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업종별 비율 15.8%…최근 5년 중 최저
혁신생태계 조성‧국가바이오위원회 출범 등 대응
[한스경제=김동주 기자] 지난해 바이오 벤처에 대한 투자 심리가 크게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비상계엄·탄핵 등 불확실성이 켜진 국내 정세도 이 같은 흐름에 기름을 붓고 있는 형국이다.
22일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벤처투자회사·벤처투자조합의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바이오·의료업종의 신규 투자금액은 총 891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소폭 늘어난 금액이지만 3년 전과 비교하면 절반에 그친 수준이다. 바이오·의료업종 신규 투자금액은 지난 2020년 1조 1970억원에서 2021년 1조 6770억원으로 최고치를 달성했지만 이후 2022년 1조 1058억원, 2023년 8844억원 등으로 쪼그라들었다.
전체 업종별 신규투자 비율로 살펴봐도 바이오‧의료업종은 ▲2020년 27.8% ▲2021년 21.8% ▲2022년 16.3% ▲2023년 16.4%로 매년 감소세를 보였다. 지난해 11월까지는 15.8%까지 떨어져 최근 5개년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한 달간 오름테라퓨틱스, 동방메디컬, 넥셀 등 제약바이오 기업 3곳이 저조한 수요예측 등을 사유로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당시 상장을 추진하고 있던 기업들도 IPO(기업공개) 시점을 재논의 하는 등 잠시 숨을 고르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으로 인한 탄핵 정국은 얼어붙었던 바이오 벤처 투자심리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일부 바이오 벤처에서 일련의 사태로 인해 외국 기업과 진행되던 투자 논의가 잠정 보류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기업들은 이번 사태로 인한 불확실성이 언제쯤, 어떻게 해소될지 모른다는 점을 큰 스트레스로 꼽고 있다”고 전했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도 지난 21일 진행된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바이오) 벤처 투자 환경이 매우 어렵다”며 “민간분야가 활성화 되려면 결국 투자가 이어져야 한다. 정부와 협력해 위기를 잘 극복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바이오 벤처 투자 관련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정부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는 최근 발표한 ‘5대 바이오 벤처강국 도약을 위한 제약바이오벤처 혁신생태계 조성방안’을 통해 제약바이오 유니콘 기업 3개 이상 육성과 향후 3년 간 바이오벤처 기술수출 30조원 이상 달성을 목표로 했다. 이를 위한 ▲유망 원천기술의 사업화 촉진 ▲기초부터 튼튼한 바이오벤처 투자환경 조성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활성화 ▲바이오벤처 혁신기반 구축 등 4대 전략과 8대 추진과제도 제시했다.
이에 초기 투자에 건당 10~20억원을 투자하는 펀드를 새롭게 조성하고 국내 14곳 제약기업과 일본 바이오 기업이 참여하는 총 500억원 규모에 펀드도 마련된다. 또한 신약 개발을 위해 연내 ‘케이(K)-바이오·백신 펀드’ 3∼5호를 통한 6000억원 조성을 계획하고 있다.
오영주 중기부 장관은 “우리나라의 바이오 벤처는 세계적 수준의 R&D 역량에 힘입어 양적, 질적으로 성장했지만 혁신주체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생태계 조성은 현재 미흡한 상황”이라며 “바이오 벤처가 기술이전을 원활히 하고 지식과 자금을 축적해 신약개발까지 도전하는 선순환 생태계 조성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탄핵 정국 속 무산 위기에 놓였던 대통령 직속 국가바이오위원회(위원회)도 오는 23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아 정식 출범한다.
위원회는 보건·의료, 식량, 자원, 에너지, 환경 등 바이오 전 분야에 대해 민·관 협력을 통해 비전·전략을 제시하고 바이오 경제, 바이오 안보 등 지속 가능한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논의·결정하는 제약바이오 산업의 이른바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한다.
김동주 기자 ed30109@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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