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세계 주요 기후 과학자들 "유럽·미국 폭염 원인은 인간이 초래한 기후위기" 
"지구 온도 2도 더 오르면 치명적인 폭염 2~5년마다 발생" 
"각국 정부 화석연료 퇴출 동의 안하면 매년 수만명 폭염으로 사망"
25일(현지시간) 그리스 남동부 에게해 로도스 섬의 바티 마을에서 산불이 발생한 가운데 한 자원봉사자가 몸을 식히고 있다. 이날 그리스 전역의 최고 기온은 섭씨 40도를 넘어섰다. / 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그리스 남동부 에게해 로도스 섬의 바티 마을에서 산불이 발생한 가운데 한 자원봉사자가 몸을 식히고 있다. 이날 그리스 전역의 최고 기온은 섭씨 40도를 넘어섰다. / 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용 기자] 세계 각국 정부가 승인한 주요 기후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최근 유럽과 미국을 강타한 치명적인 폭염은 인간이 초래한 기후위기가 원인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화석연료로 인한 지구온난화가 없었다면 유럽과 미국에 발생한 역대급 폭염이 사실상 불가능하며 앞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급격하게 줄이지 않는다면 글로벌 폭염이 더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2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지난 3월 세계 각국 정부가 승인한 주요 기후 과학자들의 보고서 내용을 보도했다. 

가디언은 "이 결과는 인간이 초래한 지구온난화가 이미 전 세계의 생명과 생계를 파괴하고 있고, 배출량을 줄여야 할 필요성이 더 절실해졌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앞으로 지구 온도가 2도(℃) 더 오르면 치명적인 폭염이 2~5년마다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달 초 남부 유럽과 미국 서부, 멕시코, 중국 등 세계 곳곳에서는 역대 최고 기온을 경신하는 폭염이 발생해 산불 등으로 사망자가 나왔다. 올해 7월 첫째 주는 지구 역사상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과학자들은 온실가스 배출이 지구 대기를 변화시키지 않았을 때와 1.2도 지구온난화 수준인 현재를 비교하면 유럽은 2.5도, 북미는 2도, 중국은 1도 더 높은 폭염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프리데리케 오토(Friederike Otto) 박사는 "이런 폭염은 더 이상 드문 일이 아니다"라며 "가장 중요한 점은 이런 극심한 폭염으로 사망자가 발생하고, 특히 가장 취약한 사람들의 생명과 생계를 파괴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오토 박사는 오는 11월 30일 개최되는 유엔(UN) 기후 정상회의(Cop28)에서 각국 정부가 화석연료 퇴출에 동의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참고로 정상회의 의장인 술탄 알 자베르(Sultan Al Jaber)는 회의 개최국인 아랍에미리트의 국영 석유·가스 회사의 최고경영자(CEO)이기도 하다. 

오토 박사는 "우리는 아직 안전하고 건강한 미래를 확보할 시간이 있다"며 "그렇지 않으면 매년 수만 명의 사람들이 열 관련 원인으로 계속 사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적십자 적신월사 기후 센터의 줄리 아리기(Julie Arrighi) 소장은 "극심한 더위는 치명적이고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각국이 더위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500건 이상의 기상이변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지난 2018년 북반구에서 발생한 폭염도 지구온난화 없이는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했다. 폭염의 93%와 가뭄의 68%는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로 인해 더 심해지거나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았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있는 스카이 하버 국제공항의 모습. 피닉스는 이달 섭씨 43도를 넘는 날이 26일 동안 연속으로 이어져 기록을 경신했다. / 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있는 스카이 하버 국제공항의 모습. 피닉스는 이달 섭씨 43도를 넘는 날이 26일 동안 연속으로 이어져 기록을 경신했다. / 연합뉴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유럽은 지난해 폭염으로 6만명 이상이 사망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지난 30년간 기후위기로 전 세계에서 열 관련 원인으로 사망한 사람이 수백만명일 것으로 추정했다. 

가디언은 "그러나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기 위한 전 세계적인 진전은 매우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며 "주요20개국(G20)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화석연료국가들의 반대로 인해 이러한 계획의 방해를 받은 가장 최근의 그룹"이라고 강조했다. 

기후연구단체 '세계기상원인분석'(World Weather Attribution, WWA)은 최근 기후 위기의 영향을 정량화했다. 연구진은 1.2도 지구온난화로 인한 오늘날의 기후와 1800년대 후반의 기후를 비교했다. 

그 결과, 유럽과 미국의 폭염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각각 950배, 4400배 더 많이 발생했다. 가디언은 "이는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가 원인이라는 것이 확실하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현재 지구온난화 수준에서 발생하는 폭염이 중국은 5년, 유럽은 10년, 미국은 15년마다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한다면 그 기간은 더 줄어든다. 

연구진은 "엘니뇨가 폭염에 약간의 열을 더했을 수 있다. 하지만 화석연료 연소로 인한 지구온난화가 폭염의 주된 원인"이라고 말했다. 

한편 가디언은 최근 영국정부의 환경정책이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며, 리시 수낙 영국 총리가 당내 우파 성향 의원들의 압력으로 녹색정책 일부를 연기하거나 포기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동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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