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지주 체계 특성상 ‘2~3년 순환 인사’ VS 성과 기반 평가 강화
보험업권 전반 실적 양극화...체질개선·신사업 추진력 최대 변수로
(왼쪽부터) 이영종 신한라이프 대표, 남궁원 하나생명 대표. 사진/각사
(왼쪽부터) 이영종 신한라이프 대표, 남궁원 하나생명 대표. 사진/각사

| 한스경제=이지영 기자 | 금융지주 산하 보험사 CEO들의 임기가 올해 말로 끝남애 따라 연임 여부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반 보험사와 달리, 지주 체계 특성상 2~3년 주기로 교체되는 만큼, 이번 인사에서도 주요 보험 계열사 수장의 연임 가능성이 핵심 뉴스로 부상하고 있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금융지주 생명보험 계열사 중 이영종 신한라이프 대표와 남궁원 하나생명 대표가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 대표는 1993년 신한은행에 입행한 후 2019년 오렌지라이프로 자리를 옮긴 뒤 2021년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가 통합되는 과정에서 전략기획그룹장 부사장의 역할을 수행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2023년 1월 신한라이프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조직의 성장 기반을 공고히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영종 사장은 지난해 신한금융의 '2+1년' 관행에 따라 1년 연임에 성공했으며 올해 12월 31일 임기가 종료된다. 통상적으로 보험사 대표가 3년을 넘기기 어려웠던 기존 인사 관행을 고려하면 보직 이동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상황은 이전과 다르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최근 신한금융이 '2+2년' 체제를 도입하며 연임 기준을 유연하게 바꾼 데다, 이 대표가 신한라이프의 실적 개선과 조직 안정화를 이끌어 온 점이 높게 평가되면서 연임 가능성에 보다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특히 이 대표는 취임 후 영업 경쟁력 혁신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신계약 가치의 안정적 확보에 주력헸다. 이를 위해 올해 초 조직개편을 단행해 전속 채널과 법인보험대리점(GA) 채널을 확대하고 신규 시장 발굴을 지원하는 등, 영업지원 체계를 강화하며 성장 동력을 재정비했다.

신한라이프는 이 대표의 주도 하에 비즈니스 이노베이션과 톱2 전략을 바탕으로 실적도 성장세다. 신한라이프는 올해 3분기 연결 누적 순이익은 514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1%나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실적(5284억원)에 거의 근접한 수준이며 연말 기준 역대 최고 실적 달성이 사실상 확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단일 분기 기준으로도 1700억원 안팎의 순익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신한라이프의 3분기 보험손익은 5738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4.4%나 감소했다. 하지만 투자손익이 1789억원으로 49.6%나 급증하며 이를 상쇄했다. 증시 강세로 변액·유가증권 관련 금융손익이 크게 늘어난 것이 순이익 확대를 이끈 요인이다.

3분기 기준 총자산은 약 60조3793억원을 기록했다. 보험계약마진(CSM)은 7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5.3%나 증가했다. 9월 말 기준 잠정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은 190.0%를 기록했다.

신한라이프의 연간 순이익은 ▲2021년 3916억원 ▲2022년 4494억원 ▲2023년 4724억원 ▲2024년 5284억원으로 해마다 큰 폭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목할 점은 신한라이프는 올해 상반기 한화생명을 제치고 생보업계 3위에 올라섰다는 것이다. 신한라이프의 상반기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은 345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3236억원) 대비 6.7%나 증가했다. 반면 한화생명은 같은 기간 1797억원으로 48.3%나 급감하며 대조적인 흐름을 보였다. 이와 함께 2위인 교보생명(5853억원)과의 격차도 좁혀지고 있다.

남궁원 하나생명 대표의 임기도 연말 종료를 앞두고 있다. 하나금융지주 내 대표적인 재무통으로 꼽히는 그는 2023년 말 인사에서 함영주 회장의 신뢰를 바탕으로 계열사 CEO 가운데 유일하게 새로 선임됐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옛 한국외환은행에서 경력을 쌓기 시작한 그는 하나은행과의 통합 과정에서 자금시장사업단 상무·전무, 경영기획그룹 부행장, 자금시장그룹 부행장 등을 거치며 전략·재무·자금 운용 전반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이러한 역량은 그룹의 투자·재무 리스크 관리와 하나생명의 체질 개선을 동시에 추진하기 위한 인사라는 평가로 이어진다.

하나생명은 과거 임영호 전 대표가 성과 부진으로 1년 만에 교체된 사례가 있어, 남 대표의 실적 개선이 연임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통상 2년 임기 후 교체가 반복돼 온 관행과 그룹 내 세대교체 기조를 고려하면, 그의 거취를 섣불리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남 대표는 방카슈랑스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보장성 상품 판매 확대와 상품·채널 포트폴리오 강화를 추진하며 체질 개선에 집중해 왔다.  

하나금융그룹 계열사인 하나생명은 지난해 12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177억원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241억원) 대비 64억원 감소했다.

다만 3분기 순이익이 35억원으로 전 분기(21억원) 대비 64.0%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보험 부문 손익(세전)은 258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30억원 늘었으며 투자 부문 손익은 109억원으로 78억원이나 증가했다.

하나생명은 4분기에도 양질의 보장성 상품 확대와 위험자산 관리 강화를 통해 성장 흐름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왼쪽부터) 구본욱 KB손해보험 대표,  배성완 하나손해보험 대표,  강병관 신한EZ손해보험 대표. 사진/각 사 
(왼쪽부터) 구본욱 KB손해보험 대표,  배성완 하나손해보험 대표,  강병관 신한EZ손해보험 대표. 사진/각 사 

연말을 앞두고 손해보험 업계에서도 주요 CEO들의 거취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구본욱KB손해보험 대표·배성완 하나손해보험 대표·강병관 신한EZ손해보험 대표가 모두 올해 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구본욱 KB손보 대표는 안정적인 실적 성과를 기반으로 연임 가능성이 높게 거론된다. 내부 출신 첫 CEO로서 조직 안정과 실적 개선을 동시에 이끌었다는 평가다. KB금융지주가 통상 적용해온 ‘2+1년’ 임기 관례를 고려하면 구 대표 역시 1년 추가 임기를 부여받을 가능성이 높다.

KB손보는 지난해 창사 이후 최대 순이익(8359억원)을 달성했다.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766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3.6%나 늘었다 같은기간 보험손익은 655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5.9%가 감소했지만, 투자손익은 3942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73.4%나 증가했다. 자동차보험이 지난해 대비 4.1%포인트(p)가 오른 85.4%의 손해율 기록했지만, 국채 매입과 선도거래를 통한 자본건전성 관리 및 대체투자 확대로 실적을 방어했다.

배성완 하나손보 대표는 취임 후 장기 보장성보험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며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디지털 보험사로 출범한 이후 적자가 이어졌지만, 장기보험으로 방향을 전환하며 구조적 개선에 착수한 것이다.

하나손보의 당기순이익 흐름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지난해 연결 기준 순손실은 308억원으로, 2023년(760억원) 대비 적자폭이 59.4%나 축소됐다. 다만 올해 상반기에는 당기순이익이 –194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동기(–176억원) 대비 적자폭이 10.7%나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역시 –198억원으로 지난해 동기(–183억 원)보다 적자 규모가 8.3%나 확대됐다.

이와 관련해 하나손보는 "장기보험 전환 과정에서 초기 사업비가 일시적으로 증가한 영향 떄문이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하나손보의 적자가 장기보험 중심 체제로의 전환에 따른 구조적 요인이란 분석을 내놓았는다. 다만 지배구조 단순화와 경영 효율성 제고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보인다. 그럼에도 중장기 영업경쟁력 확보를 위한 체질개선이 진행 중인 만큼, 배성환 대표의 연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강병관 신한EZ손보 대표의 연임 전망은 불투명하다. 출범 이후 뚜렷한 성장 동력을 확보하지 못한 채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았다. 신한 EZ손보의 올 3분기 누적 순손실은 272억원으로 지난해 동기(140억원)의 두 배 가까이 확대됐다. 올해 상반기에도 순손실이 157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흐름이 지속됐다.

업계에서는 신한금융은 2021년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 지분 94.54%를 인수해 신한EZ손보를 출범시키며 보험 포트폴리오를 완성했지만, 그룹 계열사와의 시너지 강화 전략이 아직 가시적 성과로 연결되지 못했다는 평가다. 여기에 강병관 대표가 2022년 초대 대표 취임 이후 지난해 한 차례 연임해 연말에 2+1년 임기를 채우는 만큼, 추가 연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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