계약된 310척 중 친환경 연료선박으로 액화천연가스(LNG) 109척, 메탄올 49척, 암모니아 15척, LPG 42척, 수소 4척 등이었다.
클락슨은 “LNG, 메탄올, 암모니아, 수소 등 중 하나를 사용할 수 있는 선박 발주가 증가했다”며 “미래 연료에 맞춰 ‘레디(준비)’ 선박 주문이 전체 주문의 약 5분의 1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레디'선박은 향후 상용화될 대체연료 추진선으로 개조가 가능하도록 사전 설계에 반영된 선박을 의미한다.
클락슨은 향후 몇 년간 친환경 투자가 지속돼 올해 전세계 선대 용량의 7%뿐이던 친환경 선박이 2030년에는 20%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조선업계를 리드하는 한국과 중국은 각기 다른 대체연료를 중심으로 선박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메탄올 연료 추진선 수주를 연이어 따내며 메탄올 선박 시장의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지난 5월 말 기준 전세계 발주된 매탄올 추진 선박 38척 중 중국 조선소는 총 36척(95%)의 수주를 따냈다.
중국은 코스코(COSCO) 등 자국 내에 선박을 발주할 대규모 선사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세계 메탄올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등 메탄올을 자체 생산·공급할 수 있는 메탄올 공급망을 보유하고 있어 메탄올 연료 추진 선박 수주를 대폭 늘리고 있다.
지난해 국무원 공업정보화부,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재정부, 생태환경부, 교통운수부는 등 중국 정부는 2030년까지의 ‘선박 제조업 녹색 발전 행동 강령’을 발표하며 자국 조선업의 친환경 전환 지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은 내년까지 LNG, 메탄올, 암모니아 등 저탄소·무탄소 연료 사용 선박에 대한 국제시장 점유율 50% 이상 확보할 계획이다.
중국은 컨테이너선 이외에도 유조선, 벌크선 등 다양한 분야로의 메탄올 선박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지난해 4월 중국 국영조선사인 중국선박그룹(CSSC)이 프랑스 선사 CMA CGM로부터 메탄올 이중연료 대형 컨테이너선 12척을 수주한 이래 지난 5~6월 두 달간 싱가포르, 독일, 대만 선사 등으로부터 메탄올 관련 컨테이너선 총 16척 수주를 달성했다.
이외에도 싱가포르 벙커링업체 컨소트 벙커링(Consort Bunkers)로부터 7999DWT급 메탄올 벙커링선 4척을 수주받았으며 브라질 광산업체 베일(Vale)로부터 메탄올을 동력으로 하는 초대형 광석운반선(VLOC) 최대 12척을 수주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국내 조선소들은 메탄올 대신 암모니아와 수소 등 미래 대체연료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암모니아는 저온 고압 액체로 운반해 사용해야 하는 만큼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연료이다. 그만큼 선박당 수익성이 높아 선별수주를 이어가는 국내 조선사에 최적의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10월 세계 최초로 암모니아 중형 컨테이너선 수주에 성공한 이후 올해 대형 암모니아 운반선(VLAC) 18척을 수주했다.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 또한 각각 VLAC 2척을 수주했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지난해 수주한 메탄올 컨테이너선 수주잔량이 많이 남아있다”며 “메탄올 컨테이너선은 건조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조선소 도크상황에 따라 컨테이너선보다는 수익성이 높은 선박으로 수주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암모니아는 향후 수소로도 활용될 수 있는 만큼 최종적으로 수소연료 추진선을 목표로 기술개발을 이어가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중국의 빠른 발전 속도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한국선급(KR) 세미나에서 정재준 HD현대중공업 전무는 “중국 조선업은 국가 차원의 탈탄소화 드라이브를 가속화 중”이라며 “친환경 기술과 관련해 한국 조선업의 퍼스트무버(First Mover)로서의 입지는 중국의 패스트팔로워(Fast Follower) 이상의 움직임에 빠르게 잠식 중”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기술 전환기에 중국은 막대한 투자가 추진 중이다. 지난해 CSSC그룹에의 연구개발R&D) 투자 정보 보조금은 1284억원이었으며 중국 최대 민영조선소인 양자강선업(YZJ)의 R&D 투자액도 전년 대비 40.5% 증가했다”며 “중국과의 기술경쟁을 고려한다면 R&D 투자 중복에서 따른 비효율을 제거하고 협력을 통한 공동 기술개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우정 기자 yuting4030@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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