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GA업체, 재무적 압박 커져...분할 지급으로 신입 설계사 정착 난항
| 한스경제=이지영 기자 | 금융당국의 보험 판매수수료 개편안 시행을 앞두고 법인보험대리점(GA)업계가 구조적 전환을 앞두게 됐다. 당국의 개편안은 초년도 수수료를 제한하고 유지기간에 따라 분할 지급하도록 하는 것으로 단순한 제도 조정이 아닌, GA 영업 모델의 전반적인 체질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에 수수료 보상체계가 단기 성과 중심에서 장기 유지율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중소형 GA의 경영 부담과 대형사 중심의 시장 재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6월 '보험업감독규정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바 있다. 이번 개편안에는 ▲내년 7월 GA 설계사 1200%룰 적용 ▲설계사 유지관리 수수료율 1.5% 및 4년 분납 구조 적용 ▲신인 설계사 지원비 회계 기준 조정 등이 포함됐다.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수수료 체계를 선지급 중심에서 유지관리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에 있다. 계약 초기의 고액 수수료와 정착지원금이 축소되고 계약이 장기 유지될수록 추가 수수료가 지급되는 구조로 전환된다.
◆ 고아계약 리스크 심화…"GA 내 양극화 구조 고착"
유지관리 수수료율이 계약 체결 비용의 1.2% 이내로 제한되고 4년 분납 구조가 적용됨에 따라 설계사들의 실질 소득 감소와 이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제도의 취지는 건전한 영업 관행 정착에 있지만, 현장에선 소득 축소로 인한 설계사 이직·퇴직이 증가하면서 계약 관리 공백이 급증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유지관리 서비스가 단절되고 계약 해지율이 높아지는 악순환이 고착되면서 고아계약 리스크가 심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보험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GA 채널의 2년(25회차)차 계약 유지율은 약 69% 수준으로 관리 사각지대가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설계사의 잦은 이직은 불완전판매와 계약 관리 공백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며,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계약 인계 절차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개편안을 계기로 대형 GA 중심의 영업망 재편이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나오고 있다. 대형 GA는 시스템 투자·조직 관리·본사 차원의 비용 통제 역량을 통해 제도 변화에 선제 대응이 가능하지마, 중소형 GA는 설계사 모집과 유지에 수수료·시책 의존도가 높아 상대적으로 개편안에 따른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GA협회는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를 근거로 "설계사의 급격한 소득 감소를 방지하기 위해 유지관리 수수료율을 최소 1.5% 수준으로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GA업계 관계자는 "계약 체결 이후 설계사가 이탈하면 고객 불만과 해지율이 급증할 수 있다"며, "특히 중소 GA는 유지관리 인력이 부족해 리스크가 더 크다"고 밝혔다.
◆ 신인 설계사 지원비 조정…자회사형 GA만 유리
보험업계는 이번 개편안으로 독립 GA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대형 보험사 계열 GA이나 보험사 자회사형 GA의 시장 지배력이 한층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신인 설계사 지원비의 회계 처리 방식 차이다. 전속채널은 지원금을 보험료에 포함된 사업비로 처리해 초기 실적이 없어도 안정적으로 신입 설계사를 지원할 수 있는 반면, GA는 이를 별도 비용으로 계상해야 해 상대적으로 재무 부담이 크다는 점이다.
특히 GA는 1200%룰에 따른 수수료 한도 내에서 자체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했다. 1200%룰은 설계사의 초년도 모집 수수료가 월납보험료의 12배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것으로 GA 업계에서는 장기간 열외지대로 남아 있었다.
이에 금융당국은 2022년부터 보험사들이 GA에 상품 판매 첫해에 1200%를 초과해 수수료를 지급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이에 보험사들은 첫 해(12회차) 이후 명시적 규정이 없는 13회차 이후에 관행적으로 500~800% 수준의 추가 수수료를 지급돼 왔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시책 경쟁을 근절하기 위해 내년 7월부터 1200%룰을 적용하기로 했다. 반면 GA협회장은 시스템 구축 및 계도기간이 필요하다며 2027년 1월로 시행을 연기해 줄 것을 요청한 상태다.
이에 전속채널과 달리 독립 GA는 동일한 회계처리 기준을 적용받으면서도 자체적으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따라서 재무적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으며 소득 분할 지급 구조로 인해 신입 설계사의 초기 정착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 업계 '효율성 중심 체질개선 불가피…"고객 보호와 현장 안정 필요"
업계에서는 이번 수수료 개편안이 GA 비즈니스 모델 전반을 재설계하는 구조적 전환으로 보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계약 유지 중심의 영업 문화 정착과 산업 체질 개선을 이끌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물론 제도 시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고아계약 리스크와 현장 불안정성을 최소화할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따라서 판매 이후 유지관리 책임 주체를 명확히 하고 GA 내부에 고객관리 전담조직을 신설하는 등, 사후관리 체계 강화 방안이 시급하다.
정책 측면에서도 급격한 제도 이행으로 인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유예기간 설정 ▲단계적 적용 ▲채널 규모별 지원책 등 완충 장치 마련이 요구된다.
이에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번 개편은 단순한 수수료 한도 조정이 아니라 보험시장 전반의 채널 경쟁 구조·인력 생태계·고객관리 체계를 재정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며, "금융당국·보험사·GA 간 충분한 협의를 통해 효율과 건전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개혁의 방향이 현장의 생존을 위협하지 않도록 세밀한 조율이 이뤄지는 것이 향후 10년 보험산업의 향방을 좌우할 것이다"고 부연했다.
이지영 기자 jiyoung1523@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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