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프리카·남부유럽 강타한 폭염…알제리·튀니지 등도 산불피해
英외무부 장관 "의심할 여지 없는 기후위기 '경종'…전 세계 대응 필수"
[한스경제=김동용 기자] 그리스 동남부 로도스섬에서 산불이 발생해 주민과 관광객 등 1만 9000여 명이 대피했다. 일주일간 계속되는 산불로 소방당국의 방어선이 무너진데다 지속되는 폭염으로 로도스섬 외 다른 곳에서도 화재가 발생해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24일(현지시간) 가디언과 AFP통신·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의회에서 열린 토론에서 "앞으로 우리는 몇 주 동안 계속 (산불을) 경계해야 한다"며 "기후위기는 이미 여기에 있다. 더 큰 재난으로 지중해의 모든 곳에서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도스섬에서 지난 18일 발생한 산불은 21일부터 해안가로 번졌다. 그리스 서부 코르푸섬도 산불이 발생해 17개 마을에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다.
로도스섬과 코르푸섬은 영국·독일인이 선호하는 그리스 여행지로 알려져 있다. 로도스섬에는 연간 약 250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한다.
그리스 소방당국은 폭염으로 인한 추가 화재 발생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남부 지역의 기온이 섭씨 45도(℃)까지 치솟자 소방당국 대변인은 "(로도스섬 외에도) 몇몇 지역에서 화재 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에게 추가 지원을 제안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미초타키스 총리와 통화하고 기후변화로 인한 파괴적인 산불, 극심한 폭염에 직면한 그리스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북아프리카 알제리에서도 산불로 25명이 사망했다.
알제리 당국은 북아프리카와 남부유럽에 폭염이 확산되면서 베자이아(Bejaia)와 부이라(Bouira)의 산악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로 군인 10명을 포함해 25명이 사망했으며, 약 1500명이 대피했다고 밝혔다.
북아프리카 전역을 휩쓸고 있는 이번 폭염으로 튀니지 일부 도시는 낮 최고기온이 49도를 기록했다. 튀니지도 산불이 국경 마을 멜룰라(Melloula)를 덮치면서 수백 명의 주민들이 대피한 상태다.
기후 전문가들은 올여름 남부유럽과 북아프리카를 강타한 폭염이 최근 잇따라 발생한 대형 산불과 연관이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인간 활동'으로 인해 앞으로 몇 년 동안 지중해 지역의 기온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다.
앤드류 미첼 영국 외무부 장관은 BBC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최근의 대형 산불은) 기후위기에 대해 의심할 여지 없이 경종을 울렸다"며 "기후변화는 지금의 현실이다. 세계가 이에 대응하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독일의 비영리 싱크탱크 클라이밋 애널리틱스(Climate Analytics)의 최고경영자이자 기후 과학자인 빌 헤어(Bill Hare)는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대형 산불 등 재난과 관련해 "(마지노선으로 알려진 지구온도 1.5도가 상승이 아니더라도) 이미 '1.2도 지구온난화' 상태도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밥 왓슨 전 의장도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지구 온도 1.5도 제한에 "비관적"이라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그는 최근 발생하는 폭염과 폭우를 언급하며 "세계는 지구 온도를 1.5도로 제한하려는 계획을 실현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왓슨 전 의장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1.5도 제한을 달성할 가능성이 낮다고 믿는다"며 "그러나 이를 포기하면 2도 제한마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탄소배출이 지구 온도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이라며 "1.5도나 2도 제한을 위해서는 지금 당장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 2030년까지 현재 배출량의 최소 50% 감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CNN에 따르면 최근 미항공우주국(NASA) 고다드우주연구소 소장인 개빈 슈미트도 "내년에는 엘니뇨 현상으로 인해 더 극심한 폭염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슈미트 소장은 "내년에는 올해 더위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며 "엘니뇨 현상은 올해 말 정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통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올해는 엘니뇨 현상이 시작된 지 몇 달 되지 않았다. 올여름 극심한 더위는 엘니뇨가 아직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상태에서 보이는 수준"이라며 "현재 지구 바다의 온도가 전반적으로 매우 높다. 우리가 온실가스 배출을 멈출 때까지 지구 기온은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용 기자 dy0728@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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