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국감 대신 대통령실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
[한스경제=최용재 기자] ‘의정활동의 꽃’이자 ‘민의의 축제’라 불리는 국정감사(국감)가 허무하게 마무리됐다. 이번 국감은 윤석열 정부의 첫 국감이라 큰 관심을 받았고, 더불어 새 정부가 출범한 지 5개월도 안된 상황이기에 여야의 치열한 주도권 싸움이 예고됐다.
지난 4일 국감이 시작됐고, 새정부 첫 국감에 대한 기대감은 곧 절망감으로 바뀌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은 국감 첫날부터 정치적 공방에 몰두하는 모습을 드러냈다.
여당은 문재인 전 대통령 정권 책임론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 사법 리스크에 공을 들였다. 반면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실책과 김건희 여사의 논문 표절과 주가 조작에 포커스를 맞춰 반격했다.
이런 정쟁은 국감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이어졌다. 더불어 친일론과 종북론을 앞세운 철지난 색깔론 전쟁도 펼쳐졌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과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 논쟁도 빠뜨릴 수 없다.
고금리, 고물가 등 경제가 위기인 상황에서 민생은 뒷전이었고, 정책은 실종됐으며 막말과 고성이 난무한 국감이었다. 파행은 일상이 됐다. 이번 국감이 역대급 맹탕 국감이라고 비판받는 이유다.
국감 첫 주에는 고등학생의 만화 작품 ‘윤석열차’ 논란이 뜨거웠다. 또 감사원의 문재인 전 대통령 조사 논란 역시 국감의 정쟁거리였다. 윤 대통령의 미국 순방 당시 ‘비속어 논란’을 놓고도 여야는 치열하게 부딪혔다. 김건희 여사 논물 표절 의혹에 대한 국감 증인 채택을 놓고도 여야는 전쟁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이재명 대표의 성남 FC후원금 논란 등도 등장했다.
둘째 주에도 도돌이표였다. 여야는 똑같은 사안으로 똑같은 싸움을 벌였다. 이런 상황에서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식민사관 논란이 터졌다. 그는 “조선은 왜 망했을까. 일본군의 침략으로 망한 걸까.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졌고, 그래서 망했다.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여야는 그곳으로 우르르 몰려들었다. 색깔론의 등장이다. 야당은 친일론을 앞세워 여당을 공격했고, 여당은 친북론으로 막았다.
셋째 주 역시 고정 레퍼토리는 변하지 않았다. 다만 대한민국을 혼돈으로 빠뜨린 카카오 먹통 사태가 주된 사안으로 거론된 한주였다. 하지만 이 역시 반짝 이슈에 그쳤고, 여야는 또다시 정치적 공방으로 태세를 전환했다.
결정적인 사건이 검찰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체포했고, 민주연구원이 있는 민주당 당사를 압수수색한 것이다. 민주당이 정치 탄압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 20일 민주당 법제사법위원들은 국감 보이콧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21일 이 대표는 “대통령과 여당에 공식 요청한다. 화천대유 대장동 개발과 관련된 특검을 반드시 수용하시길 바란다”고 판을 키웠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의도적인 시간 끌기이자 물타기”라고 거부했다.
24일 국감의 마지막 날에도 결국 파행을 피하지 못했다. 이날은 법제사법위원회‧정무위원회‧기획재정위원회 등 10개 상임위원회에서 종합감사를 진행하는, 국감의 마지막 날이었다. 하지만 국감을 열리지 못했다.
민주당이 검찰의 민주연구원 압수수색 재시도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이날 예정된 10개 상임위 국감 참석을 보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국감 참석 대신 대통령실 앞에서 ‘검찰독재 신공안통치 민주당사 침탈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의원들은 ‘당사침탈 규탄한다’. ‘야당탄압 규탄 보복수사 중단’ 등의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검찰의 당사 압수수색을 비판했다.
민주당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국감 마지막 날 대통령 시정연설을 하루 앞두고 검찰의 기습적인 야당 당사에 대한 침탈은 야당을 압살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규정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복귀하지 않으면 여당 단독으로 국감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까지 국감에 민생은 없었다. 특히 마지막 날 국감은 가장 실망스러운 모습을 드러냈다. 역대급 맹탕 국감이라는 꼬리표가 붙을 것이 확실시 된다.
최용재 기자 dragonj@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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