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1년 사이 대중국 누적 무역적자 170억달러 초과
대중국 무역수지 악화흐름 개선 가능성 희박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 전경. /전경련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 전경. /전경련

[한스경제=노이서 기자] 지난해 3월부터 현재까지 15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중국 무역적자 영향이 최근 큰 폭으로 확대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중국 수출은 정체된 반면 수입이 급증한데다, 지난해 4분기부터는 대중국 수출이 본격적으로 감소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보고서를 통해 소수의 핵심산업에 편중된 수출구조가 최근 대중국 무역적자 흐름의 주원인이고, 이미 한국을 넘어선 중국의 기술발전 속도를 감안할 때 핵심 원인을 해결하지 않으면 상황을 반전시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을 내놨다.

사실상 한국의 대중국 무역수지는 사상 최대 흑자 규모를 보인 2013년 이후 계속해서 악화돼 왔다. 2022년 4분기 이후부터는 대중 수출 규모가 본격적으로 감소하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부터 12월까지의 대중 무역수지는 52억달러 적자를 기록했고, 2023년 1월부터 현재까지 적자폭은 118억달러로 두 배 이상 확대됐다.

전체 무역적자 규모에서 대중국 무역 상황이 미치는 영향도 커졌다. 한경연에 따르면 전체 무역수지 적자에서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 기여도가 2022년 12.8% 수준에서 2023년에 43.2%로 늘어났다.

특히 중국의 교역국 중에서도 한국 수출이 대만과 더불어 가장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5월 한국과 대만의 대중 수출을 보면 전년 동월대비 각각 23%씩 감소했다. 이에 한국의 대중수출액 규모는 2022년 5월 대만에 이어 2위를 차지한 데에서, 올해 5월에는 미국과 호주에도 밀려 1년 만에 4위로 두 계단 밀려났다.

소수 품목에 편중된 수출구조가 대중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주요 원인으로 파악됐다. 한경연은 “무역수지 적자는 중화학공업품이 전체 수출의 89%를 차지하는 수출구조의 영향을 상당 부분 받고 있다”고 봤다.

중화학공업품의 대중 수출액은 지난해 5월대비 24% 감소했다. 특히 반도체를 포함한 전기, 전자제품 품목의 수출액 감소폭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 뒤를 이어 철강제품, 화학공업품, 기계류와 정밀기기 등 중화학 공업품 내 모든 품목이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대중국 수출입 추이와 전체 무역수지 대비 대중국 무역수지 통계. /한경연
대중국 수출입 추이와 전체 무역수지 대비 대중국 무역수지 통계. /한경연

아울러 중국에 대한 수입 의존도는 높아지는 반면 대중국 수출은 양적과 질적 모든 부분에서 정체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중국의 국산화 정책에 의한 중간재 자립도 향상, 중국과의 기술격차 축소로 한국의 수출경쟁력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기 때문으로 파악됐다.

한경연은 “이러한 상황에서 반도체 등 핵심 분야에 대한 초격차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대중국 무역수지 악화 흐름은 상당 기간 이어질 전망”이라며 “중국과의 기술격차도 점차 좁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학기술평가원에 따르면 한국은 11개 기술 분야 중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산업인 전자정보통신(ICT) 등 포함 5개 분야에서 오히려 중국에 뒤처지고 있다.

한경연 관계자는 “ICT와 소프트웨어 등 분야에서 한국은 이미 중국에 비해 1~2년 뒤처져 있다”며 “이걸 추격하는 것은 물론 따돌리는 성과 역시 5년까지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미국과 EU 등 주요국과도 비교해 기술발전이 최대 8년 이상 늦은 상황이라는 점도 설명했다.

이어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유망 분야를 중심으로 수출품목 다변화를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현재는 무역수지 회복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반도체, 2차전지 등 우위를 지닌 분야에 집중적인 투자와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골든타임을 놓쳐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 확대 흐름이 고착화된다면 이는 한국 핵심 산업의 기업 실적뿐 아니라 고용, 가계경제까지 도미노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다만 수출품목 다변화와 수출국 다변화 시도는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이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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