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수익성 하락 속 상품 전략 전면 재조정 필요성 제기"
| 한스경제=이지영 기자 | 국내 손해보험사들이 경쟁적으로 확대해 온 어린이보험이 보험료 수입이 줄어들고 보험금 지급이 늘어나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이는 업계의 과도한 경쟁과 무리한 상품 확장 때문으로 상품 전략 전반에 대해 보험사들이 재점검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20일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손해보험사(손보가)들이 어린이보험으로 지급한 보험금과 환급금은 1조3291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7%가 늘어난 것이다. 같은기간 보험료 수입은 2조2918억원으로 5%가 줄었다. 이는 전체 개인보험 보험료 수입가 35조6848억원으로 7% 이상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여기에 출산 감소 추세가 고착화되면서 어린이보험 시장 역시 성장의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3만8300명으로 2023년 대비 3.6%가 늘었지만 합계출산율은 0.75명에 그치고 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의 평균(1.43명)의 절반 수준으로, 우리나라는 여전히 최저 출산율 국가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어린이보험은 자녀의 병원비와 일상 배상책임가 같은 주요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 부모가 가입하는 대표적 보장성 상품이다. 국내에서는 질병이나 상해 외에 배상책임 등으로 보장 범위가 확대되면서 손보업계의 어린이 보험 시장이 과열되고 있다.
더욱이 신국제 회계기준(IFRS17) 도입으로 보험계약마진(CSM) 확대가 경영의 핵심 과제로 부상하면서 해지율이 낮고 장기 계약 확보에 유리한 어린이보험은 생명보험사(생보사)에도 매력적인 상품으로 부상하며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다만 보험업계는 어린이보험의 수익성 악화의 원인으로 과도한 영업 경쟁과 보험사들의 무리한 상품 확장을 꼽고 있다. 보험사들은 상품의 구매 의욕을 높이기 위해 한 상품에 100개가 넘는 담보를 넣는가 하면, 가입자 확보를 위해 가입 연령을 기존 15세에서 2019에는 30세까지로 확장했다.
특히 지난 2023년에는 일부 보험사들이 가입 연령을 만 35세까지 확대하고 성인 질환 중심의 보장을 탑재했다. 이 과정에서 성인 가입자들의 통원·비급여 치료 보험금 청구가 급증하면서 손해율 상승이 불가피해졌다.
병·의원의 과잉진료가 보험금 누수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저출산 장기화로 잠재 가입자 기반이 축소되면서 시장 침체는 심화되고 있다.
한편 어린이보험 강자로 평가받는 현대해상의 올 상반기 보험이익은 5958억원으로 지난해 동기(1조1034억원) 대비 46%가 급감했다. 이는 실손보험과 어린이보험 계약 비중이 높은 현대해상의 특성상 보험금 청구가 증가하면서 예실차(예상과 실제의 차이) 적자 폭이 확대된 것이 원인이다.
현대해상의 '굿앤굿어린이보험'은 신생아 10명 중 7명이 가입할 정도로 독보적인 상품이다. 다만 현대해상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6341억원으로지난해 동기 대비 39.4%나 감소했다.
이는 출생아 수 감소에도 정부가 출산·육아휴직 연계 보험료 할인과 납입 유예 등 저출산 대응 패키지를 추진하면서 시장 안정성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일부 병·의원의 과잉 비급여 진료가 손해율 상승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가입 기반이 축소된 상황에서 손실이 누적될 경우, 보험사들의 판매 축소는 물론 소비자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판매 경쟁에 집중하기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상품 체계를 재정비하고 내실을 강화해야 한다는 분석한다. 어린이보험 취지와 거리가 있는 뇌졸중·급성심근경색 등 성인 중심 담보를 조정하고 과도하게 확대된 가입 연령을 정상화하는 등 구조적 재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어린이보험 시장은 성장 한계와 기회 요인이 공존하는 과도기에 놓여 있으며 보험사의 전략적 재편이 향후 시장 지속 가능성을 좌우할 것이다"며, "보험사들은 어린이보험을 장기 고객 확보의 핵심 포트폴리오로 유지하면서도 손해율 관리·상품 구조 개선·헬스케어 연계 등 내실 강화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고 전했다.
이지영 기자 jiyoung1523@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